제 2회 청정 하수구 어워드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투표로 최악의 만화를 선정해 보려고 합니다.
작년엔 '가장 형편없는 만화' '가장 실망스러운 만화' '최악의 번역'의 세 부문으로 나누어 시상했는데 올해는 다음과 같이 포맷을 변경했습니다.

최악의 만화
최악의 그림
최악의 스토리
최악의 남캐
최악의 여캐


각각의 부문에 대해선 설명이 필요없으리라 생각합니다.
투표 덧글은 비공개로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시상은 12월 30일 예정입니다.

타다 유미, 담배 같은. 만화관련

만화를 읽는 것을 의미하는 말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만화는 볼 수 있고, 즐길 수 있고, 감상할 수 있고, 하여튼 뭐 그렇다. 그럼 만화를 피운다는 어떨까? 정상적인 한국어 화자라면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할 거고, 사려 깊은 사람이라면 말이 헛나왔다거나 오타가 아닐까 생각할 거고, 계몽적인 사람이라면 오류를 고치려 들 것이며, 모든 것에 의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사전에서 "피운다"의 용례를 찾아볼 것이다. 하지만 난 타다 유미의 만화를 보면 그녀의 만화를 '피우는 만화'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 한국어 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타다 유미의 만화를 처음으로 읽었을 때, 난 레이먼드 카버를 떠올렸다. 작품의 길이는 짧고, 묘사는 건조하고, 무대는 미국이며, 분위기는 우울하고, 심지어 '클레어' 같은 작품에는 알콜 중독자도 나오지 않았던가. 스타일리시한 그림은 인상적이었지만 왠지 폼을 잡는 것 같기도 하고 해서 마음에 쏙 들진 않았지만 다른 작품들도 계속 읽기로 했다. 어차피 레이먼드 카버를 좋아하긴 하니까. 그런데 계속 읽다 보니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읽다 보면 괜시리 담배를 피우고 싶어지는 것이었다. 당시의 나는 아직 담배를 끊지 않았기 때문에 '한 대 피울 때가 되었나 보다'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나가서 담배를 피웠다.

담배를 끊고 나서 며칠 지나고 별 생각없이 자기 전에 타다 유미 선집 4권인 '재가 될 때까지'를 읽었을 때에야 난 왜 그런 느낌을 받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건 만화를 가장한 담배였다. 작품집은 담배 한 갑이고, 단편들은 담배개비들이었다. 'Love me, please love me'와 '이중성'에서 등장하는 아이크와 흑발의 친구의 관계는 담배를 끊고 싶어 하지만 결국 끊지 못하는 가련한 흡연자와 담배의 관계였고, '재가 될 때까지'에서 카렌을 기다리는 존의 심정은 담배를 피울 수 없는 상황에서 담배를 피우고 싶어 참지 못하는 흡연자의 심정이었다. 또 미끈미끈하고 길쭉한 인물들은 또 어떤가. 그야말로 담배개비 같지 않나.

멍청한 금단증상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난 도저히 타다 유미의 만화와 담배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가 없다. 난 나처럼 뒤늦게 타다 유미의 만화를 접하는 사람에게 그 만화를 '피워보라'고 권하고 싶다. 우울하거나 외롭거나 고민이 많을 때 피운 담배처럼, 잠시 동안 씁쓸한 위안을 주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타다 유미의 만화는 그런 만화가 아닌가 싶다. 생각해 보니 레이먼드 카버도 골초였지. 내가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실은 그 때문이 아니었을까.

-아, 허세 쩌네요 ㅋㅋ. 담배랑 타다 유미 만화의 공통점을 적는 게 당초의 컨셉이었는데, 쓰다가 허세가 들어가게 되자 '아예 막 나가 봐?'란 심정이 되어서 싸지른 글이 이 모양입니다. 무슨 싸이월드 가식글 같네요. 그런 글을 적어본 적이 없어서 재미있긴 했습니다.

요새 읽은 만화들 37 만화관련

KISS XXXX 4~5/ 쿠스모토 마키/ 이메일

"연애에 대한 환상을 부풀리는 만화" 'KISS XXXX'를 결국 다 읽었습니다. 연애둔감증에 걸리신 분들께는 좋은 치유제가 될 만화인 것 같습니다. 지금 나오고 있는 '쿠스모토 마키 선집'의 3, 4권이 'KISS XXXX'라니 아무래도 선집을 다 모으게 될 것 같네요. 중간에 나오는 '루리도'를 보고 열라 웃었습니다. 루 리드겠지... 해적판이 뭐 다 그렇지... 하하하하

쿠스모토 마키 선집 2/ 쿠스모토 마키/ 시공사

'TV eye'연작과 '말라버린 태아'를 수록하고 있는데 'KISS XXXX'보다 'K의 장례행렬'에 더 가까운 분위기네요. 즉, 난해하고 어둡고 독특하다는 이야기... 개인적으로는 스타일이 적당히 마음에 들어요. 쿠스모토 마키의 빠가 되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그래도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가지게 될 듯.

이무리 2/ 미야케 란죠/ 중앙북스

'이무리' 2권을 보는데 작가의 목소리가 들리더군요. "이제 대충 세계관이랑 설정은 이해되지? 그럼 간다." 아무래도 지금까지는 워밍업이었던 것 같고, 후반부에 지금까지 근질근질했다는 듯이 스토리가 급전개... 세계가 매력적인지는 솔직히 좀 모르겠지만 흡인력은 있는 편이라 계속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왠지 앞으로 엄청 재미있어질 것 같은 느낌인데, 이런 느낌이 또 삑사리가 나는 경우가 많아서 단정은 못 짓겠네요.

블랙 아웃/ 이세형, 하오/ 중앙북스

이것도 야후 연재 웹툰인데, 과학수사대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작가들이 자료조사 같은 데 공을 많이 들였다는 티는 역력한데 아쉽게도 스토리 자체는 노력에 비해 재미있지는 않네요. 추리소설이나 영화를 거의 보지 않은 저도 범인이 빨리 눈에 띠어서 그리 긴장감있게 보지 못했습니다. hansang 님 같은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어지네요.

sitting in the balcony/ 타다 유미/ 하이북스

일단 이것으로 제가 접할 수 있는 타다 유미의 작품은 전부 접한 셈이네요. 다른 작품집과 마찬가지로 재미있게 봤고, 지금까지 읽은 것들을 정리해서 뻘글이나 하나 싸려고 합니다. 하지만 난 글을 못 쓰잖아? 안 될 거야, 아마...

러프 6/ 아다치 미츠루/ 대원

애장판의 완결편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다치 미츠루 만화 최고의 엔딩으로 꼽는(전 아닙니다 ㅎㅎ.) 마지막 장면은 다시 봐도 인상적이네요. 작품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니 만큼 덧붙일 말은 없고, 애장판의 전체적인 퀄리티에는 만족한다는 말씀만 드립니다.

대결! 궁극의 맛 1~2/ 츠치야마 시게루/ 중앙북스

하하하, 이 만화 재미있네요. 표지랑 타이틀만 보면 망한 괴작의 포스가 풍기지만 실제로 읽어보면 괴상함과 재미를 동시에 갖춘 요상한 음식만화입니다. 음식과 그것을 가지고 다투는 배틀, 그 안에서 발생하는 휴먼드라마라는 음식만화의 클리셰적 요소들을 아주 기분 좋게 비틀고 있습니다. 재소자들이 설날에 나오는 음식을 걸고 망상 음식 배틀을 벌인다는 것이 이 만화의 기본 줄거리인데 아무래도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그야말로 인간적인 행위이니만큼 재소자들의 인간적인 면모가 부각되기도 합니다. 다른 음식만화에 질리신 분이라면 한번 시험 삼아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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