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부정적인 의견에도 불구하고 편집부 내부에서 GO 사인이 났던지, 데보네어는 용감하게 쓰가루로 여행을 시작했다. 그리고 '데보네어 드라이브'의 번역은 내가 맡게 되었다. 일정 상 시무라 타카코의 모 만화와 함께 진행하게 됐는데 아무래도 시무라 타카코의 모 만화가 기대작이었던지라 상대적으로 '데보네어 드라이브'에 쏟아지는 관심은 좀 적었던 듯싶다. 물론 번역을 특히 더 대충 했다는 건 아니고 아무래도 시무라 타카코의 모 만화에 출간일정이 밀리는 경향이 있었다는 의미이다. 출간일정이 계속 밀리다 보니 교정지 상에서 역자 교정을 볼 일이 많아졌는데, 교정지로만 한 3교 정도를 본 것 같다. 번역하기 전과 번역하면서 읽은 것까지 포함하면 책 전체를 한 예닐곱 번은 본 셈이다.
그런데 교정지를 몇 번 보니까 이상한 일이 생겨났다. 쓰가루를 향해 떠나기 시작한 주인공 일행에, 귀여운 그림에, 상쾌한 이야기에 번역자인 내가 매료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게 작품이 '볼매(볼수록 매력 있음)'라 그런 것인지, 친구가 적다 보니까 내가 교정지 짜응에 정이 든 것인지 알 수는 없는 노릇이었지만 어째 독자보다 번역자인 내가 뒷권을 더 기다리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판매량은 우려했던 대로 좋은 편은 아니었고, 1년에 한 권 페이스로 정발되게 되었다. 참다 못한 난 작년 여름에 간사이 여행을 가서 완결편인 3권을 구입했고, 데보네어 일행이 쓰가루에 도착하는 것을 보고 울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중앙북스에서 3권의 번역 의뢰가 들어왔다.
의기충천해서 번역을 시작했지만, 원래 형편없는 번역 실력이 갑자기 개선될 리는 만무했고 아직도 내가 마지막 부분에서 내가 느낀 것을 번역으로 잘 전달했는지 의구심이 든다. 난 내가 좋은 번역자라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고, 그래서 내 손에 걸려서 희생되는 만화에 대한 미안함을 마음 한구석에 항상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데보네어 드라이브'에 대해선 미안한 감정보다 고마운 감정이 앞선다. 해파리 에치젠, 게이 모모야마, 도둑 마리, 노망 보스... 여러분의 여행에 동행시켜주셔서 고맙습니다. 망글의 끄트머리를 빌어 특히 초반에 엄청나게 도움을 주신 L 편집자 님(대표적으로 '햇살 케어'도 이분의 작품)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태그 : 데보네어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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