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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잭!!!(하)

블랙잭의 본명은 하자마 쿠로오(間黑男)다. 이 이름 쿠로오(黑男)는 블랙잭을 일본어로 만든 것이고 성은 간격, 사이라는 뜻의 하자마(間)다. 그는 다른 데츠카의 캐릭터들과 마찬가지로 '사이'에 있다. 마치 아톰과 사파이어공주, 레오처럼 말이다. 아톰은 소년과 로봇의 사이에서 괴로워하며 사파이어공주는 남자와 여자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레오는 인간과 동물의 사이에 찡긴다.

이 '사이에 있는' 히어로들은 성격에 독특함과 다른 방향의 리얼리티를 부여받는다. '사이에 있다는 것'은 일단 완전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완전한 히어로에게는 몰입의 여지가 없다. 심지어 초인슈퍼맨에게도 클립톤광석이라는 핸디캡이 존재한다. 스티븐 시걸의 영화가 재미없는 것은 시걸에게 약점이 없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인간은 스스로가 불완전하기에 완전한 것에 공감대를 갖지 못한다. '사이에 있는' 데츠카의 히어로들에겐 어딘지 모를 슬픔이 존재한다. 그들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기에 항상 숙명적인 갈등을 유발한다.

그리고 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아웃사이더들은 그 자체가 새로운 성격이 되어버린다. 갈등속에서 새로운 성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아톰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진짜 인간에 가까운 로봇은 악행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듣자 악행을 저지르려 한다. 하지만 양심회로 덕분에 악행을 저지를 수 없다. 스스로 인간일 수 없다는 것을 자각하는 아톰의 내면에는 복잡한 심리가 생성된다. 그리고 이 복잡한 심리 혹은 딜레마가 아톰의 성격 그 자체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블랙잭은 무엇과 무엇의 사이에 있는가. 의사와 범인의 사이인가. 그렇지 않다. 물론 그는 자신이 의사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의사들에게 경멸받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그의 성격생성에 그다지 큰 역할을 하지 않는다. 그는 의사면허에 집착하지 않는다. 결국 무면허라는 것은 단지 규칙(혹은 설정)에 지나지 않는다.

블랙잭의 딜레마는 블랙잭의 내면에 있다. 그러기에 그는 데츠카 오사무의 수많은 '사이에 있는' 캐릭터 중에서도 독보적인 입지를 지닌다. 그는 인간의 속물성 혹은 배신에 지독한 환멸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또 한 편으로는 인간의 다른 면에 강한 희망을 가지고 있다. 이 양면이 충돌하며 블랙잭의 성격을 생성한다.

이 실망과 희망의 대조적인 성격 중에서 주제와 연결되는 것은 역시 희망이다. 나머지 실망의 부분은 그의 겉모습이나 댄디즘으로 형상화되고 희망의 부분은 그의 진심으로 형상화된다. 그러기에 그는 겉과 속이 다른 인물이 되는 것이다. 그는 마치 고보수를 위하여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척하나 그렇지 않다. 그에게 돈은 휴지 조각만큼이나 가치가 없다. 실제로 치료비가 갈등의 원인이 될때 누가 돈에 더 집착하는지 유심히 살펴보면 거의 100%, 환자가 자신의 목숨값을 아까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블랙잭이 고보수를 요구하는 것은 자신의 '실망적인 부분'을 납득시키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의 '희망적인 부분'은 돈의 가치를 무시한다.

그는 이상적인 휴머니스트가 아니다. 그는 환자를 고치는데 많은 돈을 요구한다. 하지만 또한 그는 살려고 하는 사람을 포기하지 못한다. 자신의 환자를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다. 이 모순의 간극에서 방황하는 검은 남자, 그것이 블랙잭일 것이다.

by 블랙잭 | 2005/03/02 20:38 | 만화관련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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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징글챤이 at 2005/03/02 22:27
감사해요.. 첫손님이시네요. ㅋㅋ
음... 링크좀 부탁해도 될까요? ㅠㅠ 손님좀 모으고 싶네요
그럼 좋은하루 되세요^^ 링크추가 합니다.
Commented by 캘러웨이 at 2005/03/24 11:55
덧글 잘 봤습니다^^ 당시 제가 여행중이라서 리플을 못달았네요.해석이 좀 어렵긴해도 잘 보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블랙잭 at 2005/03/24 23:10
어이쿠 봐주시니 감사하군요. 댓글 단 다음에야 3주 여행가셨단 걸 알았습니다. 복귀하신 모양이군요.
Commented by 히무자 at 2005/09/30 12:56
늦었지만은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블랙잭 하면 '소년 앞에서 스트립을 했던 마마콘 무면허 의사' 라고 밖에 생각 못하는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로 인상적이었습니다.
Commented by 블랙잭 at 2005/09/30 18:20
히무자//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다시 글을 보니 데츠카 오사무 관련 어느 책(아톰의 철학?)의 논의를 거의 그대로 가져온 것 같아서 괜히 부끄럽군요... '소년 앞에서 스트립을 햇던 마마콘 무면허 의사'라고 하시니 바로 블랙잭의 장면들이 떠오르는군요: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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