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03월 12일
미지와 공포 '좌부녀'
인간에게 갑작스런 불행이 닥쳤다고 하자. 그럼 우선 인간은 불행의 원인을 필사적으로 찾으려 들것이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원인이 발견되면 좋겠지만 만약에 없다면 그땐 어떡하지? 심지어 그 불행을 피할 수 조차 없다면? 아마도 인간은 공포를 느끼게 될 것이다. 인간이 미지에 갖는 근원적인 불안과 공포를 모치즈키는 스토커이야기로 재구성하여 훌륭하게 작품화했다. 그 작품의 이름은 '좌부녀'다.

내용은 대단히 간단하다. 히로시는 여자꽁무니를 쫓아다니고 알바를 하는등 전혀 특별할 바 없는 평범한 자취 대학생이다. 그러던 어느날 옆집 야마모토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문을 열고 보니 후줄그레한 여자가 서있었다. 야마모토의 애인이겠거니 하면서 히로시는 신경쓰지 않았지만 이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갑자기 그녀가 히로시를 스토킹하기 시작한 것이다. 히로시는 친구인 사타케의 도움을 빌려 그녀의 정체를 알아내려하지만 도저히 알 수 없다. 심지어 그녀는 거의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가라데 유단자인 사타케마저도 질리게 한다. 히로시는 그녀의 정체를 알아내려고 야마모토의 방에 들어갔다가 그녀에게 들켜 도망치다가 다리에 골절상을 입고 만다. 그는 병원으로 이송되나 그녀는 병원까지 쫓아오고 결국 히로시는 그녀에게 붙잡히고 만다. 그리고 히로시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난다. 이 사건이 일단락된 뒤에 어떤 학생이 히로시의 뒷이야기를 묻고 다닌다. 그러나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 학생은 공원의 벤치에 앉아 생각에 잠기는데 맞은 편에는 놀랍게도 그녀가 앉아있다. 이 학생이 야마모토였던 것이다. 야마모토는 절망하여 중얼거린다.
"한밤중에 옆집문을 두드리는 소리 때문에 깨어나 문을 열어보니 키 큰 여자가 서 있었다. 오직 그것뿐이었는데..."
그리고 야마모토의 이야기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스산한 밤에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
이 만화를 읽다 보면 우선 대단히 부조리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 이야기가 부조리를 다루고 있다는 것은 여러가지를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일단 그녀의 정체를 알 수 없다는 것, 히로시의 고난에는 이유가 없다는 것, 그리고 히로시와 야마모토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는 것... 알 수 없다, 모른다, 이해할 수 없다, 이유가 없다 이것이 이 작품의 기반에 흐르는 말이다. 그러기에 대단히 부조리하다고 느끼게 된다. 처음에 언급했다시피 모치즈키는 이것을 공포의 도구로 사용하는데 모른다는 것에서 불안을 발생시키고 그것을 공포로 이끌어간다.
우선 불안을 발생시키는 것이 첫번째 과정이다. 인간은 모르는 것에서 불안을 느낀다. 이것은 대단히 본질적인 심리다. 모치즈키는 의도적으로 이야기의 중심에 사람들이 다가가는 것을 차단시킴으로써 불안을 조성한다. 이 불안은 독자에게도 전달이 되는데 독자가 얻을 수 있는 정보하고 히로시가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거의 차이가 없다. 그러기에 히로시의 평범함은 대단한 메리트로 작용한다. 그는 독자와 거의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 다음 단계로 모치즈키는 그녀를 대단히 혐오스럽고 광적인 존재로 묘사하면서 공포분위기를 조성한다. 키가 크고 지저분한데다가 쇼핑백을 들고 다니며 미치광이 짓을 골라하는 그녀에게서 공포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녀는 모치즈키의 유머에의해 자본주의의 세례를 받은 악령이다. 그녀는 초자연적인 생명력과 광기로 무장되어 있다. 솔직히 그녀의 위력만으로도 공포가 조성된다. 그런데 이 만화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역시 그녀가 아니다. 그녀는 공포 분위기 만을 조성한다. 이 만화에서 가장 무서운것은 결말조차 '모른다'는데에 있다. 결말을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나중에 '드래곤헤드'에서 다시 한 번 논의되겠지만 이것은 모치즈키의 독특한 공포관에서 비롯된다. 진정한 공포는 상상력에서 나온다라는 것이 모치즈키의 공포관이다. 불안한 환경에서 스스로 만들어내는 상상속의 이야기야말로 가장 무서운 이야기인 것이다. 만약 이 '좌부녀'에 결말이 있다고 하자. 그러면 결말이 지어지는 순간 이야기는 독자에게서 분리된다. 독자는 상상력을 발휘할 여지가 없어지고 단지 이야기에 불과하게 된다.
그러나 결말이 없어지면서 독자들은 미지의 영역을 스스로 채워넣어야만 한다. 하지만 이미 상상력의 방향은 결정되었다. 불안과 그녀가 만들어낸 공포분위기에 상상력은 소름끼치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이 작품에 대해 생각하면 할 수록 미지의 영역의 공포는 더욱 심해진다. 모치즈키가 노린 미지가 공포가 되는 과정일것이다.
야마모토라는 캐릭터로 임팩트를 주는 것도 이 작품의 훌륭한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심지어 그녀와 조금의 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야마모토도 사실은 무관계였다. 그도 히로시와 마찬가지다. 단지 '문을 열고 봤을 뿐이다.' 그리고 단지 그것 뿐이다.
그렇다면 그녀가 상징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녀가 상징하는 것은 아마도 '좌부녀'란 작품 그자체이리라 생각된다. 히로시와 야마모토를 독자로 상정한다면 그들이 문을 여는 행위는 '좌부녀'란 작품을 열고 읽는 행위와 동일시된다. 알 수 없는 그녀로 인해 공포로 질리는 히로시와 야마모토는 이 작품을 읽고 공포에 질린 독자들의 모습과 유머스러울 정도로 매치된다.
끝부분에서 시시콜콜한 괴담들이 인용되는데 이것또한 유머러스하게 '좌부녀'란 작품과 매치된다. 결국 이 작품은 모치즈키가 만들어낸 괴담인 것이다.
-뱀발-
당초엔 '드래곤헤드'를 쓰려 했습니다만 진짜 장문이 될 것 같아서 미루기로 했습니다. '드래곤헤드'가 진짜 건드릴게 많죠. 위의 '좌부녀'식 공포와 하이데거식 담론, 인간심리 등등... 그래서 기약없이 연기될 것 같습니다.
천재 모치즈키 미네타로(望月峯太郞)의 작품 간략 소개

내용은 대단히 간단하다. 히로시는 여자꽁무니를 쫓아다니고 알바를 하는등 전혀 특별할 바 없는 평범한 자취 대학생이다. 그러던 어느날 옆집 야마모토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문을 열고 보니 후줄그레한 여자가 서있었다. 야마모토의 애인이겠거니 하면서 히로시는 신경쓰지 않았지만 이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갑자기 그녀가 히로시를 스토킹하기 시작한 것이다. 히로시는 친구인 사타케의 도움을 빌려 그녀의 정체를 알아내려하지만 도저히 알 수 없다. 심지어 그녀는 거의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가라데 유단자인 사타케마저도 질리게 한다. 히로시는 그녀의 정체를 알아내려고 야마모토의 방에 들어갔다가 그녀에게 들켜 도망치다가 다리에 골절상을 입고 만다. 그는 병원으로 이송되나 그녀는 병원까지 쫓아오고 결국 히로시는 그녀에게 붙잡히고 만다. 그리고 히로시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난다. 이 사건이 일단락된 뒤에 어떤 학생이 히로시의 뒷이야기를 묻고 다닌다. 그러나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 학생은 공원의 벤치에 앉아 생각에 잠기는데 맞은 편에는 놀랍게도 그녀가 앉아있다. 이 학생이 야마모토였던 것이다. 야마모토는 절망하여 중얼거린다.
"한밤중에 옆집문을 두드리는 소리 때문에 깨어나 문을 열어보니 키 큰 여자가 서 있었다. 오직 그것뿐이었는데..."
그리고 야마모토의 이야기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스산한 밤에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
이 만화를 읽다 보면 우선 대단히 부조리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 이야기가 부조리를 다루고 있다는 것은 여러가지를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일단 그녀의 정체를 알 수 없다는 것, 히로시의 고난에는 이유가 없다는 것, 그리고 히로시와 야마모토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는 것... 알 수 없다, 모른다, 이해할 수 없다, 이유가 없다 이것이 이 작품의 기반에 흐르는 말이다. 그러기에 대단히 부조리하다고 느끼게 된다. 처음에 언급했다시피 모치즈키는 이것을 공포의 도구로 사용하는데 모른다는 것에서 불안을 발생시키고 그것을 공포로 이끌어간다.
우선 불안을 발생시키는 것이 첫번째 과정이다. 인간은 모르는 것에서 불안을 느낀다. 이것은 대단히 본질적인 심리다. 모치즈키는 의도적으로 이야기의 중심에 사람들이 다가가는 것을 차단시킴으로써 불안을 조성한다. 이 불안은 독자에게도 전달이 되는데 독자가 얻을 수 있는 정보하고 히로시가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거의 차이가 없다. 그러기에 히로시의 평범함은 대단한 메리트로 작용한다. 그는 독자와 거의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 다음 단계로 모치즈키는 그녀를 대단히 혐오스럽고 광적인 존재로 묘사하면서 공포분위기를 조성한다. 키가 크고 지저분한데다가 쇼핑백을 들고 다니며 미치광이 짓을 골라하는 그녀에게서 공포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녀는 모치즈키의 유머에의해 자본주의의 세례를 받은 악령이다. 그녀는 초자연적인 생명력과 광기로 무장되어 있다. 솔직히 그녀의 위력만으로도 공포가 조성된다. 그런데 이 만화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역시 그녀가 아니다. 그녀는 공포 분위기 만을 조성한다. 이 만화에서 가장 무서운것은 결말조차 '모른다'는데에 있다. 결말을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나중에 '드래곤헤드'에서 다시 한 번 논의되겠지만 이것은 모치즈키의 독특한 공포관에서 비롯된다. 진정한 공포는 상상력에서 나온다라는 것이 모치즈키의 공포관이다. 불안한 환경에서 스스로 만들어내는 상상속의 이야기야말로 가장 무서운 이야기인 것이다. 만약 이 '좌부녀'에 결말이 있다고 하자. 그러면 결말이 지어지는 순간 이야기는 독자에게서 분리된다. 독자는 상상력을 발휘할 여지가 없어지고 단지 이야기에 불과하게 된다.
그러나 결말이 없어지면서 독자들은 미지의 영역을 스스로 채워넣어야만 한다. 하지만 이미 상상력의 방향은 결정되었다. 불안과 그녀가 만들어낸 공포분위기에 상상력은 소름끼치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이 작품에 대해 생각하면 할 수록 미지의 영역의 공포는 더욱 심해진다. 모치즈키가 노린 미지가 공포가 되는 과정일것이다.
야마모토라는 캐릭터로 임팩트를 주는 것도 이 작품의 훌륭한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심지어 그녀와 조금의 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야마모토도 사실은 무관계였다. 그도 히로시와 마찬가지다. 단지 '문을 열고 봤을 뿐이다.' 그리고 단지 그것 뿐이다.
그렇다면 그녀가 상징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녀가 상징하는 것은 아마도 '좌부녀'란 작품 그자체이리라 생각된다. 히로시와 야마모토를 독자로 상정한다면 그들이 문을 여는 행위는 '좌부녀'란 작품을 열고 읽는 행위와 동일시된다. 알 수 없는 그녀로 인해 공포로 질리는 히로시와 야마모토는 이 작품을 읽고 공포에 질린 독자들의 모습과 유머스러울 정도로 매치된다.
끝부분에서 시시콜콜한 괴담들이 인용되는데 이것또한 유머러스하게 '좌부녀'란 작품과 매치된다. 결국 이 작품은 모치즈키가 만들어낸 괴담인 것이다.
-뱀발-
당초엔 '드래곤헤드'를 쓰려 했습니다만 진짜 장문이 될 것 같아서 미루기로 했습니다. '드래곤헤드'가 진짜 건드릴게 많죠. 위의 '좌부녀'식 공포와 하이데거식 담론, 인간심리 등등... 그래서 기약없이 연기될 것 같습니다.
천재 모치즈키 미네타로(望月峯太郞)의 작품 간략 소개
# by | 2005/03/12 00:41 | 만화관련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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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해설 글을 읽어 보니 하나 하나 딱딱 기가막히게 드러맞네요...
정말 작가가 이러한 장치로..... 글을 쓴 것일까요..?! 아마..... 그렇겠지요...?!
유명한 작가 이니깐...... 암튼.......작가도 주인장님도 대단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