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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법을 배우는 과정 '핑퐁'

마쯔모토 타이요의 대표작 취급을 받는 이 유명 만화 '핑퐁'을 읽고서 헤르만 헤세의 소설 '황야의 이리'를 떠올리는 것은 아마도 매우 자연스러운 일일것이다. 매우 이성적이기에 세계에 적응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주인공이 어떻게 세계와 화해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까란 점을 그려내는 데서 이 두 작품은 동일한 주제를 지닌다. 쯔키모토 '스마일' 마코토는 다른 이름의 '황야의 이리'인 것이다.

'황야의 이리'처럼 쯔키모토는 분열된 자아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그와 비슷하게 세계에 적응하는 데에 애를 먹는다. 그는 혼자 있기를 원하며 내향적으로 침강한다. 그를 바깥 세계로 끌어낸 것은 호시노 '페코' 유타카다. 그는 탁구를 쯔키모토에게 가르쳐준다. 쯔키모토는 호시노를 동경해서 탁구를 시작한다. '나도 너처럼 될 수 있을까?' 탁구는 이 둘이 세계와 소통하는 수단이다.

쯔키모토의 별명 '스마일'은 그가 잘 웃지 못하는 데에 기인한 별명이다. 그에게는 웃음이 결여되어있다. 그는 웃지 않는 것이 아니라 웃을 줄 모른다. 그에게는 유머가 없다. 그러기에 그는 세계와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세계는 이해하는가 하지않는가의 대상이 아니라 받아들이는가 하지 못하는가의 대상이다. 이해하지 않아도 세계와 조화될 수 있고 그것은 유머를 통해 가능하다. 뛰어난 천재들은 세계를 초월한 존재가 아니라 유머를 통하여 세계와 조화를 이룬 인물들이다.


이런 면에서 호시노는 진정한 천재다. 그는 탁구를 즐기며 잘 웃는다. 그는 세계를 이해하지 않고 이해하려고 하지 않음에도 세계와 조화를 이룬다(그는 항상 아이들의 리더였다). 쯔키모토가 동경하는 것은 아마 이런 점일것이다. 하지만 쯔키모토의 탁구 재능이 그를 능가함으로써 균형은 붕괴된다. 쯔키모토는 호시노보다 강해짐에 따라 스스로 히어로가 되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한다. 그러나 그는 히어로에 적합하지 않다. 그는 마음 속으로 호시노가 자신을 꺽고 히어로의 자리를 강탈해주기를 바란다.

호시노는 쯔키모토의 강함에 압도되고 스스로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여 탁구를 그만두려한다. 그러나 소꿉친구인 사쿠마 '악마' 마나부가 그를 설득한다. 사쿠마는 호시노의 현실도피의 한계를 통렬히 지적하고-너는 곶도 벗어나지 못했어- 그를 현실로 되돌려논다. 호시노는 탁구로 복귀하여 쯔키모토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하여 노력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는 혹독한 훈련을 통하여 히어로의 모습으로 복귀한다.

호시노의 히어로 복귀는 의도적으로 전형적으로 그려진다. 그는 상대에게 승리함으로써 상대를 정화시키며-카자마 '드래곤' 류이치를 보라- 모든 히어로에게 있는 약점-무릎-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무적이다. 히어로는 무적이어야만 하며 그러한 짐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무겁다. 드래곤은 무적을 자랑하지만 그것의 부담때문에 시합전에 화장실에 틀어박힌다. 쯔키모토 또한 연승을 자랑하지만 그것은 서글픈 연승이다. 쯔키모토를 막을 수 있는 것은 히어로 뿐이며 그는 히어로의 동료이자 마지막 관문인 것이다. 쯔키모토는 지기 위하여 히어로를 기다린다.

결승전이 시작되자 쯔키모토와 호시노는 전력으로 부딛친다. 쯔키모토는 호시노의 무릎이 안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이드 공격을 퍼부어댄다. 그리고 호시노는 핸디캡을 가지면서도 쯔키모토와 전력으로 싸운다. 그들에게 있어서 탁구는 의사소통수단이다. 그러기에 진실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그것이 진실하지 않을때부터 쯔키모토는 비뚤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기억하자.

쯔키모토는 호시노가 히어로임을 확인함으로써 무거운 짐을 덜게 되며 호시노는 그를 정화시킨다. 쯔키모토는 패배를 직감하고 나서야 예전에 호시노가 말한 '피에서는 철의 맛이 난다'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피는 뜨겁고 철은 차다. 이 어울리지 않는 것이 조화되어 있는 것이 세계의 본질임을 직감적으로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웃는다. 쯔키모토는 이제서야 진정 웃는 법을 배운 것이다. 호시노는 그에게 있어 모차르트이자 헤르미네였다.

최종회에서 쯔키모토는 탁구를 그만두고 초등학교 교사가 되려한다. 그가 탁구를 그만둔 이유는 웃는 법을 배웠기에 탁구가 더이상 필요없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리라. 그는 유머를 배웠고 히어로일 필요도 없다. 그러기에 그는 항상 홀가분하며 잘 웃는다. 그는 이제 세계와 조화를 이루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는다. 이것은 타무라 탁구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으로 교사라는 지극히 시민적인 직업을 지망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졸역 '마쯔모토 타이요론'

by 블랙잭 | 2005/04/04 00:15 | 만화관련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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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쓰름이 at 2007/03/24 15:57
핑퐁을 다보고 이글을 읽으니 다시 새롭게 느껴지는건 물론이고 제가 읽으면서 느꼈던게 제대로 느낀게 맞구나..란 생각이 드네여;
좋은글 잘 봤습니다.
Commented by 대산초어 at 2007/03/24 22:03
쓰름이// 쓴지 거의 2년만에 첫덧글이라니 왠지 감동적이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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