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04월 09일
아버지와 아들, 그들의 기묘한 화해 '하나오'
마쯔모토 타이요의 작품 '하나오'는 교진(巨人,요미우리 자이언츠)의 4번타자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철없는 아버지' 하나다 하나오(花田花男)와 30을 넘은 어른이 꿈을 갖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는 '하드보일드 아들' 하나다 시게오(花田茂雄)의 반목과 화해를 그리고 있다. 작품의 톤은 전혀 심각하지 않고 둘의 반목은 애들 장난처럼 보일정도로 유머러스하여 읽는 내내 웃음을 띠게 만든다. 하드 보일드한 나날을 지내는 천재 소년 하나다 시게오는 어느날 어머니 카오리(花織)로부터 여름방학동안 아버지와 동거하라는 말을 듣고 어릴 때 헤어진 하나다 하나오의 집에 찾아간다. 하나다 하나오는 그의 눈엔 빈둥거리는 무능력자에 지나지 않는다. 하나오는 30을 넘어서도 교진의 4번타자가 되겠다는 꿈을 버리지 못하고 야구로 매일매일을 지내고 있었다. 시게오는 그런 아버지가 맘에 들지 않아 하나부터 열까지 반목에 반목을 거듭한다. 그러나 하나오는 항상 시게오와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며 시게오도 차츰 아버지에게 끌리게 된다.
여름 방학이 끝나고 나서도 시게오는 어머니에게 갖은 핑계를 대며 하나오와 동거 생활을 유지한다. 심지어 학교마저 옮기면서까지 말이다. 처음에는 마을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나 나날이 갈수록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게 되고 심지어는 아이들의 비밀 조직의 대장이 되기까지 한다. 바보같은 일을 경멸하던 하드 보일드 시게오가 외계인을 잡으려고 애들에게 명령하는 모습은 그의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하나오와 시게오는 어느날 둘이서 여행을 가기로 한다. 그들의 애마-스쿠터-인 사다하루호를 타고 여행을 하면서 그들은 극적으로 화해를 하게 된다. 어렸을 때에 자신과 엄마를 버렸다고 생각해서 미워하던 아버지를 좋아하게 된것이다. 시게오는 하나오에게 엄마하고 함께 살자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하나오는 시게오가 잠든 사이에 엄마의 집에다 시게오를 놓고 훌쩍 떠난다.그리고 교진의 스카우트에 응해서 교진에 입단하게 된다. 시게오는 하나오의 집에 다시 가보지만 이미 하나오는 떠나고 없다. 구멍가게 할머니와 조우한 시게오는 TV에 하나오가 나온 것을 보게 된다. 구멍가게 할머니는 시게오에게 이렇게 말한다. "저 아이를 지켜 주렴. 너의 역할이란다." 시게오는 망설임없이 사다하루호를 타고 경기장으로 내달린다.9회말 2사 만루에 대타로 기용된 하나오는 어쩔 줄 모른다. 관객들도 선수들도 그를 무시하고 있어서 그는 위축되어 있다. 그의 편은 아무도 없다. 그 절대절명의 순간에 시게오가 구장에 나타난다. 시게오만은 그를 믿는다. 하나오는 원기를 회복하여 원상태로 돌아온다. 그리고 시게오를 위하여 예고 홈런-대타 역전 끝내기 만루홈런-을 터뜨린다. 시게오는 그 광경에 가슴이 뜨거워져 울타리를 뛰어넘는다. 그리고 외친다. "찌릿찌릿했어!!" 하나오가 답변한다. "찌릿찌릿했냐!" 하나오는 시게오를 목마태우고 그라운드를 돈다. 이제 시게오는 야구를 무시하지 않고 스스로 야구소년이 되었으며 하나오는 변함없이 맹타를 휘두른다. "차갑냐? 시게오. 그것이 바다란다." 여름방학이 다시 다가온다.
로맨티스트와 리얼리스트가 유머를 통해 조화를 이룬다는 이야기는 마쯔모토의 18번이라고 할 수 있다. 비교적 초기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이 '하나오'에서도 그것은 여지없이 드러난다. 로맨티스트인 하나오와 리얼리스트인 시게오는 서로 어울리지 않기에 불협화음을 일으킨다. 하나오는 야구라는 꿈을 가지고 있고 시게오는 야구를 싫어한다. 시게오는 꿈 같은 것은 꾸지 않는다. 말 그대로 '하드 보일드'하다. 그는 하나오의 비현실성을 납득하지 못한다.
하나오가 살고 있는 마을은 바로 하나오의 세계이다. 처음에 시게오는 하나오와 반목하기에 마을에 적응하지 못한다. 아이들이 우정의 표시로 잡아준 딱정벌레를 가게에 내다 판다. 그 결과 이들도 그와 놀아 주지 않는다. 그러나 하나오와 함께 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변화를 일으킨다. 그가 아이들의 비밀 조직에 참가하고 그 대장이 되는 것은 그것을 잘 보여준다. 인생은 그의 말대로 하드 보일드하지만 그렇다고 하드 보일드하게 살아갈 필요는 없는 것이다.
하나오 또한 시게오에게 많은 빚을 진다. 하나오는 로맨티스트이기에 자신의 세계-마을-에만 머무른다. 현실은 시게오의 말대로 하드 보일드하기 때문이다. 그가 시게오의 엄마 카오리와 시게오를 두고 떠난 것은 현실이 그에게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현실 도피적인 경향을 가지고 있다. 꿈속에서밖에 살 수 없는 인물인것이다. 그런 그에게 시게오는 현실과 이어진 하나의 끈이다. 시게오가 엄마의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더이상 자신의 세계에서만 살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결국 교진의 스카우트에게 응하여 교진에 들어간다. 자신의 집도 비운다. 시게오는 그에게 있어서 현실을 상징하기에 그는 부담스러워진 시게오를 엄마에게 맡긴다.그러나 현실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혹독했다. 5만의 대환성은 커녕 야유만 쏟아지며 아무도 그를 믿어주지 않는다. 현실에서 그는 이방인일 뿐이다. 그는 고독하다. 그런 그를 구원하는 것은 시게오다. 그는 하나오를 믿는다. "날려버려!" 다시 하나오는 용기를 얻는다. 그리고 시게오를 위하여 홈런을 친다. 두사람은 찌릿찌릿함을 공유한다. 시게오를 목마태우고 그라운드를 도는 모습은 그들의 화합을 보여준다.
결말에서 싫어하던 동네야구의 에이스가 된 시게오의 모습은 그가 아버지에게 무엇을 배웠는지를 잘 나타낸다. 그는 아버지에게서 야구를 배웠고 그 야구는 현실적-사는데 도움이 되는-이진 않지만 인생을 즐기게 만드는 것이다. 야구는 유머의 은유다. 시험에서 만점을 받고 남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인생은 즐길만한 가치가 있다. 이것은 논리가 아니고 마음가짐이다. 그리고 그것은 하나오가 시게오에게 해주는 말에 잘 담겨있다. "차갑냐? 시게오. 그것이 바다란다." 바다는 몇%의 염분과 무기질이 섞인 물이다. 그러나 그게 바다의 전부는 아니다. 바다는 '차가운 것'이기도 하다.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느끼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것, 하나오는 시게오에게 그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눈을 감아봅시다. 무엇이 보이나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나요? 그럼 재미없잖아요.
어처구니없는 꿈이라도 꿈을 꾸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행복하다.



-뱀발- 유머스런 네이밍
하나오는 교진광이기에 모든 것을 교진과 연결시켜 이름짓습니다. 우선 아들인 하나다 시게오는 '미스터 베이스볼' 나가시마 시게오(長嶋茂雄)로부터, 스쿠터인 사다하루호는 '세기의 홈런왕' 오 사다하루(王貞治)로부터, 가장 걸작인 스토브 데쓰하루는 현역시절엔 '타격의 신'이었고 감독으로 V9을 이룬 가와카미 데쓰하루(川上哲治)로부터 따왔습니다. 나가시마의 실수담(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안 밟아서 아웃되었다던가, 3루에서 1루로 귀루할때 2루를 안거쳤다던가)이나 그런 것들도 언급되는것이 재미있습니다.
졸역 '마쯔모토 타이요론'
# by | 2005/04/09 22:25 | 만화관련 | 트랙백 | 핑백(1)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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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았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크게 휘두르며'도 오역이죠) 뭐 이 관련 내용은 나중에 따로...... 오역을 많이 하다 보니 오역만 보이는 안타까운 사태가 스포 담뿍 담긴 리뷰(?) ... more
오월초에 가면 보여줄래?
저 장면 편집하다가 (속된 말로) 정말 안구에 습기가 차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