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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티스트의 초상 '물장구치는 금붕어'

모치즈키 미네타로는 일관적으로 작품속에서 현실에 던져진 로맨티스트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이시카와 쥰이 그의 만화들을 보고 마치 남과 다른 것을 확인하려고 하는 것 같다란 말은 정확하게는 아니지만 그의 만화의 본질을 포착한 것이다. 그의 만화의 주인공들은 대부분의 경우 이른바 괴짜이며 괴짜가 아니더라고 현실적이 아닌 인물들이다. 그들은 리얼리스트라기보단 로맨티스트다. 로맨티스트란 현실 외에 다른, 현실을 능가하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인간형을 가리킨다. 그들은 대체로 꿈을 현실보다 중요시하며 없는 것을 갈망한다. 그런 연유로 그들은 현실에서는 이방인의 존재를 면하지 못한다. 이 이방인의 십자가를 벗기 위해서 로맨티스트들은 자신의 꿈에 가장 가까운 천직을 찾으려한다. 보통 이 천직은 예술가인것이 교양소설의 가장 전통적인 패턴이지만 일본 만화에서는 대부분 스포츠맨으로 형상화된다.

물장구치는 금붕어도 이런 교양 스포츠만화의 기본적인 패턴을 충실히 따른다. 하나이 카오루는 소노코의 마음에 들기 위하여 수영부에 들지만 수영에서 재능을 발견하여 그것을 천직으로 삼게 된다. 어찌보면 진부할 수 있는 소재이지만 모치즈키의 탁월한 캐릭터묘사는 이 만화를 고전으로 자리잡게 만든다. 하나이 카오루는 다른 만화에서 예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하게 형상화된 로맨티스트이다. 과장되어 있지만 본질은 놓치지 않는 묘사를 통해 하나이 카오루는 우스꽝스러울정도로 단순하면서 사랑스러운 인물이 되었다.

하나이 카오루는 어릴적부터 현실에 적응하는 것에 문제를 가진 녀석이다. 그는 항상 꿈을 꾸고 있다. 아니 꿈만 꾸고 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어렸을때엔 가면을 쓰고 다니면서 특촬물의 히어로 흉내를 내고 성장해서는 자신을 상대도 해주지 않는 소노코의 마음에 들기를 원한다. 그러나 그또한 현실이 그다지 녹록치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히어로 흉내를 낸다고 해도 자신은 역시 히어로가 아니며 소노코는 자기를 노골적으로 싫어한다. 남보다 빛나고 싶다란 소망을 가지면서도 어떻게 그것을 실현해야 하는지 모른다. 그는 현실과 꿈사이에서 방황한다. 그래서 그 결과 그는 안절부절 못한다.

소노코의 마음에 들기 위하여 들어간 수영부. 그러나 그는 여기서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항상 엉뚱한 짓만 하다가 소노코의 경멸을 산다. 모두가 그를 비웃고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는다. 그는 이것에 반항하듯이 점점 더 엉뚱한 짓만을 되풀이한다. 그런 그를 도와주는 조력자는 왕년의 명 수영선수이자 트레이너인 할망구다. 그녀는 하나이 카오루에게서 자신의 예전 모습의 실마리를 발견하고 그것을 재현하고자 하나이 카오루에게 혹독한 훈련을 시킨다. 하나이 카오루는 그저 소노코에게 멋있어보이고자 할머니의 훈련을 소화한다.

하나이 카오루는 혹독한 훈련의 성과인지 수영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물론 대단한 성과는 아니지만 조금씩 그를 보는 주위의 눈이 변해간다. 그런데 소노코의 몸에 변화가 일어난다. 소노코가 스트레스성 폭식증에 걸린것... 사실 소노코또한 하나이를 조금씩 좋아하게 되었는데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려함으로써 그런 증상을 보이게 된다. 그녀는 계속 뚱뚱해지다가 하나이의 그 어린애같이 반짝이는 얼굴을 자신도 모르게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며 폭식증에서 벗어난다.

카오루는 겨우 소노코의 사랑을 손에 넣었지만 갑자기 공허해지는 것을 느낀다. 이 장면이 가장 탁월한데 그는 로맨티스트이기에 손에 넣지 못하는 것을 갈망한다. 그런데 그 목표가 달성되자 꿈을 상실하게 된 것이다. 이 어리둥절함은 그에게 방황을 부르고 심지어 그는 그렇게 좋아하던 소노코와도 헤어지자고 말하게 된다. 그에게 있어서 소노코는 손이 닿지 않는 존재이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애정을 확인함으로써 카오루는 어리둥절함에서 벗어난다. 이제 그는 그 꿈을 수영에 투영하여 그것을 천직으로 삼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소노코는 카오루를 데리고 다이빙대위로 올라간다. 그리고 말한다. "... 도전하는 거야." 현실에 대한 도전은 로맨티스트의 전매특허다. 그녀가 다이빙대로 카오루를 데리고 올라가는 것은 카오루를 이해하고자 하는 그녀의 마음을 나타낸다. 그리고 둘은 함께 뛰어내린다. 카오루는 모두를 향해 선언한다. "여러분, 들어주십시오. 알고 계신대로 저기 있는 여성이 제가 제일 소중하게 여기며 우주 제일로 사랑하는 여자입니다. 우리 젊은 두사람은 아무리 괴롭고 힘든 날이 와도 미래를 향해 파이팅 정신으로 헤쳐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태풍을 부르는 화끈한 사나이 하나이 카오루입니다. 소노코 사랑한다." 괜찮지 않은가,가끔 바보같은 것도. 우리는 어쩌면 마음 한구석에서 이 바보같음을 동경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천재 모치즈키 미네타로(望月峯太郞)의 작품 간략 소개

by 블랙잭 | 2005/04/25 00:08 | 만화관련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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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세뇨리타 at 2005/12/12 12:51
할머니와의 샐쭉거리는 관계도 어쩐지 좋았죠
Commented by 블랙잭 at 2005/12/12 22:54
세뇨리타// 나중에 그 관계가 '이나중 탁구부'나 '핑퐁'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감각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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