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야 미노루의 만화는 어딘지 모르게 서글프다. 개그만화에서조차 그랬다. 이나중탁구부의 그 말썽꾸러기 녀석들이 그런 지독한 장난을 치지 않는다면 자살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의 추잡한 장난은 무의미한 세계에서 살아 남기 위한 발악이라고까지 느껴진다. 그들은 삶을 즐기기위해 장난을 친다기 보다는 장난을 치지 않으면 어떻게 존재해야 할지를 모르기 때문에 장난을 치는 것처럼 보인다. 그의 만화에서 세계는 철저하게 무의미하다. 이 무의미한 세계에서 장난을 제거한, 침강하는 인물의 이야기를 그린 '두더지'는 늦던 빠르던 후루야 미노루가 그릴 수 밖에 없었던 만화였을지도 모른다.두더지의 주인공 스미다는 세계가 무의미하고 부조리하며 인생은 살 가치가 없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 것을 인정하기 무서워한다. 그러기에 그는 스스로 규칙을 만들어 그것에서 도피하려고 한다. 그 규칙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한 난 존재해도 괜찮다'는 룰이다. 그는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두더지가 되는 대신에 세계의 부조리가 자신을 범하지 않기를 갈망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가 바라는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어머니는 야반도주하고 아버지라고 짐작되는 '인간쓰레기'덕분에 600만엔의 빚을 지게 된다. 그래서 그는 울분을 참지 못하고 인간쓰레기를 벽돌로 찍어 죽인뒤 사체를 유기한다. 그렇게 그는 자신이 만든 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을 파기하고 만다. 이제 그는 존재의 이유를 잃어 버렸다. 그는 이미 이때에 사형선고를 받게 된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이 날 이후의 삶을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 부르게 된다.이제 그는 세계에서 의미를 찾기 위하여 발버둥친다. 그가 유의미한 살인을 하겠다고 나선 시간-1년-은 사형수가 집행을 기다리는 시간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의미있게 자신의 목숨을 쓰려고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했다. 그는 인과관계가 없는 세계의 허무만을 재확인하고 만다. 범죄자처럼 보이는 아저씨는 자살하려고 하는 사람이었고 변태 노가미란 녀석을 죽이는 데도 실패한다. 그는 무력함만을 재확인한 채로 자살을 하기 위하여 다시 보트장에 돌아온다.
보트장에는 그의 애인 치야자와와 친구 쇼조, 키이치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어찌되었든 삶에 의미를 가지고 있기에 그와는 너무나도 다르다. 그러기에 스미다의 자살을 그들은 막지 못하는 것이다. 치야자와는 마지막으로 그를 자수시키려함으로써 그를 다시 평범한 인간으로 되돌려 놓으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스미다는 달밤에 지금까지 두려워하던 외눈박이 괴물과 대화를 한 뒤 야쿠자가 놓고 간 총으로 죽는다. 외눈박이 괴물은 스미다 자신이었던 것이다. 이 만화는 쓰게 요시하루의 만화의 모티브를 절묘하게 차용하면서 부조리를 잘 그려내었다. 스미다가 보트장 근처에 목욕탕을 만드는 장면은 '이씨일가'를, 잠깐 보트장에 머물다 쫓겨가는 노숙자는 역시 '이씨일가'에서 이씨를, 외눈박이 괴물은 '겐센관주인'의 주인과 똑같은 얼굴의 남자를 연상시킨다.
외눈박이 괴물에게서 도망칠 수 없는 것은 그것이 자기 자신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외눈박이 괴물은 '겐센관주인'에서 남자나 '고고 몬스터'에서 '녀석들'처럼 폐쇄적 내면을 상징한다. 스미다는 자기 스스로 룰을 만들어 이 균형을 간신히 지키고 있었지만 결국 그 룰을 깸으로써 파멸로 치닫는다. 그는 세계의 무의미함과 부조리에 절망하고 세계에서 자신을 단절시킨다. 그리고 계속 침강한다. 그 침강의 끝에 있는것은 최악의 폐쇄양상, 즉 자살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살아보려고 묻는다. '아무리해도 무리인건가?' 외눈박이 괴물의 대답은 이렇다. '거야 정해진 거잖아...' 스미다의 다른 한부분은 인생이 살만하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던 것이다.태그 : 후루야미노루




덧글
너클즈 2005/06/30 23:18 # 삭제 답글
덧글은 잘 안남기지만 항상 들르고 있답니다^^ 포스트 잘보고 있어요. 정말 블랙잭님의 글은 공감가는 게 많습니다/ 또올게요ㅎ블랙잭 2005/06/30 23:33 # 답글
너클즈//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자주 들려주시기를...파리 2005/07/01 01:21 # 답글
블랙잭님의 포스트는 생각좀 하면서 천천히 읽어야하는데.. 넘 빨리 업하신다는...(아직 꽃도 못봤다구요..ㅠㅠ)파리 2005/07/01 01:22 # 답글
아! 인사말을 남기려 들른건데..;; 여하튼 시작이 좋은 7월이 되시길..^^블랙잭 2005/07/01 10:17 # 답글
파리// 감사합니다:Dkuroko 2005/07/01 21:32 # 답글
벌써 7월이네요^^ 생각하시는일 잘 이루셨으면 합니다.^^블랙잭 2005/07/02 02:39 # 답글
kuroko// 벌써 1년의 반이 지나갔습니다. 세월의 속도가 참~지나가던이 2009/09/08 14:33 # 삭제 답글
글 정말잘쓰시네요잘봤습니다
대산초어 2009/09/08 23:52 #
어우, 형편없는 글입니다. 말씀만은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