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1월 01일
아름답고 강하고 불멸인 惡 'MW'
데츠카 오사무는 누구보다 평화를 사랑하는 휴머니스트였지만 인간의 악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아톰의 아틀러스의 권을 돌아보자. 아톰보다 아틀러스가 인간에 가깝고 그 이유가 아틀러스가 악한 짓을 저지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은 이것이 아동만화임을 생각해 보았을 때 상당히 시니컬한 시선이다. 사회구조나 가난이 악을 발생시킨다는 위고식 낙관주의가 아니라 인간의 일부이며 자유의지의 산물이라는 도스토예프스키식 악에 관한 시각에 가깝다. 창조로 대변되는 선에 비하여 파괴의 속성을 갖춘 악은 인간에게 무한한 쾌락을 가져다준다. 파괴를 통해서 인간은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인간은 자유를 위하여 신의 말을 어기는 유일무이한 생물이다. 아담과 이브가 사과를 깨물어 먹었을 때부터 인간은 자유를 위해 신에게 거역하는 반역자의 운명을 부여받았는지도 모르겠다. 그 자유의 대가가 어떤 것이던지간에... 'MW'에서 이 악의 이미지는 유우키 미치오라는 미청년으로 형상화된다. 유우키 미치오와 신부 가라이는 오키노마후네섬의 MW사건의 생존자다. MW는 미군의 비밀 생화학 병기로 오키노마후네섬 한쪽에 묻혀 있다가 그것이 노출되면서 온 섬을 재앙으로 몰고간다. 유우키 미치오와 가라이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죽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보도되지 않고 어둠 속에 묻히며 그 가스를 조금 마신 유우키 미치오를 악마로 만들었다. 그 뒤로 유우키 미치오는 유괴살인으로 돈을 모으기 시작한다.
평범한 은행직원인양 위장하면서 유괴범을 병행하는 유우키는 우여곡절 끝에 신부가 된 가라이를 끝까지 놔주지 않는다. 항상 그에게 고해성사를 한뒤 수녀로 변장해 도망치면서 그를 잠재적 공범으로 자신의 곁에 붙잡아둔다. 가라이는 성사내용을 발설할 수 없는 신부의 입장에 붙잡혀 또는 금단의 쾌락-유우키와의 동성애-에 이끌려 유우키를 배신하지 못한다. 용기를 내서 지옥에 떨어질 각오를 하고 유우키를 죽이려해도 유우키는 그의 심리를 꿰뚫어보고 유유자적하게 조롱한다. 그는 절망한다.유우키는 돈을 모으고 또한 정계와 연줄을 만들어간다. 그가 온갖 악행을 저질러 온 이유가 조금씩 드러나는데 그것은 MW를 손에 넣어 자신이 죽기 전에 세상을 멸망시키기 위해서였다. 그것을 모르는 가라이는 순진하게도 MW사건이 만천하에 드러나면 유우키의 복수심이 사그라들거라고 생각해 용감한 기자에게 MW의 취재를 부탁한다. 기자는 정의심에 불타서 온갖 압박에도 불구하고 MW사건을 공론화시키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그러는 동안에도 유우키는 용의주도하게 일을 진행시켜 MW를 손에 넣는데 성공하며 가라이를 끌어들이고 서티 중장과 아이들을 인질로 도피하려 한다. 일본 경찰은 이것을 저지하기 위하여 유우키의 쌍둥이 형을 슬쩍 비행기로 들여보내고 그로 인해 발생한 혼란을 틈타 MW를 안고 가라이는 비행기에서 뛰어내린다. 유우키가 결국 인질-겸 파일럿-로 데려온 서티 중장의 총에 쓰러지면서 사건은 일단락된다. 경찰은 쌍둥이 형을 위로하며 풀어주지만 사실 죽은 것은 유우키가 아니라 쌍둥이 형이었다! 경찰서 문을 나선 유우키는 씨익 웃는다.
현대사회의 병폐를 묘사하는 데츠카의 필치도 주목할 만하지만 역시 이 만화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유우키 미치오의 묘사다. 유우키는 잔혹하며 강하고 아름답다. 그의 악행에는 MW가스의 영향이라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지만 아무리 봐도 단순한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명백한 악으로 묘사되어있으며 그 결과 모든 사람이 그를 두려워하면서도 그의 유혹에 버티지 못한다. 특히 신부인 가라이는 그를 지긋지긋해 마지않으면서도 그에게 제대로 저항하지 못하는데 이것은 악에게 끌리는 사람들의 심정을 잘 묘사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살아남는 게 가라이가 아닌 유우키라는 것은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결국 악은 불멸인 것이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 by | 2005/11/01 22:31 | 만화관련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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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츠카가 즐겨쓰는 연출 중 하나로 상호역전을 들 수 있는데 그의 많은 만화에서(특히 중후기) 피해자와 가해자가 결말에 가서 역전됩니다. 이것으로 선과 악은 상대적이라는 관점을 많이 드러내보였습니다. 70년작인 키리히토에도 그런 관점은 여실히 드러나죠. 그런데 76년작인 이 작품만은 독특합니다. 유우키 미치오는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악입니다. 83년작인 '아돌프에게 고한다'에서 다시 상호역전이 등장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 작품은 그냥 이색작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제 블로그(링크해 놨.....지만 서로이웃공개 블로그라.OTL)에 퍼가도 될까요.........수시로 들를테니 혹시 안되면 덧글로 말씀해 주세요;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