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2월 27일
결코 가볍지 않은 닌자만화 '사스케'
시라토 산페이의 주특기라고 하면 역시 닌자를 주인공으로 한 일련의 시대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와타리' '닌자무예장-카게마루전' '사스케' '카무이전'으로 이어지는 닌자만화가 그의 대표작들이다. 이런 그의 닌자만화는 다른 닌자만화와 다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황당무계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던 당시의 닌자만화에 만화에 리얼리즘을 부여하는 극화의 정신을 듬뿍 담아서 그만의 닌자만화를 창조해냈던 것이다. 그의 닌자만화의 가장 큰 특징을 두 가지 들자면 닌자가 사용하는 기술-닌술-에 과학적인 설명을 부여하려 했던 것과 작품 속의 시대상을 사회주의적인 관점에서 계급투쟁으로 재해석해냈다는 것을 들 수 있겠다. 오죽하면 그의 작품인 '닌자무예장-카게마루전'이 격동의 1960년대에 맑스와 레닌의 저작과 동등하게 받아들여졌을까... 그는 드물게 만화에서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구현한 작가였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사스케'는 천재 닌자 사루토비 사스케를 주인공으로 세키가하라 전투 이후에 도쿠가와가(家)가 쇼군가의 지위를 확보해가는 격동의 시기를 그리고 있다. 사나다 유키무라가 패하고 닌자 집단인 사루토비는 뿔뿔이 흩어져서 살아가게 된다. 그러나 당연히 그들을 가만히 둘 막부가 아닌지라 핫토리 한조나 야규 쥬베이 등의 막부의 수하들이 그들을 끊임없이 추격한다. 그 와중에 사루토비 사스케는 아버지 사루토비 오오자루(猿飛大猿)와 함께 가혹하게 수탈당하는 약한 사람들을 도우며 살아간다.
중간 중간의 이야기들은 비슷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데 사무라이들이 눈속임같은 것으로 백성들을 겁주고 수탈해간다->사루토비 부자가 냄새를 맡는다->사루토비 부자와 사무라이 무리들이 대결하고 속임수가 밝혀진다->백성들은 미몽에서 깨어난다의 패턴이 중반까지 반복된다. 백성들이 수탈구조에 주목하게까지 이끈 뒤에 사루토비 부자는 유유히 떠난다. 이 중반까지의 포인트는 흥미진진한 닌술과 대결의 묘사에 있다. 미진숨기, 오보로카게 등의 기발한 닌술을 이용해서 야비하게 백성들을 괴롭히는 무리들을 꺾는 데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그리고 여기에 숙명의 라이벌인 핫토리 한조나 야규 일문과의 대결이 더해지면서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그러나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작품의 분위기는 무거워진다.전반의 활극은 후반의 비극성에게 자리를 내주게 된다. 가장 결정적인 사건은 아버지 사루토비 오오자루의 죽음이다. 이 작품에서 사루토비 오오자루는 무적에 가깝게 나오는데 거의 모든 사건을 척척 해결해내면서 주인공인 사스케가 위기에 몰렸을때 항상 도와주던 그의 죽음은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설상가상으로 바로 뒤이어 사스케의 어머니도 동생을 낳다가 운명하고 만다. 사스케는 남겨진 동생 코자루(小猿)와 함께 살아가려고 노력하지만 부당한 수탈에 저항하는 백성들의 반란과 그에 대응한 가혹한 탄압에 휘말려 동생을 잃고 만다. 결국 모든 것을 잃은 사스케는 쓸쓸히 어딘가로 사라진다.
시라토가 재해석한 일본 봉건 시대속에서 결국 주인공들은 투쟁에 성공하지 못하고 사라져간다. 역사적으로 에도 막부는 백성들의 손으로 타도되지 않았기에 그 주인공들의 투쟁은 패배로 예정되어 있는 것이다. 패배가 뻔히 보이는데도 시라토의 인물들은 세상을 향해 '어리석게' 싸움을 걸고 당연스럽다는 듯이 패배한다. 그러나 그 어리석음을 비웃지 못하고 왜 난 이렇게 치열하게 살지 못했는가를 자문하게 만드는 것이 시라토 작품의 힘이다.

# by | 2006/02/27 02:45 | 만화관련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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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원작을 읽지도 않았지만 언제나 사스케를 보고 '흠~ 흠~... 위험하군...' 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히무자// 후에 등장하는 카무이보다는 인간적인 풍모를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가끔 질질 울기도 하고 말이죠. 카무이는 뭐 비정 그 자체니(바벨2세보다는 약하지만....)
yasujiro// 절판이라도 작품이 나왔던 데츠카 오사무는 그나마 행복한 편이라는 것을 미즈키나 시라토를 볼때마다 느낍니다. 이렇게 푸대접 받을만한 작가들은 절대 아닐텐데 말이죠.
... 바벨2세 때문에 이야기 까지 길어져 버렸군요. 솔직히 말하면 요미가 -382771배는 인간적입니다. (바벨2세의 인간미 수치가 음수라고 볼 때에.) 으음... 그 친구를 욕하다니... 오늘 밤 자는 사이에 집이 무너지니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갈포드: "YES! 드디어 나도 오늘부터 닌자가 되었어요!"
스승: "그래 이제부터 영광스런 코가 닌자의 일원으로서..."
갈포드: "잠깐만... 코가?"
스승: "응, 코가"
갈포드: "가, 가만... 그럼 내가 동경하던 핫토리 한조는..."
스승: "아, 그사람? 이가 쪽인데."
갈포드: "OH NOOOOOOOOOOOOOOOOO!" (;;;)
이후로 한조 하면 꼭 이게 떠올라서 미치겠습니다 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