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가볍지 않은 닌자만화 '사스케' 만화관련

시라토 산페이의 주특기라고 하면 역시 닌자를 주인공으로 한 일련의 시대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와타리' '닌자무예장-카게마루전' '사스케' '카무이전'으로 이어지는 닌자만화가 그의 대표작들이다. 이런 그의 닌자만화는 다른 닌자만화와 다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황당무계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던 당시의 닌자만화에 만화에 리얼리즘을 부여하는 극화의 정신을 듬뿍 담아서 그만의 닌자만화를 창조해냈던 것이다.

그의 닌자만화의 가장 큰 특징을 두 가지 들자면 닌자가 사용하는 기술-닌술-에 과학적인 설명을 부여하려 했던 것과 작품 속의 시대상을 사회주의적인 관점에서 계급투쟁으로 재해석해냈다는 것을 들 수 있겠다. 오죽하면 그의 작품인 '닌자무예장-카게마루전'이 격동의 1960년대에 맑스와 레닌의 저작과 동등하게 받아들여졌을까... 그는 드물게 만화에서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구현한 작가였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사스케'는 천재 닌자 사루토비 사스케를 주인공으로 세키가하라 전투 이후에 도쿠가와가(家)가 쇼군가의 지위를 확보해가는 격동의 시기를 그리고 있다. 사나다 유키무라가 패하고 닌자 집단인 사루토비는 뿔뿔이 흩어져서 살아가게 된다. 그러나 당연히 그들을 가만히 둘 막부가 아닌지라 핫토리 한조나 야규 쥬베이 등의 막부의 수하들이 그들을 끊임없이 추격한다. 그 와중에 사루토비 사스케는 아버지 사루토비 오오자루(猿飛大猿)와 함께 가혹하게 수탈당하는 약한 사람들을 도우며 살아간다.

중간 중간의 이야기들은 비슷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데 사무라이들이 눈속임같은 것으로 백성들을 겁주고 수탈해간다->사루토비 부자가 냄새를 맡는다->사루토비 부자와 사무라이 무리들이 대결하고 속임수가 밝혀진다->백성들은 미몽에서 깨어난다의 패턴이 중반까지 반복된다. 백성들이 수탈구조에 주목하게까지 이끈 뒤에 사루토비 부자는 유유히 떠난다. 이 중반까지의 포인트는 흥미진진한 닌술과 대결의 묘사에 있다. 미진숨기, 오보로카게 등의 기발한 닌술을 이용해서 야비하게 백성들을 괴롭히는 무리들을 꺾는 데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그리고 여기에 숙명의 라이벌인 핫토리 한조나 야규 일문과의 대결이 더해지면서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그러나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작품의 분위기는 무거워진다.

전반의 활극은 후반의 비극성에게 자리를 내주게 된다. 가장 결정적인 사건은 아버지 사루토비 오오자루의 죽음이다. 이 작품에서 사루토비 오오자루는 무적에 가깝게 나오는데 거의 모든 사건을 척척 해결해내면서 주인공인 사스케가 위기에 몰렸을때 항상 도와주던 그의 죽음은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설상가상으로 바로 뒤이어 사스케의 어머니도 동생을 낳다가 운명하고 만다. 사스케는 남겨진 동생 코자루(小猿)와 함께 살아가려고 노력하지만 부당한 수탈에 저항하는 백성들의 반란과 그에 대응한 가혹한 탄압에 휘말려 동생을 잃고 만다. 결국 모든 것을 잃은 사스케는 쓸쓸히 어딘가로 사라진다.

시라토가 재해석한 일본 봉건 시대속에서 결국 주인공들은 투쟁에 성공하지 못하고 사라져간다. 역사적으로 에도 막부는 백성들의 손으로 타도되지 않았기에 그 주인공들의 투쟁은 패배로 예정되어 있는 것이다. 패배가 뻔히 보이는데도 시라토의 인물들은 세상을 향해 '어리석게' 싸움을 걸고 당연스럽다는 듯이 패배한다. 그러나 그 어리석음을 비웃지 못하고 왜 난 이렇게 치열하게 살지 못했는가를 자문하게 만드는 것이 시라토 작품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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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글로리ㅡ3ㅢv 2006/02/27 10:28 # 답글

    음.. 사루토비 사스께랑 키리카구레 사이조가 나오는 사나다 십용사 이야기가 기억나네요... 드라마속의 두 주인공의 대결이 어쩐지 우리나라 서산대사와 사명대사의 도술대결이 생각났습니다... 서산대사는... 제 직계 조상님 되시죠... ㅠㅗㅠ
  • 히무자 2006/02/27 11:14 # 삭제 답글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던 만화였는데 이렇게 소개를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원작을 읽지도 않았지만 언제나 사스케를 보고 '흠~ 흠~... 위험하군...' 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 yasujiro 2006/02/27 16:45 # 답글

    미즈키 시게루가 유령들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과 착취에 희생된 원혼들을 세상으로 불러낸것처럼 시라토 산페이도 닌자와 사무라이들의 이야기 속에 계급 혁명의 문제의식을 담았군요. 장르만화의 재미에 충실하면서도 사회에 대한 가볍지 않은 문제의식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 훌륭합니다.(미즈키나 시라토도 한국의 일본만화 마니아들에게는 참 처참한 대접을 받고있는 작가들이죠)
  • 블랙잭 2006/02/28 02:44 # 답글

    글로리ㅡ3ㅢv// 닌술의 세계도 도술처럼 오묘하지요. 언젠가는 여기에 나오는 닌술을 따로 정리해서 이땅의 닌자를 꿈꾸는 많은 아이들에게 보여줄 야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히무자// 후에 등장하는 카무이보다는 인간적인 풍모를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가끔 질질 울기도 하고 말이죠. 카무이는 뭐 비정 그 자체니(바벨2세보다는 약하지만....)

    yasujiro// 절판이라도 작품이 나왔던 데츠카 오사무는 그나마 행복한 편이라는 것을 미즈키나 시라토를 볼때마다 느낍니다. 이렇게 푸대접 받을만한 작가들은 절대 아닐텐데 말이죠.
  • 히무자 2006/02/28 08:14 # 삭제 답글

    확실히 요코하마가 아무리 쌈박한 작가라지만 바벨2세는 너무했습니다. 사스케는 이쁘기라도 하지... 노출서비스가 있으면서도 그렇게 까지 비인간적인 주인공은 드물 것입니다. 아무말 없이 집을 떠나는 영호(...)만 보아도 당초 얼마나 박정한 녀석인지 알 수 없지만, 목적을 위해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은 도저히 주인공 답지 않더군요. 동료도, 자비도 없는 무서운 삿대질 중학생 입니다.
    ... 바벨2세 때문에 이야기 까지 길어져 버렸군요. 솔직히 말하면 요미가 -382771배는 인간적입니다. (바벨2세의 인간미 수치가 음수라고 볼 때에.) 으음... 그 친구를 욕하다니... 오늘 밤 자는 사이에 집이 무너지니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블랙잭 2006/02/28 12:00 # 답글

    히무자// '바벨2세'는 나중으로 갈 수록 요미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만드는 면이 있었죠. 마지막에 요미가 패배했을때 삿대질 중학생에게 분노를 느꼈던 기억이......
  • 잠본이 2006/03/08 22:02 # 답글

    원래 요코야마 스타일 자체가 주인공은 전능한 대신 감정이 메말라 있고 오히려 조연이나 악역들이 훨씬 인간적이죠. (우연히도 이사람의 닌자만화인 '이가의 카게마루'에서는 핫토리 한조가 사령관 역으로 나오더군요 ;)
  • 블랙잭 2006/03/09 00:40 # 답글

    잠본이// 사스케에서도 한조는 적군 사령관(라스보스?)으로 등장합니다. 아쉽게도 꼬맹이 사스케한테 항상 당하는 역할이긴 합니다만....
  • 잠본이 2006/03/11 14:22 # 답글

    좀 다른 얘기지만 나나세 아오이의 사무라이스피리츠 동인만화 중에 이런게 있죠.
    갈포드: "YES! 드디어 나도 오늘부터 닌자가 되었어요!"
    스승: "그래 이제부터 영광스런 코가 닌자의 일원으로서..."
    갈포드: "잠깐만... 코가?"
    스승: "응, 코가"
    갈포드: "가, 가만... 그럼 내가 동경하던 핫토리 한조는..."
    스승: "아, 그사람? 이가 쪽인데."
    갈포드: "OH NOOOOOOOOOOOOOOOOO!" (;;;)

    이후로 한조 하면 꼭 이게 떠올라서 미치겠습니다 OTL
  • 블랙잭 2006/03/12 01:53 # 답글

    잠본이// 그런 멋진 만화가 있었군요. 확실히 갈포드는 이가 이미지엔 잘 안어울리죠. 이가라면 어렸을때부터 혹독한 수련으로 다져진 프로페셔널 이미지가 강하지 않습니까..
  • 사무라이참프루 2009/02/26 13:11 # 삭제 답글

    나루토에 나오는 이름들과 심히 비슷하네요,
    사루토비 사스케 ;;
    같은 닌자장르 라는게 비슷하네요.
    보면서 아시발 나루토소설은 없는거냐 했습니다 ㅎㅎ
  • 대산초어 2009/02/27 00:35 #

    사루토비 사스케는 사나다 유키무라의 부하로 유명한 닌자지요. 아마 '나루토'의 사스케도 여기에서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습니다.
  • 최현우 2009/06/03 19:11 # 삭제 답글

    너무너무 질려 죽겠습나다!!!!!!!!!!!!!!!!!!!!!!!!!!!!!!!!!!!!!!!!!!!!!!~~~~~~~~~~~~~~~~~~~~~
  • 최현우 2009/06/03 19:12 # 삭제 답글

    하이 예예에!!!!!!!!!!!!!!!!!!!!!!!!!!!!!!!!!!!!!!!!!!!!!!!!!!!!!!!!!!!!~~~~~~~~~~~~~~~~~~~~~~~~~~~~~~~~~~~~~~
  • 최현우 2009/06/03 19:13 # 삭제 답글

    그런데, 이게, 진짜 나루토 맞아?????????????????????????????????????????
  • 최현우 2009/06/03 19:15 # 삭제 답글

    난사스케가1위고, 2위는네지고, 3위는가아라고, 4위는나루토이야!..........................................................
  • 토버모리 2009/06/07 15:41 #

    '나루토'는 보다 말아서 잘 모르겠네요,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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