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1월 19일
그냥 존재하는 녀석 "Z쨩"

로즈쨩, 날 좋아해?
응, 정말 좋아해.
얼만큼? 우주에서 제일?
음, 우주에서 제일 좋아하는 건 백화점이려나?
쳇, 실망이야.
응, 정말 좋아해.
얼만큼? 우주에서 제일?
음, 우주에서 제일 좋아하는 건 백화점이려나?
쳇, 실망이야.
예전에 프레데릭 쇼트의 '이것이 일본만화다'란 책에서 이구치 신고의 'Z쨩'을 소개하는 글을 봤을때 난 매우 의아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정작 작품에 대한 설명은 거의 없고 저자 자신이 이구치 신고를 만난 경험담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그 글에서 내가 얻어서 현재까지 기억하고 있는 건 '이구치는 괴짜다, 그것도 매우!'란 상당히 위험한 선입견을 낳을 수 있는 쇼트의 이구치에 대한 인상뿐이었다. 그래서 작품을 직접 보고 싶었지만 구하기 쉬운 작품은 아닌지라 호기심만 커져 갈 뿐이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중고 서점에서 'Z쨩'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읽고 난 뒤에 쇼트가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대체 이 작품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주인공인 Z쨩은 태어났을 때부터 11살이고 꼬깔모자에 가면을 쓰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절친한 친구인 파란색 쥐 리처드 섹스가 되는 대로 붙인 것이다. Z쨩은 로터스 헤븐의 작은 집에서 흑인 가정부 신디, 리처드 섹스, 섹스의 가엾은 삼촌, 피노키오처럼 생긴 닉과 함께 살고 있다. 그는 노래하는 해바라기 후루카와씨의 노래를 듣거나 '코펜하겐의 희망없는 형제'에 대해 생각하거나 따분하기 그지 없는 비디오를 보거나, 리처드 섹스와 함께 Z파우더를 핥고 모든 것을 잊고 놀거나 하면서 지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심부름 도중에 길을 잃은 소녀 로즈쨩의 전화를 받고 그녀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Z쨩도 그녀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없다. 그녀는 자신이 살던 로즈 헤븐으로 돌아가고 싶어하지만 로터스 헤븐을 벗어난 적이 없는 Z쨩이 로즈 헤븐이 어딘지 알리가 없다. 그러나 피노키오처럼 생긴 닉이 알고 있어서 그녀는 무사히 로즈 타운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Z쨩과 로즈쨩은 이 사건으로 친해지게 된다.
이런 만화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개연성의 ㄱ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하기 이전에 논리적 서사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그런 만화다. 이 작품은 "왜"에서 자유로운 하나의 날세계를 제시함으로써 묘한 해방감을 읽는 독자들에게 안겨준다. Z쨩은 11살에 꼬깔모자와 가면을 쓰고 있지만 이유는 없다. "그냥" 그럴 뿐이다. "왜"의 세계에서 산다고 생각하는 우리들은 항상 그 질문에 대답하기 위한 "답"을 찾으려고 애쓰지만, 정확한 "답"이란 존재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없는 것을 내놓기를 강요하는 "왜"에 대해 노이로제에 걸리게 된다. 이 작품은 그러한 노이로제로 "잠 못드는 아이들을 위한 이상한 이야기"다. 가끔 고민을 접고 "그냥"의 세계, 로터스 헤븐에 Z쨩을 만나러 가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 아닐까.
-뱀발-
이 작품은 1월 20일에 세이린코게이샤에서 개정판으로 발간할 예정입니다. 아마 어렵지 않게 구하실 수 있을듯... ISBN은 4-88379-233-7입니다.
# by | 2007/01/19 10:19 | 만화관련 | 트랙백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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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오케이, 땡스. 무사히 뽑았다.
나오면 정말 구해봐야겠습니다+_+
ㅉㄱ// 시간은 많이 남는데 인터넷할 시간이 별로 없다보니...
밥은 하루에 네끼씩 꼬박꼬박 먹고 있으니 걱정마.
너야말로 공부하느라 힘들텐데...
비공개// 전 겉과 속이 일치하는 솔직하고 정직한(...)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