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2월 23일
하드보일드한 만화의 길을 가다(4)完

그리고 만화의 길은 이어진다...
타카노 흰 종이에 검은 것으로 선을 긋는다는 것은 앞으로도 계속될까요? 전 말이에요, 이 세상에서 만화는 그렇게 오래갈 것 같지는 않을 것 같아요. 마쯔모토씨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마쯔모토 그럴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전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평생 만화를 그리고 싶습니다. 단지 지금은 그것이 생업이 되어있지만 이런 시기가 그렇게 오래가지 않을 거라고 쭈욱 느끼고는 있습니다.
타카노 그래도 종이에 검은 것으로 선을 긋는다는 것은 좋아요?
마쯔모토 그렇습니다.
타카노 색을 넣지 않아도 즐겁나요?
마쯔모토 가끔은 칠하고 싶어집니다만.
타카노 두루마기같은 것도 그리고 싶다고 하셨으니(웃음)
마쯔모토 저도 가끔, 제 자신이 아니라 만화가 정말 어디까지 이어질까?하는 걸 생각해보는데요, 생각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웃음).
타카노 너무 빨리 고갈되지 말아 주세요. 고갈되는 건 제가 이제부터 할테니깐(웃음), 너무 금방 따라오시면 안돼요. 10살차이니까.

마쯔모토 전 만화를 처음 그리기 시작했을때 "왜 온 세상 사람들이 이걸 하지 않는걸까?" "이렇게 멋진 일인데"라고 엄청 진지하게 생각했습니다.(웃음) 하지만 그걸로 밥을 벌어먹고 살게 되면서 점점 알게 된 것은 우선 혼자 있는 걸 좋아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 혼자 있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꽤 많죠. 그리고 계속 책상앞에 앉아서 자신의 공상같은 것과 상대하는 건,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겠지만 모두가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하지만 그것을 알게 되는데까지 몇년이나 시간이 걸려서 "모두가 만화를 그리면 모두 행복해질 수 있어"라고 진심으로 생각했습니다(웃음).
타카노 아, 저도 그런 생각한 적 있어요(웃음).
마쯔모토 하지만 역시 제게 있어서 타카노씨의 만화는 특별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작가 앞에서 해봤자 별 수 없다고 할까, 가끔 저도 그런 소릴듣지만 어떻게 해 줄 수 없으니까 그런 말은 해주지 말았으면 합니다만(웃음). 실은 저같은 경우 "만나지 않을 작가 리스트"같은 것이 있어서 오토모씨나 타카노씨, 모치즈키 미네타로씨, 츠치다 세이키씨하고... 그리 수가 많지는 않지만 너무나 좋아해서 만나지 않기로 결심했었습니다. 그런데 저도 슬슬 마흔이 되어가니까, 이젠 해금할까하고 생각합니다(웃음) 타카노씨는 데뷔하시기전에 "이렇게 되고 싶다"라고 생각한 사람이 있었나요?
타카노 네, 쭈욱 하기오 모토. 한사람.
마쯔모토 그런가요. 전 전혀 읽은 적이 없었습니다만, 보름쯤전부터 사호씨가 하기오 모토씨에 빠진지라 읽게 되었습니다. "포의 일족"이라든가... 그래서 "타카노씨도 하기오 모토씨를 좋아하지 않을까?"라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타카노 어머, 그런가요?(웃음). 고등학교때엔 "어떻게 하면 문하생이 될 수 있을까?"하고 생각했더랍니다. 간호학생이었으니, 건강관리담당이라도 시켜달라고 할까..하고
마쯔모토 하지만 안됐죠?
타카노 그래요. 지금, 만화를 그리고자 하는 젊은이는 당연한 듯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지 않나요? 마쯔모토씨는 애니메이션 좋아하시나요?
마쯔모토 요즘 "쟈린코 치에"의 DVD가 나왔는데 전 "쟈린코 치에"를 정말 좋아해서 치에가 첫사랑이었던 것 같습니다(웃음). 다카하타(이사오)씨가 만들었다는 것 같은데 애니메이션도 정말 잘 만들어졌죠. 그리고 미야자키(하야오)씨의 작품이나 "기동전사 건담"도 좋아하지만 아무래도 전 애니메이션은 그다지 보지 않는 편일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철콘근크리트"는 정말 재미있으니까 TV에서 방영하면 꼭 봐주세요.
타카노 아뇨, 극장에 갈게요. 전 실사든 애니메이션이든 영화는 TV로 보는 것 보다 커다란 스크린으로 보는 게 좋답니다.
-앞으로의 이야기랄까, 방금 전 마쯔모토씨는 우산만들기 공정을 만화로 그리고 싶다고 하셨는데 왜 우산인가요?
마쯔모토 우산은 일단 보기가 예쁘지 않습니까, 그리고, 무슨 쟈노메우산의 제작과정을 연속사진으로 봤더니 엄청 아름다워서 그걸 그리는 건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읽을 거리로서는 재미없을 겁니다, 분명(웃음). 하지만 손안에서 빙글빙글 돌리는 하나하나의 작업을 그리고 마지막에 불을 끄고, 마누라나 누군가가 가지고 온 맥주를 아저씨가 마시는, 이런 곳까지 그린다면 아름답게 그려지면 정말 기분좋은 작업이 될거라고 말이죠. 독자들은 엄청 따분해할지도 모르지만(웃음).
타카노 저도 그런 방법은 뭐가 있을까 생각한답니다.
마쯔모토 열심히 연구를 하면 될까요? 전 요리를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해서, 두 연인 게이가 나와서 "달걀 좀 깨줘"라든지 "바닐라 엣센스는 싫어"라든지 하는 대화도 조금 하면서 읽고 난 사람들이 그 케익을 보고 만들 수 있는 만화를 그리면 재미있을거라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타카노 재미있겠네요.
마쯔모토 사실 그냥 케익을 만드는 아줌마가 나와서 단순히 케익을 만드는 하우 투를 그리면 되겠습니다만. 그 다음엔 우산을 만드는 아저씨, 모두가 "만든다"는 걸로 연결된 만화를 아름답게 그릴 수 있다면 얼마나 즐거울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분명 짤리겠죠(웃음).
타카노 그렇겠죠(웃음). 지금은 업계에서도 두근두근하면서 볼 수 있는 만화쪽이 숨을 헐떡헐떡이고 있다는 느낌이 드니까요.
마쯔모토 하지만 저도 "또 "철콘근크리트"같은 걸 왜 안그리죠?"같은 소리를 들어도 "못 그려"라고 생각할테니까요. 훨씬 전엔 저도 "왜 오토모씨는 "동몽"같은 걸 또 그리지 않는걸까?" 혹은 "왜 타카노씨는 "친구"같은 걸 또 그리지 않는걸까"하고 엄청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만 그런 건 무리야!라는 걸 요즘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웃음). 그런데 타카노씨는 그림이 서툴렀던 시절이 없네요. 그림체는 변해가지만, 미완이란 느낌이 없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타카노 아뇨, 그건 잘 그릴 수 있는 데만 그려서그래요. 정말 모르는 데도 산더미같이 있지만, 그런 걸 보이지 않고 있을 뿐이죠.

마쯔모토 제가 제멋대로 "어깨를 타고 났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타카노씨가 그렇습니다.
타카노 어깨를 타고나요?
마쯔모토 전 기본적으로 그림으로 구별하는데요, 시시한 말이지만, 그림을 잘 그린다고 할까. 물론 주관이지만서도 열심히 그리는 거하고 어깨를 타고 난 건 전 다르다고 생각해서 그런 의미로 어깨를 타고 난 사람을 엄청 동경한답니다. 우키요에화가중에서도 호쿠사이같은 사람이 엄청 어깨를 타고 난 사람이지만 쿠니요시-전 좋아하지만-는 열심히 그리는 쪽이죠. 어깨를 타고난 사람 본인으로서 "너희들이 열심히 그려봤자 그거일지도 모르지만 난 달라"란 느낌을 아시는지요?
타카노 어머, 제가 그런 식으로 말한 적이 있나요? 없어요(웃음). 있잖아요, 그런 건 그렇게 믿는 게 장땡이에요. 자기암시죠. 그저. 남편이 그러더군요. "당신이 그린 만화는 감기에 걸렸을 땐 읽고 싶지 않더군"이라고.
마쯔모토 분명, 저도 감기에 걸렸을땐 타카노씨의 작품을 읽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웃음). 각자 TPO가 있으니까
타카노 하지만 타고난 어깨가 강하면 주위에서 아무 말도 해주지 않게 되죠. "이건 완전히 실패작이야"하고 생각하면서 건넸는데 "으음, 훌륭하군요."란 말을 듣고 그렇죠. 이제 이렇게 되면 스스로 잘 제어하지 못하면 큰일이라고 생각해요.
마쯔모토 저도 한 번, 원고를 내면서 "여긴 이렇게 하는게 좋을까요, 아니면 저렇게 하는게 좋을까요"하고 말했는데 담당하는 편집부분이 전화 건너편에서 큰소리로 웃으면서 "제가 어떻게 마쯔모토씨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해서 화들짝 놀랐습니다. 그때는 호리씨에게 보내서 호리씨가 봐주긴 했습니다만, 큰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지금 이야기가 흘러가는 걸 보면 마치 제가 어깨를 타고 났다는 것 같습니다만, 전 사실 어깨를 거의 못 타고 났습니다. 그래서 제가 제 만화를 보면서 "나 혹시 어깨를 타고 난 것 아닐까?"하고 생각하는 데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 어떨지, 여든쯤 되면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꿈을 가지고 계속 도전하며 그리고 싶습니다.(웃음)
마쯔모토 타이요, 만화가
타카노 후미코, 만화가
2006, 11, 20 신주쿠 나카무라야에서 수록
사실 마쯔모토 타이요가 말하는 게 조금 이상해서 옮기면서 애먹었고 뉘앙스가 틀린 곳도 적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차차 수정해나갈 생각이니 양해해주시길... 그리고 3월 중순쯤에 타카노 후미코 특집을 조금 해볼까 생각 중입니다. 쾅이 지령을 제대로 수행해서 책이 도착하게 되면 즉시 착수할 예정입니다. 기대는 별로 하지 마시기를^^.
# by | 2007/02/23 15:44 | 만화관련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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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좋다. 부럽다. "타고난 어깨라"크하하.
전 어깨가 없습니다만. 쳇..
마츠모토의 저 대사만 봐도 정말 행복해 하면서 작업을 하고 있구나가 느껴집니다.
저도 노력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