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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에게 있어서 <만화의 길>(1)

유리카 2002년 7월호에 실린 타카노 후미코와 나나난 키리코의 대담입니다. 3회로 나누어서 졸역하겠습니다.


좌 나나난 키리코, 우 타카노 후미코


여자들의 투고시대

나나난 제가 타카노씨의 작품과 처음 만난 건 <복숭아 엉덩이 아가씨>(하시모토 오사무)의 문고본 표지였어요. TV드라마 <복숭아 엉덩이 아가씨>를 좋아해서 하시모토씨의 원작을 찾아봤더니 표지를 타카노씨가 그렸던 거죠. 중학교 2학년 때였어요. <무화과 보이와 오이꼬마>의 그림을 보고, "아, 이런 만화를 그리고 싶어"하고 처음 느꼈습니다. 그 그림을 정말 좋아했어요.
전 만화는 거의 읽지 않아요. 하기오(모토)씨도 제대로 안 읽은 걸요. 요시다(아키미)씨를 알게 된 것도 영화 <벚꽃 정원>을 고등학교때 비디오로 보고 나서였고, 만화가 있다는 것도 몰랐죠. 우선 시골이라서 정보량이 적었어요.

타카노 그랬는데 <가로>에 그렸다는 건 같은 니아가타인데도 나나난이 사는 곳은 언더그라운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가? 바로 옆 도시지, 내 고향하고, 나나난의 고향?

나나난 니이가타에 있을 때에, 우선 소녀만화지에 투고를 중학교때부터 했어요.

타카노 그랬구나!

나나난 <별책 마가렛>같은 왕도 잡지에 갔었지만요. 니이가타에선, 여자가 데뷔하려면 <별책 마가렛>같은데가 있어서 열심히 그쪽으로 가려고 했는데, 무슨 위화감을 느껴서(웃음), 이게 아니라고 계속 생각했죠.
마침 그때, 오카자키 쿄코씨 세대가 나와서 처음으로 오카자키씨를 보고 '아아 이렇게 자유롭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도쿄로 나와서 전문학교에 들어갔더니 주위에서 <가로>하고 몇몇 잡지가 멋있다고 하길래.

타카노 그래. 아, 만화가 지망인줄은 몰랐고 일러스트레이터 지망인데 가끔 만화를 그리는 줄로만 알았어.

나나난 5살때부터 만화가가 되겠다고 큰소리는 쳤지만 부모님이 융통성이 있게 전문학교에 가라고 하길래, 만화가가 되지 못하면 일러스트레이터가 될 길을 만들어 두자고 생각했어요. 타카노씨는 처음부터 만화가라고 생각하셨나요?

타카노 5살때는 그랬지. 하지만 나나난하곤 나이가 15살이나 차이나잖아. 전문학교라는 발상이 없었어, 단지, 겪은 과정은 거의 나나난과 비슷해. <별책 소녀코믹>에 투고했어. 고교 2학년때 16페이지를 보냈지.

나나난 그래요, 16페이지, 투고작품의 페이지 규정이.

타카노 그랬더니, 노력상을 받았어.

나나난 갑자기?

타카노 그래, 헤헤헤(웃음)

나나난 우와, 굉장해요! 전 ABC클래스에서 위로 못올라가고 이름은 실렸지만 그건 투고하면 전원 실리는 거고....

타카노 그렇지 않아, <마가렛>류의 잡지는 초등학생에서부터 엄청 투고가 많이 와서, ABC에 실리면 어느 정도, 이 아이는 장래 만화가가 되겠군, 하고 생각해. 반 이상은 그냥 떨어지지.

나나난 그랬구나. <복숭아 엉덩이 아가씨>에 푹 빠져 있었던 때 펜네임도 "사메가이"라든가 "키가와다"같은 <복숭아 엉덩이 아가씨>의 등장인물 이름을 따와서(웃음), 매번 펜네임을 바꾸고 그랬어요. 그런 부분에서도 영향이 담뿍 나타나 있죠(웃음).
사진은 야후 옥션에서

타카노 <마가렛>에선 누굴 좋아했어?

나나난 츠무기 타쿠요. 중 2때부터 일까, 그 안에서도 어른스런 거랄까, 그런 거에 눈이 갔죠.

타카노 그러고 보니, 츠무기 타쿠도 <마가렛>이었으니, 그렇게 "아동지향"만화를 그려서 투고하진 않았겠군.

나나난 타카노씨는 어땠어요?

타카노 나도, 아동만화는 왠지 모르게 처음부터 그리지 않았어. 난 말이지, 하기오 모토에게 칭찬받으려고 투고했었거든. 그래서 <별책 소녀코믹>

나나난 투고 작품 아직도 가지고 계시나요?

타카노 응.

나나난 보면 어때요?

타카노 아무렇지도 않아.

나나난 다른 사람이 봐도?

타카노 응, 보여 준 적도 있고.

나나난 전 조금.....(웃음). 아마 어딘가에 있겠지만 제가 봐도 닭살이 돋을 정도로 소녀만화라서(웃음)

타카노 나도, 제대로, 눈에 별 넣고, 꼼꼼히 점찍고 있었는걸, 뭐. 집중선 같은건 잘 그렸으니까.

나나난 이야기도 러브스토리?

타카노 김나지움을 배경으로 한....하하하(웃음). 절대로 일본을 무대로 안하지. 서양을 배경으로, 롱 드레스를 좋아했거든. 하지만 왠지 어두워. 이야기가(웃음). 왜일까. 나나난은 지금 딱 가운데에 있는 시기라서 그렇지, 10년정도 더 있으면 그런 과거의 작품을 읽을 수 있게 될거라 생각해.

나나난 그럴까요?

타카노 예를 들어서 17살의 자신이 지금 여기에 와서 "나나난 선생님, 이거 그렸어요. 봐주세요."라고 말하면....

나나난 "넌 절대 만화가가 될 수 없어!"라고 말할 거예요. "안 돼!"하고(웃음).

타카노 그럴까, 난, 꽤 귀여운 녀석이라고 생각할 것 같아(웃음).

나나난 10몇살때의 나라면 의욕은 높이 사겠지만, 조금 쓸데없는 의욕이라 생각할지도(웃음).

타카노 흐음(웃음).

나나난 투고시절에도 확실히 데뷔하겠다는 기분은 있었나요?

타카노 글쎄.....근데 확실히 인기는 없겠다고 생각했어.

나나난 그건 "인기 있고 싶지 않아"였지 않아요(웃음)?

타카노 아냐, 그런. 난 그렇게 고집이 세지 않았거든. 실생활은 말야, 엄청 울보에 겁쟁이. 나나난은 샐생활에선 엄청 활기찬 학생이지 않았어? 활발한 아가씨라던가 근처의 어른에게 그런 말을 들었을 것 같아.

나나난 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테다!'라고 생각했어요. 전 5살때부터 만화가가 되겠다고 결심하고 있었으니까 만화가 이외의 인생같은 건 생각도 안 해봤죠. 삐뚤어졌을 때, 생선가게 아들에게 반해서, 장래 생선가게를 물려받을거라고 생각한 적은 있지만요(웃음).

타카노 삐뚤어졌을때(웃음)? 멋있다. 불량스러워서 좋네.

나나난 지금은 엉망진창이지만 언젠가 반드시 만화가가 되고 말거라고 생각하면서 투고 하다가, 아무리 투고해도 뽑히지 않았기에, 이건 상대가 보는 눈이 없어서라고 생각했죠.

타카노 하지만 만화가가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을지는 모르지만, 그걸로 먹고 살 수 있을거라 생각했었어? 난 지금도 먹고 살지 못하고 있는데, 먹고 살 수 있다곤 예전이나 지금이나 생각안해. 만화로 먹고 사는 사람을 보면 저렇게는 못하겠다는 느낌이 있어.

나나난 으음, 전 정신차려보니 만화이외엔 아무 일도 안하고 있었어요.

타카노 지금 만화를 그만두면 할 수 있는 직업은 있어?

나나난 절대 무리.

타카노 포기한거야?

나나난 예, 5살때부터 포기했어요.

타카노 난 언제라도 바로 돌아갈 수 있게 준비하고 있어.

나나난 간호부셨죠?

타카노 그래, 지금도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게, 때때로 간호부용 전문서적을 읽거나, 그런 확인은 하고 있지.

나나난 와, 그렇군요.

타카노 간호부 시절에 사귀었던 친구들도 아직 있어서 직장을 소개시켜 준다고 말해주고 그래.

나나난 흐음, 전 그다지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타카노 생각해 두는 게 좋을 걸(웃음).

나나난 지금 당장 만화가 일을 할 수 없게 되거나 일이 없어지거나 해서 그만두고 다른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해도, 언젠가 다시 10년후엔 만화를 그릴거라고 생각하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지만요. 이대로 평생 만화를 그리지 않고 어딘가로 가라고 그런다면 아무 생각도 못하게 될 지도 몰라요.

타카노 그래, 그만큼 좋아하는구나, 만화를.

나나난 그런데 "좋아"하지는 않아요(웃음).

타카노 그렇지?

나나난 점점 "보통"이 되어 가곤 있지만.

타카노 언젠가 "싫어"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진 않아?

나나난 벌써 싫어진지도 모르겠어요(웃음). 뭔가를 그리고 있을 때는 전혀 즐겁지 않은데, 완성된 단행본을 술에 취해서 다시 읽어보면 그게 즐거워서, 그 때문에 만화가 일을 하고 있어요(웃음). 타카노씨는 즐거우세요?

타카노 그리기 전엔 즐거운데 그리고 있는 중엔 힘들지 않아?

나나난 힘들죠.

타카노 마감일은 코앞인데 이젠 한계, 졸릴 때엔 "1시간만 더 그리면 분명 만화가를 그만두게 되고 말거야, 그러니까 자자"하고 선언하고 자는거야. 1시간만 더 늦으면 원고 펑크나는 상황에서도, '원고 펑크내는 것하고 내가 평생 만화를 싫어하게 되는 것하고 어느 게 더 큰 사건일까, 평생 만화가 싫어지는 쪽이 내게 있어서도 주위에 있어서도 마이너스잖아'하고 자는거지.

나나난 역시 일생의 스케일로 <만화를 그린다>는 걸 생각하게 되죠. 1달 2달의 마감이 아니라.

타카노 편집부 사람은 <이번달>이라고 말하지만 '그건 당신네들에게나 이번 달이고 내게 있어선 평생의 문제라고, 지금'하고 말야.

나나난 전 단행본을 내서 그 단행본이 50년뒤에도 읽혀지도록 하기 위해서 그리고 있어요. 타카노씨도 펑크내신 적 있어요?

타카노 없나. 페이지 줄이거나 한 적은 있지만.

나나난 저도 지금까지 다행히도 한 번도 펑크낸 적은 없지만요.

타카노 하지만 느려?

나나난 엄청 느려요. <느리다>고 할까 타카노씨도 <천천히>그리신다고 생각하는데, '꼼꼼히 그리는 거예요, 느린 게 아니라...'라고 저 스스론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to be continued

by 대산초어 | 2007/03/07 20:52 | 만화관련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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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과객 at 2007/03/07 23:50
작가분 둘 다 자기 만화와 분위기가 비슷하네요! 만화의 길 다음 것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충키 at 2007/03/08 00:21
바로 옆에서 두 작가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네요 ^^
두분 다 치열한 작가정신이 느껴지네요. 멋집니다.
Commented by at 2007/03/08 14:45
나나난씨 저렇게 생기셨구나.. 항상 궁금했는데
만화보면서 항상 손을 참 예쁘게 그리시구나하고 생각했는데 작가님도 손이 이쁘시네요 ^^
대화중에 모르는 만화가 많이 나와서 아쉬워요..
Commented by 대산초어 at 2007/03/08 22:23
과객// 작품이 다 작가를 닮게 되어있죠.

충키// 다음 분량부터 사적인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합니다.

딩// 저도 언급된 작품을 본 적은 없습니다(무책임..)
Commented at 2007/03/09 20:1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이오냥 at 2007/03/10 01:32
나나난 키리코가 이렇게 미인일 줄은 몰랐어요.
만화만 보고서는 이 작가는 도시에서 자란 도시처녀겠거니 했는데
완전히 잘못 짚었네요.
Commented by 대산초어 at 2007/03/10 19:00
ㅉㄱ// 다운은 못받고 그냥 듣고 있다. 바쁠텐데 수고

이오냥// 확실히 작품에서 풍기는 분위기하곤 딴판이죠^^.
Commented by amalthea at 2007/03/11 01:44
제가 만화에서 본 나나난의 이미지는 오히려...말하자면
어린 나이에 일찌감치 도시로 와서 남들이 보기엔 놀라울 정도로 빨리 촌티를 벗고 적응한 것처럼 보여도 밤마다 자취방에 돌아와서는 혼자 술먹고 울다가 잠드는 시골 출신 처녀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런 느낌을 대면하고 싶지 않아서. 개인적으로 나나난의 만화를 슬쩍 기피하는 것 같아요.
Commented by 대산초어 at 2007/03/13 08:35
amalthea// 그렇군요^^. 나나난은 도시 작가란 선입견을 가지고 작품을 봤던 것 같습니다. 이제 다시 읽어보면 또 다른 느낌을 주겠죠.
Commented by 대산초어 at 2007/03/14 16:44
labi// 죄송합니다^^. 아직은 없습니다. 일단 도로로부터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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