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gloos | Log-in


아에라 코믹 무크 타카노 후미코 인터뷰

만화 블로그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 급졸역을 해봤습니다.
테즈카 오사무 상 10주년을 맞아서 아사히 신문사에서 발행한 아에라의 무크지 "일본의 만화"에 실린 타카노 후미코의 인터뷰입니다. 시기적으론 예전에 올렸던 나나난 키리코와의 대담과 마츠모토 타이요와의 대담 사이입니다.
테즈카 상 수상자들 인터뷰니 만큼 포커스는 '노란 책-자크 티보란 이름의 친우'에게 맞춰져 있습니다(..라고 하지만 만화 이야길 별로 안했네요).
이 무크 지에 발표한 단편 '종이접기로 학을 접어보자'가 현재로선 타카노 후미코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언젠가는 꼭 돌아오시길 빌며...

이야기가 태어나는 순간 interview with Fumiko Takano
photo 아사히신문사


-수상작인 ‘노란 책’은 독서를 테마로 한 작품이네요.
“독서는 중요하다”든가 “활자에서 멀어지는 것은 좋지 않다”든가 그런 말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에요. 읽지 않는 게 좋았을 책과 만나는 경우도 있죠. 오히려, 책 같은 건 많이 읽지 말고 현실을 사는 게 좋다는 사고 방식도 있구요. 실은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만화를 그리지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셨나요?
현실적인 것만 하는 일을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계속 생각했어요. 이 이상 이 일을 계속하면 사람하고 멀어져서 보통 사람으로 돌아가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이 있었어요. 이 무렵부터 소설이든 영화든 픽션을 접하고 감정이입을 하면 뱃멀미를 하는 것처럼 기분이 나빠졌습니다. 자신이 그린다고 해도 주인공의 감정에 휘둘리고 말아요. 그런 게 없는 곳으로 가고 싶어졌지요. 그래서 맨 처음 책을 좋아하게 되고, 만화라는 걸 그리게 된 계기에 대해 그려보자고 생각했어요. 헌책방에서 5권 세트로 사서 몇 십 년 동안이나 펼쳐 보지도 않았던 “티보 가의 사람들”과 중학교 때부터 써온 일기를 꺼냈죠. (만화를) 다 그리고 나선 더 이상 생각해 낼 것도 없어서 일기도 책도 버렸어요.
(C) Fumiko Takano/ Kodansha

-그 후의 독서 경향은 어떠세요?
픽션 말고 다른 책도 재미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도감이나 사전, 역사책…. 조카가 가지고 있던 센터시험(우리나라로 이야기하자면 수능) 기출문제집을 본 것이 계기였죠. 현대문의 예문을 읽어보니 재미있더라구요. “문학이란 무엇인가”나 “탈근대”나, 언젠가는 답이 나오겠지 하며 열심히 만화를 그려도 찾을 수 없었던 답을 훌륭하신 선생님들이 써놓으셨더군요. 이런 문장을 읽으면 소설을 읽을 때 부는 습하고 미지근한 바람이 아니라 초원의 산들바람 같은 상쾌한 바람이 불어요(웃음). “도설 세계의 역사(소겐샤)”도 좋죠. 그런 걸 만화로 그릴 수 없나 생각도 한답니다.

-이번에 새로 그리신 단편 “종이접기로 학을 접어보자”는 그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는 건가요?
이야기가 아닌 ‘How to 만화’를 시험 삼아 그려봤어요. 목적은 학을 접는데 도움이 될 것. 주인공은 여자애가 아니라 학이지요. 하지만 결국, 점점 여자애가 뭔가를 더 이야기하게 되네요. “또 쓸데없는 이야기 하려고 그러지? 시끄러워!” 라고 생각하면서 그렸습니다.

-만화는 욕실 탈의실에서 그리신다고 하시던데요.
가장 인기척이 없는 곳이라서요. 거기에다가 작업장에 책상을 놓지 않더라도 펜과 종이만 있으면 어디에서든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싶거든요. 그림도 “뎃생력이 없어도 만화를 그릴 수 있어”하고 젊은 사람들이 용기를 얻어서 다음 날부터 만화를 시작할 수 있는 것 같은 걸 그리고 싶어요.

-하지만 완성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시지 않습니까? 수상작엔 3년이 걸렸지요.
많은 시간을 멋대로 사용할 수 있었기에 그릴 수 있었던 작품이라 생각해요. 딱 마감 약속을 하고, 만화로 먹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으면 그릴 수 없었겠죠. 그런 의미에서 전 프로 만화가라고 할 수 없어요. 지금도 전혀 그리고 있지 않지만 항상 만화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루 24 시간 중에 만화가가 아닌 때가 없을 정도로요.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

by 대산초어 | 2007/12/06 19:43 | 만화관련 | 트랙백 | 덧글(25)

트랙백 주소 : http://bjkun.egloos.com/tb/3518401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rhone at 2007/12/06 21:04
빈말이 아니라 답변 하나하나가 모두 읽기를 멈추고 생각에 빠지게 하네요. 픽션과 논픽션의 감각에 대해 '소설을 읽을 때 부는 습하고 미지근한 바람이 아니라 초원의 산들바람 같은 상쾌한 바람'이라고 표현한 부분에서 특히 공감이 갑니다.
자신이 그린다고 해도 주인공의 감정에 휘둘리고 만다-는 부분에서도 깊이 공감했습니다. 어쩌면 창작이란 자신의 절실한 기분을 공유해줄 타인을 만들어내고(캐릭터), 공모하는(감상자) 활동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Commented by 뎡야핑 at 2007/12/07 11:07
오오오... 뭐랄까 역시 훌륭하신 분. 근데 저는 작가님 만화보다 인터뷰가 더 재밌어요=_=;
Commented by 눈의엘프 at 2007/12/07 11:27
인텨뷰가 마음에 와닿습니다...
Commented by Ash_50 at 2007/12/07 11:29
정말로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 소설을 계속 읽다보면 뭐랄까, 가끔 짜증이 날 때가 있어요. 별로 한 것도 없는데 피곤해지고. 단지 논픽션이라고 해서 다 초원의 산들바 같이 상쾌하진 않았지만요.
(오히려 책을 집어 던지게 만드는 것도 많고. ....하긴, 그 경지라면 그건 이미 소설일 때가 많으니 저 말이 맞는 걸지도.)
Commented by ether at 2007/12/07 13:31
작품에서 본 느낌 그대로의 분이시네요...
Commented by 대산초어 at 2007/12/07 20:20
rhone//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군요.
뎡야핑// 오토모 카츠히로랑 대담한 것도 있는데 너무 분량이 막대해서 엄두를 못내고 있습니다.
눈의엘프// 그런가요^^?
Ash_50// 저도 요즘엔 픽션을 읽을라치면 남의 집 현관에 우두커니 서있는 것 같은 뻘쭘한 기분이 들더군요. 그래서 책을 펼치지도 않고 내려놓는 일이 늘어났습니다.
ether// 뭐, 그렇지요.
Commented by 바나 at 2007/12/07 21:18
이리 훌륭하신분의 만화를 더이상은 볼수 없을지도 모르는건가요; 슬프네요.(꼭 돌아오셔야 할텐데.ㅜ.ㅜ)
인터뷰 잘 읽었어요. 재밌네요. ㅎㅎ
Commented by at 2007/12/07 22:54
많이 많이 생각하게 되네요.. 요즘의 저는 생각이 많아져서.. 만화를 그리는 것은 즐거운데 이야기를 생각해내기가 너무 어려워졌어요..
내 얘기를 하기도 거짓 이야기를 꾸며 내기도 모두 거북해져버렸어요.. 몇 번 완성해내지도 않고 이런 기분이 드는 제가 한심해지는..ㄱ-
아앗 또 푸념을..;; 타카노 후미코님을 더 많이 많이 알고 싶네요..
Commented by 대산초어 at 2007/12/08 01:52
바나// 뭔가 또 엄청난 작품을 가지고 돌아오실 거라고 믿으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딩// 알면 알수록 더 알고 싶은 작가지요. 그런데 막상 자료나 작품은 많지 않아서 사람을 괴롭게 만듭니다....
Commented by 백삼 at 2007/12/09 00:25
알면 알수록 아름답다? 따위의 생각을 하게 만드는 분인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과객 at 2007/12/09 00:27
음 창작을 하면 할수록 현실로 돌아가기가 힘들어지죠. 저도 창작을 하는 입장에선 누굴 만나도 계속 공상을 하게 되고...현실적인 감정에 충실하지 않는 게 참 걱정일 때가 있습니다. 공감이 가는 인터뷰예요.
Commented by 대산초어 at 2007/12/09 12:07
백삼// 전 인터뷰를 보면서 무심한듯 시크한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의 작품에 애정은 가지고 있지만 집착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과객// 아, 그렇겠군요.
Commented by bang at 2007/12/09 18:26
일본에 다녀오겠다고하는 친구에게 이책을 사달라고 할생각이예요 또다른책도.
대산초어님의 번역본을볼수없어 내용파악이 힘들겠지만.. 후미코님인터뷰라도 읽을수있어서 좋네용.
Commented by 대산초어 at 2007/12/09 18:50
bang// 위에도 썼지만 오토모 카츠히로와의 대담이 대박인데 분량이 너무 막대해서 손을 못 대겠습니다. 언제 근성이 발동하면 옮겨봐야죠. 작품집이 6권에 불과하니 한꺼번에 지르시는 걸 추천합니다^^.
Commented at 2007/12/09 21:1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느루 at 2007/12/09 21:19
작품집이 6권에 불과하니 한꺼번에 지르시는 걸 추천합니다^^.
예..그러니까..저처럼 말입니다;
참, 5권은 교보문고에서 일서주문해서 근 한달여만에 왔는데 '막대기한개'만 구할수 없더군요. 그래서 yes24에 주문했더니 다음날 배달이 오더이다. 어딘가 꿍쳐놓은 책이 있을지 모르니 원하시는분은 재고파악을 해보시는게 좋을듯.
작품을 하다보면 현실과 단절이 생긴다는 말은 공감이 갑니다. 제 주위에 그런사람이 있기도 하고.. 어딘가 붕 떠있는 분위기랄까. 전 이쪽저쪽 발을 담그고 있어서 적당히 일반적이고 또 공상적인 느낌이 공존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이 느끼기엔 엄청 현실적이고 직장인스럽다고 하더군요. 묘한 기분이었습니다.

오토모 카츠히로와의 대담은 크리스마스 선물로 안해주시려나^^
Commented by 대산초어 at 2007/12/09 22:53
느루// ......26페이지짜리 초대작이라 때려죽여도 못합니다......
Commented by 느루 at 2007/12/09 23:19
대담 끝나고 피를 토했겠군요...
Commented by 대산초어 at 2007/12/10 01:00
느루// 정리하는 사람도 눈물 좀 뺐겠다 싶더군요...
Commented by at 2007/12/11 03:05
타카노님 돌아와주세요~
(집중력 강화를 위해 발도술을 연습하시는 것부터 이미 보통사람이 아니신데...두려움을 가지시긴 뒤늦은듯해요)
Commented by 대산초어 at 2007/12/11 11:11
솔// 생각해보면 작품 속에서도 항상 공간을 나누지 않습니까. 왠지 그런 거리두기가 타카노 후미코의 본질 중 하나란 생각이 드네요.
Commented by at 2007/12/12 20:23
맞아요. 서로 다른 시공간들 가운데 하나가 다른 것들을 점유하거나 대표하는 걸 싫어하고, 하나하나의 의미가 살아있으면서 서로 통하기를 바라는 듯해요. 그렇게 민주적이고 대화적인, 겸손한 성격이 타카노 만화의 큰 장점이라고 느껴져요. 개인적으로도 그래서 사모하게 되고요.
Commented by 대산초어 at 2007/12/13 10:21
솔// !아, 고맙습니다. 타카노 후미코의 시선 변화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실마리(?)를 어렴풋이 잡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나중에 천천히 정리해 봐야겠습니다.
Commented at 2007/12/13 10:2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대산초어 at 2007/12/13 17:03
비공개// 그렇지요. 가혹하다 싶을 정도로 자신을 제어하는 것 같아요.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