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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는 것>과 <계속 그리는 것>의 불안과 황홀(1/11)

유리카 2002년 7월호에 실린 타카노 후미코와 오토모 카츠히로의 대담 졸역입니다.
잡지 페이지로 26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대담이라 언제 끝낼 수 있는지는 장담 못하겠습니다만...
대충 10회 정도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노란 책'의 배경에 있는 것


오토모 이번에 드디어 '노란 책'(코단샤) 단행본이 나왔는데 이거 전은 '막대가 하나'였지? 텀이 몇년이더라?

타카노
7년 정도일걸요.

오토모
그 전의 '루키 양'은 언제 나왔더라?

타카노
'막대가 하나'랑 거의 비슷한 시기에 그렸어요. 둘 다 매거진 하우스고, '막대가 하나'가 코믹 아레!, '루키 양'이 HANAKO.

오토모
'막대가 하나' 때부터 좀 이상한 세계로 들어갔지.

타카노
그 즈음부터 남편이 이해 못하겠다고 하더라구요(웃음). 그 전까진 그리고 있으면 보여달라고 하곤 그랬지요. 그리고 에피소드의 결함같은 걸 지적해주고 그랬어요. '막대가 하나'를 (단행본에 싣기 위해서) 고쳐그리고 있을 때, 역시 구성을 잘 모르겠어서 남편에게 봐달라고 했더니 "이건 내겐 무리야"라고 하더군요(웃음). 그리고 나선 읽어주지 않더라구요. '노란 책'도 단행본으로 나오고 나서야 겨우 읽더군요.

오토모
나도 '막대가 하나'를 읽었을 때엔, 꽤나 (먼 곳으로) 가버렸구나 생각했지(웃음). 그 전엔 비교적 엔터테인먼트적인 부분이 있었잖아.

타카노
'러키 아가씨의 새로운 일' 같은 건 물론 서툴지만 나름 열심히 그렸지요. 이야기를 제어하려고 노력하고 그랬죠.


오토모 그러다가 점점 이상한 세계로 들어가 버렸잖아. 그때부터 향수를 자극하는 듯한 작품이 많아졌지.

타카노
'막대가 하나'의 맨 앞에 실려있는 '아름다운 마을' 무렵부터 그렇게 되었지요.

오토모
스스로의 어린 시절 이야기야?

타카노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나도 참 오래 살았구나"란 소리를 (작품으로) 그려버리고 있는 걸지도요.

오토모
이건 쇼와 40년대쯤?

타카노
'오쿠무라 씨의 가지'가 만국 박람회 2년전(1968)에 먹었던 가지 반찬의 맛을 생각해내는 이야기니, 그쯤이겠지요. 하지만 나름 그림은 요새풍이지 않나요(웃음)?

오토모
아, 그건 글쎄(웃음)? '노란 책'도 꽤나 이상한 세계를 왔다갔다하는 이야기네.

타카노
하지만 전 '노란 책'은 그렇게 이상한 세계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토모
그건 이 이야기가 비교적 자신의 세계랑 겹쳐지기 때문아닐까? 이 만화의 어느 정도가 (실제)자신의 세계지?

타카노
거의 제 이야기죠(웃음).

오토모
그랬구나(웃음). 이 타이 미치코(田家実地子)란 이름은 정말 대단하네.

타카노
타이란 성은 시골 지명에서 따왔어요.

오토모
그럼 이 이야긴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

타카노
그것보단 조금 전으로, 5년 정도 옛날로 만들었죠. 딱 맞게 그리면 조금 부끄러워서. 쇼와 32년 생의 5년전이니 쇼와 27년 생 사람 정도 되겠지요.

오토모
내가 쇼와 29년 생이니 딱 나 정도겠네(웃음).

(C) Fumiko Takano


타카노
왜 이렇게 복고적인 설정이 되어버리냐면 연출에서 인물을 움직일 때, 오랫동안 해와서 몸이 기억하는 게 술술 나오기 때문이겠지요. 에피소드란 건 연상게임처럼 만들잖아요. 예를 들자면 "다녀왔습니다"란 소리가 나면 달그락달그락 미닫이 문을 여는 소리가 나요. 끼익, 쾅하는 소리가 나지 않아요, 제 머릿 속에선. 게다가 40년 넘게 살다보면 20년, 30년은 복고도 뭣도 아니지요. 복고엔 자료가 잔뜩 있어야죠. 자료없이 그렸는데요, 이건. 그러니까 (일부러) 옛날 설정으로 그리려고 한 것도 아닌데 그렇게 몸에 스며든 것이 삐져나오는 것이지요.

오토모
'막대가 하나'를 계기로, 점점 더 그렇게 되었군.

타카노
그렇죠. 몸으로 새롭게 익힌 것들은 그렇게 잘 나오지 않잖아요? 최근에 오토바이에 타는 감각을 익혔는데 그건 절대 이야기로 나오지 않고 그려봤자 못쓸거예요.

오토모
예전엔 좀 탐미계스런 면이 있었지. 그건 하기오 모토의 영향인가?

타카노
역시 초기는 하야시 세이이치나 하기오 씨 영향을 받았는데, 특히 하기오 씨 영향이 컸죠.

오토모
그렇구나. 그럼 계속 한 우물만 팠다는 소리로군. 그것이 끝나자 갑자기 자기자신이 막 튀어나오게 된 건 아닐까? 옛날 영화 많이 보지?

타카노
그렇죠. 하지만 최신 헐리우드 SF영화 같은 것도 남편이 보라고 그러고, 직업상 봐두지 않음 좀 그렇겠다 싶어서 '매트릭스'나 '세븐'같은 영화도 보고 그래요(웃음).

오토모
안어울리게스리(웃음). 지난번에 위성방송 일본영화 채널을 보는데 히라오 마사아키의 가요영화를 하고 그러는 거야. 본인은 로커빌리 가수로 나왔는데, 불량배라는 설정인데 쇼난 근처를 배경으로 펑크족 삘나게 만들었더라고. 근데 이게 말도 못하게 훈훈하고 좋더라. 나도 예전에 개그 만화로 '가요대전집'을 그렸는데 그땐 "용해로가 있는 마을"였었지.

타카노
저도 그 영화 좋아해요. 그 가난이 잘 어울리는 느낌이 좋은데(웃음).

오토모
그 영환 꽤 사회파 영화라고. 한국 문제가 나오고, 모두 북한으로 돌아가 버리는 이야기고.

(C) Fumiko Takano


타카노
마지막 장면에서 기차가 다리 밑으로 들어가고 연기가 뭉게뭉게 나잖아요. 딱 제 친가가 저런 느낌이었어요. 국철의 마을로, 기차가 도선교 밑을 지나간 뒤엔 숨을 멈추고 다니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연기가 났지요. 그리고 그 귀국선은 니이가타 항에서 출항하기도 하니까(서식자 주: 타카노 후미코는 니이가타현 출신입니다) 좀 특별한 감정이 들었지요. 하지만 그렇게까지 가난한 기억은 제겐 좀 없네요. 제가 어렸을 때 니이가타는 가난하긴 했지만 모두가 가난했으니까 그렇게 가난하단 생각은 안들었어요. 우리 마을은 국철에서 일하는 사람이 8할 정도되었으니 학교든 뭐든 다 똑같았지요.

오토모
그럼 생활이나 그런 게 다 평준화되어 있었겠군.

타카노
네. 일본의 공산권이었죠(웃음). 저녁 반찬도 학용품도 전부 물자부에서 사왔어요.

오토모
사원주택은 연립주택같은 거?

타카노
그래요. '노란 책'에 나오는 방배치하고 똑같았어요(웃음). 다른 점은 욕실이 없었는데 '아름다운 마을'에서 사람들이 전부 공중 목욕탕에 가잖아요. 그건 공장 목욕탕에 다니는 거지만, 그런 거였죠. 홋카이도의 탄광촌도 사사야 나나에 씨 이야기를 들어보니 비슷한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오토모
존 포드의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였지? 탄광촌에서 아버지들이 함께 나가서... 그런 느낌의 아름다운 이야기로군.

(C) Fumiko Takano


타카노
하지만 '노란 책'은 너무 가난하게 그린 거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어요. 저, 그렇게 감자만 먹고 그러진 않았는걸요(웃음).

오토모
'배가 고프면 감자를 먹으면 되지!'라니 대단해(웃음).

타카노
그리고 난 뒤에 아버지에게 좀 미안해지더라구요.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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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산초어 | 2007/12/19 00:29 | 만화관련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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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뎡야핑 at 2007/12/19 02:22
오토모씨 말투때문인지 왜이렇게 건방지죠? ㅋㅋㅋㅋ;;;
아 너무너무 좋아요!!! 전 역시 타카노씨 작품보다 타카노씨가 더 좋아요!!!!
Commented by at 2007/12/19 19:11
우와! 잘읽겠습니다!!
Commented by 대산초어 at 2007/12/20 00:25
뎡야핑// 원래 둘이 좀 친해서 그럽니다^^.
솔// 완주할 자신은 별로 없습니다.....
Commented by 白影 at 2007/12/20 20:19
전에도 생각 했지만, 왠지 타카노 씨는 어딘가 생각이 깊은 소녀같은 느낌이 드네요,
오토모씨는 그 내공답게 어딘가 여유 있으면서도 자연스럽게 화제를 이끌어가는게 정말 멋있어 보입니다.
Commented at 2007/12/21 01:5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대산초어 at 2007/12/21 11:14
白影// 오토모 씨는 항상 여유만만인 것 같습니다. 영화가 망해도 별 개의치 않을 것 같다는...
비공개// 타카노 후미코 여사는 항상 진지 모드지요^^.
Commented by 백삼 at 2007/12/21 13:15
정말 멋진 사람들이에요ㅠㅠ
Commented by 대산초어 at 2007/12/21 18:11
백삼// 직접 만나봤으면 소원이 없겠습니다ㅠ.ㅠ
Commented by 느루 at 2007/12/21 19:13
이런, 일 저지르셨군요. :-)
Commented by 대산초어 at 2007/12/22 23:23
느루// 술 기운에 그만...은 아니고 하도 포스팅 거리가 없길래 손을 대봤습니다... 지금은 후회중이네요.
Commented by at 2007/12/24 14:04
아니 또 이런 선물을..! =ㅆ= 꺄하하하하하 기뻐요~
역시 술은 좋군요.. 후후
Commented by 대산초어 at 2007/12/24 14:28
딩// 이거 올라오는 날은 제가 술먹은 날이라고 보시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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