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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 버닝 오카자키 쿄코


요즘엔 오카자키 쿄코에 버닝하고 있습니다. 책이 환장하게 안읽히는 요새, 거의 유일하게 읽히는 책이 이 오카자키 쿄코의 작품이었지요. 원래 '리버즈 엣지'. '헬터 스켈터', '테이크 잇 이지', '엔드 오브 더 월드' 딱 4권만 읽었는데 요 한달 사이에 'Pink' '사랑해 사랑해 정말 미워해' '물거품의 나날들' '해피 하우스' 이렇게 4권을 더 읽어서 총 8권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많이 읽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꾸준히 읽다보니 제가 왜 오카자키에 버닝하게 되는지를 어렴풋이 알게 될 것 같더군요.

낙서같은 그림체로 충격적인 내용을 아무 거리낌없이 그려대는 것이 겉으로 드러난 오카자키의 매력이겠지만 그것뿐만 아니라 인물을 통해 드러나는 작가의 통찰력, 혹은 시선도 매우 매혹적입니다. 오카자키 쿄코의 작품 속 인물들은 무언가-예를 들어 가정, 자본주의 사회, 인생, 연애-의 본질을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간파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들은 간파를 가지고 그 무언가를 부정하거나 바꾸기는 커녕, 그 무언가를 기꺼이 다시 선택합니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지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직업은 매춘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자유를 경제적인 대가로 바꾸는 것이란 것을 한 여성이 간파합니다. 하지만 이 여성은 그런 자본주의 사회를 비판하거나 바꾸려 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매춘을 해서 돈을 벌어 자기가 원하는 것들을 구입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쾌락을 얻는 것이지요(in 'Pink'). 내가 사는 곳이 지옥인 것은 나도 알지만 이 지옥에 쾌락이 있기에 난 여기에 남으련다... 뭐 이런 느낌이랄까요?

어떤 사람이든 살아가면서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자신의 주위에 있는 것들에 대해 간파하게 됩니다. 인생, 가정, 연애, 자본주의 사회, 기타 등등... 하지만 간파한다고 해서 그것이 바뀌는 것은 아니며 바꿀 수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간파는 항상 체념을 동반하게 되지요. 아주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인생이 거지같은 것을 알지만 그래도 살아야지 별 수 있나" 하는 식으로. 그리고 이런 간파 뒤의 체념을 '철들었다' '깨달았다' 등의 말을 동원해서 정당화시키곤 하지요. 하지만 오카자키가 그려낸 인물들은 이런 체념을 아무렇지도 않게 걷어차버립니다. 그리고 선언하는 것이죠. "난 행복을 두려워하지 않으련다('Pink' 후기)." 제가 오카자키 쿄코의 만화를 좋아하는 것은 이런 꿈틀거리는 삶의 의지를 동경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뭔가 두서없는 글이 되어서 죄송... 좀 정리되면 구체적으로 작품별로 예를 들어서 끄적여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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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산초어 | 2008/01/05 01:03 | 만화관련 | 트랙백 | 덧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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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J군 at 2008/01/05 09:32
오카자키 쿄코로 검색해보니 어느분은 표지때문에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거부를 받은적도 있다고 하네요;;
우리나라엔 어느 작품도 아직 들어오지 않은 듯해 아쉬워요..
Commented by at 2008/01/05 13:38
우와~ 글이 참 좋아요.. pink 한 번 읽어보고 싶네요..^^ 행복을 두려워하지 않는건 의외로 어려운 일이기도 한 것 같아요.. 철들기 싫어용.
Commented by 대산초어 at 2008/01/05 18:56
J군// '헬터 스켈터'를 내려고 한다 어쩐다 말은 들었는데 진행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딩// 골때리면서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오카자키의 다른 작품들처럼...
Commented by YUI at 2008/01/06 20:51
바로 제가 그랬지요.
만화가 야마다 나이토에서 오카자키 쿄코로 시선을 돌려 pink를 구입하려고 YES24에 주문 신청을 했다가 저 표지 때문에 거부 당하여 BK1에서 구입을 했으니까요.
그 후에 오카자키 쿄코의 작품 세계와 인터뷰, 리뷰가 실린 문예지 '오카자키 쿄코 총특집'도 표지 문제로 아마존 저팬에서 구입을 했었는데, 아직 읽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읽어보지를 않았네요.
좋은 평가를 받는 오카자키의 작품이 국내에도 정식으로 출판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Commented by 대산초어 at 2008/01/06 21:40
YUI// 헉,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하긴 저도 예전에 '노란 책'을 구입할 때에 '노란...'이 매우 수상하다고 도서견본 들어갔던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전에 우치다 슌기쿠의 '눈을 감고 안아줘'가 음란물 판정을 받아서 주문 취소된 적도 있었지요.
Commented by 과객 at 2008/01/08 00:25
으음...표지가 약간 야하긴 하지만 저 정도로 어째서 거부 당했는지 모를 일이군요. 그러면 하고많은 비엘 서적들은 어찌...-_-;;
대산초어님 리뷰를 보니 이 분 작품이 점점 더 궁금해집니다. 정발 안 될까요..
Commented by 바나 at 2008/01/08 18:10
오자키쿄코의 작품은 아직 우리나라에 들어온게 없나보죠? (ㅠㅠ)
그림체도 좋고.. 접해보고싶은 작품이네요
Commented by 대산초어 at 2008/01/08 22:49
바나// 아직까지 나오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지요... 언젠가는 나오지 않을까 기다리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더브리아 at 2008/01/10 18:16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그림이 참 매력적이군요.
Commented by 눈의엘프 at 2008/01/10 22:57
감성적인 느낌의 선 , 무미건조 하면서도 와닿는선이 저런선이죠
Commented by 대산초어 at 2008/01/11 00:26
더브리아// 장난스러운듯 하면서도 또 진지한 것 같고... 자유분방한 그림이지요.
눈의엘프// 그렇지요. 그런 선의 매력과 작품의 매력이 묘하게 잘 맞는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린기 at 2008/01/13 00:16
볼수없는게 안타까워요 :(
리버스엣지도 정말 궁금했는데 T_T
글만읽어도 와닿는게 있네요..꼭 작품별로 설명해주시길..쿄쿄
Commented by 대산초어 at 2008/01/14 00:53
린기// '리버즈 엣지'는 완주못한 게 스스로도 아쉬웠습니다. 좋은 작품이니만큼 언젠가는 소개가 되겠지요.
Commented by 질투 at 2008/02/17 20:40
작화와 작가의 이름이 어디서 들어본적이 있는데 잘 생각나지 않네요.
혹시 우리나라에 해적판이나 정식판으로 만화가 나온적이 있나요?
Commented by 대산초어 at 2008/02/18 00:29
질투// 작품이 나온 적은 없지만 워낙 유명한 작가라 들어보신 적이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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