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는 것>과 <계속 그리는 것>의 불안과 황홀(5/11) 만화관련

분량이 짧아서 완전 날로 먹는 포스팅이 되었네요...

발상 때가 제일 재미있다

타카노 이런 식으로 그린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오토모 전에는 어떻게 그렸어? '막대가 하나'는 구성에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았는데. 특히 '오쿠무라 씨의 가지' 같은 거.

타카노 근데 그 만화는 아무리 생각해도 제대로 구성되지 않을 이야기였지요. '기승전결에 신경안써!' 하면서 그린 만화라 제대로 될 리가 없었죠(웃음).

오토모 하지만 이거 다시 그리는 데에도 시간 많이 걸렸지?

타카노 그리면 그릴 수록 영문 모를 이야기가 되어 버렸지요(웃음). 게다가 단행본보다 잡지 버전이 더 좋았다는 말도 왕왕 듣고요.

오토모 이렇게 고쳐그리면 그런 면에서 어렵지. 테즈카 오사무도 고친 것보다 고치기 전이 좋았다는 말을 많이 듣잖아.

타카노 그 때 읽었던 사람에겐 그게 제일 좋다고 생각되기도 하고, 또 실제로 재미없어졌을 가능성도 있고 그렇죠. 서머셋 몸은 소설을 읽으면 '더 이상 심해지기 전에 갈무리를 잘도 지었구만' 하고 생각하곤 했대요. 대개 작가들은 점점 재미없게 고친다고요. 보통 독자는 '여길 고치면 더 좋을텐데' 하고 욕심을 내지만 그런 게 아니라는 소리지요. 이 몸이란 사람은 정말 친절한 사람이에요(웃음).

오토모 작자가 보는 거랑 독자가 보는 거랑 다르곤 하니까. 왜 이런 곳을 고쳤을까, 여길 고치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경우도 있지. 사람에 따라 느낌이란 건 각자 다른 거니까 작가가 고치고 싶으면 고쳐도 되지 않겠어? 작품의 원형을 남겨 두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타카노 하지만 그런 건 내보이고 싶지 않네요.

오토모 그렇구나. 나도 고치긴 하는데 그렇게 크겐 손을 안 대거든(웃음).

타카노 'AKIRA'는 많이 고치지 않았나요?

오토모 그건 스펙터클한 신의 이미지를 그대로 그렸다가 아무래도 구성은 해야겠다 싶어서 그런 거니까. 스토리를 바꾸거나 그런 건 아니었어.

타카노 저도 그런 걸요.

오토모 스토리와 관련된 것도 고치고 그렇잖아(웃음).

타카노 그렇지도 않아요. 하고 말하려고 했는데 처음 원고가 기억 안 나네요(웃음).

오토모 왜 고치려고 하는 거야? 부족해? 아님 실패했다고 생각해서?

타카노 실패했다고 생각해서요. 이건 처음엔 더 재미있었는데, 하고 생각해서.

오토모 모든 만화가가 다 그렇게 생각할걸. 발상할 때가 제일 재미있으니까. 그게 밑그림 그리고 제대로 된 그림으로 그리는 과정에서 점점 재미없어 보이게 되지. 머리 속에서 생각할 땐 훨씬 더 재미있었다고 항상 생각해(웃음).

타카노 잡지에 게재하고 나서, 반년 정도 지나서 단행본으로 내려고 할 때 다시 읽어보면 '어, 이거 더 재미있었는데' 하고 생각이 들고 말죠.

오토모 하지만 자신이 객관적으로 읽고 있는지 어떤지 알 수 없는 노릇이지. 그래서 난 내가 그린 것들을 잘 보지 않고 있어. 내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 있기도 하니까 말야. '여기가 재미있어, 여길 봐'하고 그린 곳이 별 반응 없고, 아무래도 좋을 곳이 '재미있다'며 인기가 나오는 경우도 있지. 만들고 있을 때엔 자신이 독자를 조종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완성되면 이젠 자신의 손을 떠나버리는 거니까 어떻게 읽히든 할 수 없는 거지. 그걸 다시 6개월 뒤의 자신이 보고 재미없다고 생각해서 고친다는 건 오만한 이야기일지도 몰라. 나도 고치니까 남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말야(웃음).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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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이히히양 2008/02/29 04:07 # 답글

    사람들이 "말로 하면 말이 되는데, 글로 쓰니까 이상해." 하는 것처럼 만화도 그런 걸까요 :D
    구상할 땐 재미있던 게 표현해 놓으면 앞뒤가 안 맞는 게 마치 꿈일기를 쓰는 듯한 느낌이...(히히;;;;)
  • 눈의엘프 2008/02/29 09:52 # 답글

    발상할때는 정말 괜찮은게 나올것같았는데 그리고 나니 "이게 아닌데" 라는 감각 ㅇ<ㅡ< ....
  • 과객 2008/02/29 13:42 # 삭제 답글

    음 여러모로 동감이에요. 발상때가 가장 좋죠.
  • 대산초어 2008/03/01 19:09 # 답글

    이히히양// 역시 옮긴다는 건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눈의엘프// OTL...
    과객// 예전에 만화 관련으로 짧은 글을 쓸 때도 발상하고 전혀 다른 뭔가가 나와서 좀 무서웠습니다. 역시 발상이 짱...
  • 블론디 2008/03/02 21:02 # 삭제 답글

    관심이 없었다가 며칠전부터 타카노 후미코에 관심이 생겼고 아름다운 마을은 참 감동적으로 읽었습니다. 예전에 '노란 책-자크 티보란 이름의 친우'가 올라왔던것 같은데 찾아보니 없어졌네요? 특별히 삭제한 이유가 있으십니까?
  • mirage 2008/03/02 23:59 # 답글

    대체로 뭘 만들거나 그릴 때 사람들이 느끼는 것은 생각보다 겹치는 부분들이 많곤 하네요. 그게 위안이 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그럽니다. 근데 정말 발상에서 가시적인 형태로 끄집어 낼 때 느껴지는 갭은 고통스럽죠...orz
  • 대산초어 2008/03/03 01:49 # 답글

    mirage// 그렇군요.
  • zoddd 2008/03/03 13:24 # 삭제 답글

    이런 인터뷰를 한글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대가의 대화를 온전히 느끼기는 힘들겠지만,
    공부도 되고 위안도 되네요.

    ...그와는 별개로 두 분, 은근히 티격태격하는 것 같아 더 재밌습니다. ^^;
  • 2008/03/03 16:36 # 삭제 답글

    역시 인터뷰내용 재밌어요.. 무지 공감되네요.. ㅜㅜ
  • 대산초어 2008/03/04 00:57 # 답글

    zoddd// 그렇죠. 특히 이번 분량에서 의견 차이가 많이 나지요.
    딩// 그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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