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3월 20일
<그리는 것>과 <계속 그리는 것>의 불안과 황홀(7/11)
졸린 상태에서 비몽사몽으로 해서 퀄리티는 개판...
나중에 몰아서 고치든가 하겠습니다.
만화를 그리는 것, 읽히는 것
타카노 오늘 오토모 선배를 만나면 물어보려고 했더 것이 있는데요, 전 '고스트 바둑왕'하고 우라사와 나오키 씨의 만화를 못 읽겠어요. 다들 "재미있다"고 하는데 왜 전 못 읽을까요? 특이체질일까요?
오토모 내게 그런 걸 물으면 어떡해(웃음).
타카노 우리 남편이 좋아해서 집안에 항상 있어요. 좀 보려고 펼쳐봤는데.
오토모 난 요즘 만화를 전혀 안 읽어서. 근데 왜 못 읽겠어?
타카노 그림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오토모 그림은 다 잘 그렸잖아?
타카노 잘 그렸죠. 하지만 보면 답답해져요. 다른 곳을 보게 하지 않아요. 연달아 기호 문제가 나와서 오직 그것을 풀면서 나아가는 느낌. 천천히 읽을 수도 없고, 읽는 속도도 정해져 있어요.
오토모 뒤집어 말하면 그건 정말 우수한 작품이란 소리도 되지. 독자가 그것에 완전 빠져들어서 다른 세상으로 갈 수 있단 말이니까. 좋은 작품이야. 다들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고 나도 역시 읽지 않았으니 말하기 좀 그렇지만. 만화의 기술이랄까 독자를 읽게 하는 방법이 진력이 난다고 할까 뭐 그런 건 있지. 어중간하게 능숙하거나 하면 짜증나고. '코미커즈'같은 데서 만화의 문법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하고 있지만 그런 걸 보고 있자면 '그래서 재미없는거야' 이런 생각이 들고 그래. 'AKIRA'를 그리고 있을 때, 아까 양과 질 운운했었는데 자기 안에서 만화의 문법 같은 것을 만들어 갔지. 이 그림을 그리면 다음 컷은 이래야만 한다거나 그때 시선 유도는 이래야만 한다거나 이런 걸 엄청 생각하면서 그리게 되었어. 그때 '만화를 그리는 법' 같은 책을 써볼까 진지하게 생각했는데 처음에 생각한 것은 그건 내가 그리는 법이고 그냥 단순히 자신의 기술을 자랑하고 있을 뿐이니까 만화 입문서는 못 되겠다 싶더라고. 만화라는 건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것을 부수고 다른 방법으로 다시 만들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니까 문법 같은 건 없다...... 사실은 있지만. 그래도 어떤 '읽게 만드는 법'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다른 사람이 바로 바꾸어 가는 그런 점이 만화가 가진 유연성이라는 생각이 들어.
타카노 게릴라처럼 튀어나온다는 느낌이죠. 영화를 만드는 것보다 돈도 적게 들고 투자도 적으니 멀리 시골에 사는 사람도 종이랑 펜만 있으면 '나도 그릴 수 있겠다'하는 생각이 드는 게 재미있는 점이죠.
오토모 그게 건전하다고 난 생각해. 항상 부순다는 점이 말야. 어렵지. 그렇게 생각하면 문법이란 건 사실 필요없다고 생각해.
타카노 하지만 그리고 있다 보면 점점 스스로 알게 되지요. 스스로 룰을 만들면서 그리지 않나요?
오토모 점점 그것에 스스로 싫증이 나지(웃음).
타카노 오래 그리고 있으면 그렇다는 이야기인가요?
오토모 그래. 그러니까 양산형 작가를 보면 용케 계속 그린다 싶어(웃음).
타카노 질리지도 않나봐요.
오토모 많이 바쁠거고, 정해진 양을 해치우려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겠지.
타카노 방식을 정해 놓고 거기에 캐릭터랑 스토리를 흘려넣는 그런 느낌이죠.
오토모 난 요즘 만화로 치자면 카미조 아츠시의 예쁘기만 한 그림에 적응이 안 돼.
타카노 저도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전 '야와라'는 못 읽겠는데 코바야시 마코토의 '1 2의 산시로'는 괜찮더라구요. 비슷한데. 왜 그럴까요? 그 만화는 턱이 막 각졌잖아요. 그래서 읽을 수 있어요(웃음).
오토모 그건 단순히 코바야시 마코토의 그림에 거부감이 없는 거 아냐?
타카노 아니에요. 분명 그 턱에 이유가 있어요. 감이죠. 분명 그래요.
오토모 어딘가에서 자신을 드러내 보이지 않는다는 게 다른 걸까. 근데 그 "왜 못 읽을까"를 스스로 찾아 가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
타카노 코바야시 마코토는 스토리도 건전하고 용기와 우정을 다루고 있고 같은 니이가타 출신으로 "이 사람이 참!" 이런 생각도 들어요(웃음). 저, 라이벌 의식이 있는 것 같아요.
오토모 그건 만화에선 흔히 있는 일 아냐?
타카노 그렇죠. 전 그렇지 않은 불건전한 쪽에 있는 사람이라 코바야시 마코토의 캐릭터는 참 건전하군 하고 생각해 버리고 말아요. 존경하고 있는데요(웃음).
오토모 타카노는 건전하지 않고?
타카노 전 아슬아슬하게 건전하죠(웃음). 소설도 만화도 역시 건전한 사람이 독자도 건전할 거라 상정하고 그려야 재미있어지는 게 아닐까 하고 요즘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건전하지 않은 사람이 건전하지 않은 사람을 위해서 그리는 마이너리티의 존재의의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지만 그래선 역시 재미없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지요.
오토모 그건 너무 상관없는 기준인데? 건전 불건전이란 것도 딱 나누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테즈카 오사무도 건전하다고 하기엔 좀... 옛날 아사히 신문에 '쿠리쨩'이나 하세가와 마치코라면 건전하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다 쳐도 '심술쟁이 할머니' 같은 작품은 좀... 건전과 불건전의 경계를 잘 모르겠어.
타카노 그런가요? 소수를 향해서만 그리는 장르가 요즘 늘지 않았나요?
오토모 스스로는 어떻다고 생각하는데?
타카노 전 대다수를 향해서 그리고 있어요.
오토모 응, 정말?(웃음)
타카노 그런 것 치고는 독자가 없지만(웃음)...
오토모 '대다수'라는 게 무슨 의미야? 만화를 읽고 있는 독자를 말하는 거야?
타카노 만화를 읽지 않는 사람도요.
오토모 일반 사람이란 소리?
타카노 그래요.
오토모 아버님이랑 어머님은 읽고 계셔?
타카노 아뇨, 안 읽으세요. 하지만 읽으면 이해하실 수 있게 그리고 있지요. 만화 팬이 아닌 사람을 향해서 그리고 있어요. (작품 속에서) 딱히 어려운 이야기도 안하구요.
오토모 하지만, 좀... 자기가 엄청 열심히 그리고 있으니 전해지는 거라고 난 생각해. 보통 사람, 만화라는 게 단순하고 이해하는데 노력을 할 필요가 없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절대 못 읽을 거야.
타카노 네, 독자 쪽이 진지하지 않지요.
오토모 그건 진지하게 읽는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게 아냐(웃음)? 읽는 사람을 고르는 게 아니고?
타카노 그래도요, 뭔가를 읽는다, 책을 읽는다는 건 그 정도의 진지함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오토모 나도 예전에 누군가에게 열심히 그린 건 이해하기 힘들다는 말을 들었지만, 난 말야 내 만화를 어쩌다 심심할 때에 읽고 '아, 이거 재미있네. 이런 거 처음 봤어.' 하고 말해주는 고등학생이 어딘가에 몇 명 있어줄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있어. 내 이름도 모르고 어디 주간지 증간호인지 뭔지에 실려있는 단편 하나를 폭주족 형씨나 누군가가 술을 마시고 친구 집에서 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그 집에 있던 잡지를 훑어보다가 거기에 이상한 만화가 실려 있어서 읽고 '재미있다, 이거'하고 말해주는 게 내 이상이야(웃음). 그런 의미로 난 만화가 좋아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에게 읽혀지고 재미있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 꿈이지(웃음). 전에 트럭 운전 조수를 했던 적이 있었는데 심야의 고속 도로를 계속 달리다가 휴게소 같은 곳에 들어가니 모두가 지쳐서 밥을 먹고 있었어. 그런 곳에 있는 책은 '주간 만화' '만화 오락' 같은 거지. 그것을 봤을 때, 이런 책에 그려야겠다고 생각했어. 그 편이 내게 있어선 건전한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
타카노 그렇겠지요....
오토모 사인회에 오는 독자가 있잖아. 그걸 보고 '독자다'라고 생각해?
타카노 아뇨.
오토모 생각안해? 그럼 '자신의 독자' 라는 건 어디에서 뭘 하고 있다고 생각해? 독자가 우리들에 대해서 '타카노 후미코는 어떤 사람일까?' 하고 생각하듯 우리도 독자란 어떤 사람일까 생각하지.
타카노 그렇죠... 저, 이상한 이야기인데 만화든 책이든 즐기기 위해서 읽는다는 건-전 열심히 팔아치우면서 이런 이야기하는 게 이상할지도 모르지만-뭔가 잘못되어 있단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오토모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고?
타카노 책은 현명해지기 위해서 읽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오토모 하하하, 그거 대단하네(웃음).
타카노 즐기는 건 뭐 자기 마음이겠지만 그래도 목적은 현명해지기 위해서. 현명해져서 삶에 실패를 줄이기 위해서. 소설이든 뭐든 'how to'로 읽는 거죠.
오토모 글쎄. 책을 읽는 다는 것 자체가 이미 지적탐구이기도 하고 욕구이기도 하고 그렇지. 다른 사람이 쓴 것을 읽는다는 것은 그 안에 뭔가가 있어서 그것을 알고 싶기 때문이 아냐. 심심풀이로 소설을 읽는다는 건 상당히 고도의 활동이지. 그래도 (타카노의)주장은 일리 있다고 생각해.
타카노 그런가요? 그래도 전에 오토모 선배가 제가 '노란 책'을 그리고 있을 때, 뭐 그리냐고 해서 제가 그리고 있다고 하고 "그리는 동기는 테마를 표현하는 것이지요"라고 했더니 선배는 헤헤하고 웃으면서 "뭐야, 타카노? 정의나 뭐 그런 거에 대해서 그려? 타카노 후미코의 정의를 한 번 보여줘봐."라고 하셨잖아요(웃음). '그럼요, 보여드리고 말구요' 그랬죠. 전 그러기 위해서 3년간 틀여박혔는 걸요. 그런데 책을 내니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더라구요. 제가 테마를 표현하기 위해서 그린다고 했더니 "타카노 선생님은 좌익이신가 봐요." 이런 소리도 들었어요(웃음). 근데 읽은 사람들은 앵글이나 뭐 그런 데서 놀랐다거나 재미있었다거나 그렇게 평가하더라구요. 뭐 그건 그것대로 좋지만. 하지만 그때 오토모 선배가 헤헤 웃으면서 재미있었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걸 보고서 전 '아, 오토모 선배는 내 정의에 동의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구요.
오토모 훌륭해.
타카노 근데 아니죠(웃음)?
오토모 이제서야 '노란 책'이 무슨 의미인지를 알 것 같아. 대단해. 흐으음.
타카노 아뇨, 모르시잖아요(웃음). 이 이야기에 동의하실 분은 아오키 유지 씨 정도일까요.
오토모 왜 아오키 유지?
타카노 그 분이 그리시는 건 읽는 사람을 향한, 사회를 향한 프로파간다잖아요.
오토모 으음, 그래? 테마주의?
타카노 네. 실제로 완성된 건 좀 다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계속 힘내서 그리는 건 그것 때문이죠.
오토모 대단해. 그렇구나. 감탄했어.
to be continued
나중에 몰아서 고치든가 하겠습니다.
만화를 그리는 것, 읽히는 것
타카노 오늘 오토모 선배를 만나면 물어보려고 했더 것이 있는데요, 전 '고스트 바둑왕'하고 우라사와 나오키 씨의 만화를 못 읽겠어요. 다들 "재미있다"고 하는데 왜 전 못 읽을까요? 특이체질일까요?
오토모 내게 그런 걸 물으면 어떡해(웃음).
타카노 우리 남편이 좋아해서 집안에 항상 있어요. 좀 보려고 펼쳐봤는데.
오토모 난 요즘 만화를 전혀 안 읽어서. 근데 왜 못 읽겠어?
타카노 그림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오토모 그림은 다 잘 그렸잖아?
타카노 잘 그렸죠. 하지만 보면 답답해져요. 다른 곳을 보게 하지 않아요. 연달아 기호 문제가 나와서 오직 그것을 풀면서 나아가는 느낌. 천천히 읽을 수도 없고, 읽는 속도도 정해져 있어요.
오토모 뒤집어 말하면 그건 정말 우수한 작품이란 소리도 되지. 독자가 그것에 완전 빠져들어서 다른 세상으로 갈 수 있단 말이니까. 좋은 작품이야. 다들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고 나도 역시 읽지 않았으니 말하기 좀 그렇지만. 만화의 기술이랄까 독자를 읽게 하는 방법이 진력이 난다고 할까 뭐 그런 건 있지. 어중간하게 능숙하거나 하면 짜증나고. '코미커즈'같은 데서 만화의 문법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하고 있지만 그런 걸 보고 있자면 '그래서 재미없는거야' 이런 생각이 들고 그래. 'AKIRA'를 그리고 있을 때, 아까 양과 질 운운했었는데 자기 안에서 만화의 문법 같은 것을 만들어 갔지. 이 그림을 그리면 다음 컷은 이래야만 한다거나 그때 시선 유도는 이래야만 한다거나 이런 걸 엄청 생각하면서 그리게 되었어. 그때 '만화를 그리는 법' 같은 책을 써볼까 진지하게 생각했는데 처음에 생각한 것은 그건 내가 그리는 법이고 그냥 단순히 자신의 기술을 자랑하고 있을 뿐이니까 만화 입문서는 못 되겠다 싶더라고. 만화라는 건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것을 부수고 다른 방법으로 다시 만들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니까 문법 같은 건 없다...... 사실은 있지만. 그래도 어떤 '읽게 만드는 법'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다른 사람이 바로 바꾸어 가는 그런 점이 만화가 가진 유연성이라는 생각이 들어.
타카노 게릴라처럼 튀어나온다는 느낌이죠. 영화를 만드는 것보다 돈도 적게 들고 투자도 적으니 멀리 시골에 사는 사람도 종이랑 펜만 있으면 '나도 그릴 수 있겠다'하는 생각이 드는 게 재미있는 점이죠.
오토모 그게 건전하다고 난 생각해. 항상 부순다는 점이 말야. 어렵지. 그렇게 생각하면 문법이란 건 사실 필요없다고 생각해.
타카노 하지만 그리고 있다 보면 점점 스스로 알게 되지요. 스스로 룰을 만들면서 그리지 않나요?
오토모 점점 그것에 스스로 싫증이 나지(웃음).
타카노 오래 그리고 있으면 그렇다는 이야기인가요?
오토모 그래. 그러니까 양산형 작가를 보면 용케 계속 그린다 싶어(웃음).
타카노 질리지도 않나봐요.
오토모 많이 바쁠거고, 정해진 양을 해치우려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겠지.
타카노 방식을 정해 놓고 거기에 캐릭터랑 스토리를 흘려넣는 그런 느낌이죠.
오토모 난 요즘 만화로 치자면 카미조 아츠시의 예쁘기만 한 그림에 적응이 안 돼.
타카노 저도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전 '야와라'는 못 읽겠는데 코바야시 마코토의 '1 2의 산시로'는 괜찮더라구요. 비슷한데. 왜 그럴까요? 그 만화는 턱이 막 각졌잖아요. 그래서 읽을 수 있어요(웃음).
오토모 그건 단순히 코바야시 마코토의 그림에 거부감이 없는 거 아냐?
타카노 아니에요. 분명 그 턱에 이유가 있어요. 감이죠. 분명 그래요.
오토모 어딘가에서 자신을 드러내 보이지 않는다는 게 다른 걸까. 근데 그 "왜 못 읽을까"를 스스로 찾아 가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
타카노 코바야시 마코토는 스토리도 건전하고 용기와 우정을 다루고 있고 같은 니이가타 출신으로 "이 사람이 참!" 이런 생각도 들어요(웃음). 저, 라이벌 의식이 있는 것 같아요.
오토모 그건 만화에선 흔히 있는 일 아냐?
타카노 그렇죠. 전 그렇지 않은 불건전한 쪽에 있는 사람이라 코바야시 마코토의 캐릭터는 참 건전하군 하고 생각해 버리고 말아요. 존경하고 있는데요(웃음).
오토모 타카노는 건전하지 않고?
타카노 전 아슬아슬하게 건전하죠(웃음). 소설도 만화도 역시 건전한 사람이 독자도 건전할 거라 상정하고 그려야 재미있어지는 게 아닐까 하고 요즘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건전하지 않은 사람이 건전하지 않은 사람을 위해서 그리는 마이너리티의 존재의의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지만 그래선 역시 재미없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지요.
오토모 그건 너무 상관없는 기준인데? 건전 불건전이란 것도 딱 나누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테즈카 오사무도 건전하다고 하기엔 좀... 옛날 아사히 신문에 '쿠리쨩'이나 하세가와 마치코라면 건전하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다 쳐도 '심술쟁이 할머니' 같은 작품은 좀... 건전과 불건전의 경계를 잘 모르겠어.
타카노 그런가요? 소수를 향해서만 그리는 장르가 요즘 늘지 않았나요?
오토모 스스로는 어떻다고 생각하는데?
타카노 전 대다수를 향해서 그리고 있어요.
오토모 응, 정말?(웃음)
타카노 그런 것 치고는 독자가 없지만(웃음)...
오토모 '대다수'라는 게 무슨 의미야? 만화를 읽고 있는 독자를 말하는 거야?
타카노 만화를 읽지 않는 사람도요.
오토모 일반 사람이란 소리?
타카노 그래요.
오토모 아버님이랑 어머님은 읽고 계셔?
타카노 아뇨, 안 읽으세요. 하지만 읽으면 이해하실 수 있게 그리고 있지요. 만화 팬이 아닌 사람을 향해서 그리고 있어요. (작품 속에서) 딱히 어려운 이야기도 안하구요.
오토모 하지만, 좀... 자기가 엄청 열심히 그리고 있으니 전해지는 거라고 난 생각해. 보통 사람, 만화라는 게 단순하고 이해하는데 노력을 할 필요가 없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절대 못 읽을 거야.
타카노 네, 독자 쪽이 진지하지 않지요.
오토모 그건 진지하게 읽는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게 아냐(웃음)? 읽는 사람을 고르는 게 아니고?
타카노 그래도요, 뭔가를 읽는다, 책을 읽는다는 건 그 정도의 진지함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오토모 나도 예전에 누군가에게 열심히 그린 건 이해하기 힘들다는 말을 들었지만, 난 말야 내 만화를 어쩌다 심심할 때에 읽고 '아, 이거 재미있네. 이런 거 처음 봤어.' 하고 말해주는 고등학생이 어딘가에 몇 명 있어줄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있어. 내 이름도 모르고 어디 주간지 증간호인지 뭔지에 실려있는 단편 하나를 폭주족 형씨나 누군가가 술을 마시고 친구 집에서 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그 집에 있던 잡지를 훑어보다가 거기에 이상한 만화가 실려 있어서 읽고 '재미있다, 이거'하고 말해주는 게 내 이상이야(웃음). 그런 의미로 난 만화가 좋아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에게 읽혀지고 재미있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 꿈이지(웃음). 전에 트럭 운전 조수를 했던 적이 있었는데 심야의 고속 도로를 계속 달리다가 휴게소 같은 곳에 들어가니 모두가 지쳐서 밥을 먹고 있었어. 그런 곳에 있는 책은 '주간 만화' '만화 오락' 같은 거지. 그것을 봤을 때, 이런 책에 그려야겠다고 생각했어. 그 편이 내게 있어선 건전한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
타카노 그렇겠지요....
오토모 사인회에 오는 독자가 있잖아. 그걸 보고 '독자다'라고 생각해?
타카노 아뇨.
오토모 생각안해? 그럼 '자신의 독자' 라는 건 어디에서 뭘 하고 있다고 생각해? 독자가 우리들에 대해서 '타카노 후미코는 어떤 사람일까?' 하고 생각하듯 우리도 독자란 어떤 사람일까 생각하지.
타카노 그렇죠... 저, 이상한 이야기인데 만화든 책이든 즐기기 위해서 읽는다는 건-전 열심히 팔아치우면서 이런 이야기하는 게 이상할지도 모르지만-뭔가 잘못되어 있단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오토모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고?
타카노 책은 현명해지기 위해서 읽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오토모 하하하, 그거 대단하네(웃음).
타카노 즐기는 건 뭐 자기 마음이겠지만 그래도 목적은 현명해지기 위해서. 현명해져서 삶에 실패를 줄이기 위해서. 소설이든 뭐든 'how to'로 읽는 거죠.
오토모 글쎄. 책을 읽는 다는 것 자체가 이미 지적탐구이기도 하고 욕구이기도 하고 그렇지. 다른 사람이 쓴 것을 읽는다는 것은 그 안에 뭔가가 있어서 그것을 알고 싶기 때문이 아냐. 심심풀이로 소설을 읽는다는 건 상당히 고도의 활동이지. 그래도 (타카노의)주장은 일리 있다고 생각해.
타카노 그런가요? 그래도 전에 오토모 선배가 제가 '노란 책'을 그리고 있을 때, 뭐 그리냐고 해서 제가 그리고 있다고 하고 "그리는 동기는 테마를 표현하는 것이지요"라고 했더니 선배는 헤헤하고 웃으면서 "뭐야, 타카노? 정의나 뭐 그런 거에 대해서 그려? 타카노 후미코의 정의를 한 번 보여줘봐."라고 하셨잖아요(웃음). '그럼요, 보여드리고 말구요' 그랬죠. 전 그러기 위해서 3년간 틀여박혔는 걸요. 그런데 책을 내니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더라구요. 제가 테마를 표현하기 위해서 그린다고 했더니 "타카노 선생님은 좌익이신가 봐요." 이런 소리도 들었어요(웃음). 근데 읽은 사람들은 앵글이나 뭐 그런 데서 놀랐다거나 재미있었다거나 그렇게 평가하더라구요. 뭐 그건 그것대로 좋지만. 하지만 그때 오토모 선배가 헤헤 웃으면서 재미있었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걸 보고서 전 '아, 오토모 선배는 내 정의에 동의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구요.
오토모 훌륭해.
타카노 근데 아니죠(웃음)?
오토모 이제서야 '노란 책'이 무슨 의미인지를 알 것 같아. 대단해. 흐으음.
타카노 아뇨, 모르시잖아요(웃음). 이 이야기에 동의하실 분은 아오키 유지 씨 정도일까요.
오토모 왜 아오키 유지?
타카노 그 분이 그리시는 건 읽는 사람을 향한, 사회를 향한 프로파간다잖아요.
오토모 으음, 그래? 테마주의?
타카노 네. 실제로 완성된 건 좀 다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계속 힘내서 그리는 건 그것 때문이죠.
오토모 대단해. 그렇구나. 감탄했어.
to be continued
# by | 2008/03/20 01:40 | 만화관련 | 트랙백 | 덧글(11)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그 턱과 입은 어떤 캐릭터라도 똑같이 각지고 커다랗고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지요.
그런데 그게 묘하게 매력적이랍니다.
제가 스포츠물을 만들고 있는 중인데. 고스트바둑왕의 플롯과 비슷한 것 같아서 도움을 얻으려고 다시 볼까 했더니,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1년 넘게 못펴들고 있어요.
어릴 땐 그렇게 재밌게 봤는데 말이죠.
신경쓰이는 부분들을 이렇게 직관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도 타카노선생님의 대단한 힘인 것 같아요.
결국 중요한 건 각자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걸 진지하게 추구하는 거겠지요. 그리고 뭐가 정말 중요한지에 대해서 생각 좀 많이 하고.
그런데 타카노 선생님은 상당히 진지한 분이셨군요. 만화는 여유롭고 느긋한 느낌이 아는데...아 어쩌면 그만큼 진지하니까 그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건지도요.
음...[고스트 바둑왕]같은 만화는 사실 그림이 엄청 미형인데다가 세련됐고, 그래서 내용 외에 초간지빨 즉 미학적이랄지 외형적인 즐거움도 전해주는 만화고 요즘은 그런 만화가 많지요. 그러면 주목받고 인기 끌기도 쉬워지니까 개인적으로 그렇게 그릴 수 있는게 부럽기도 하고^^; (저처럼 진짜 도저히 아름답게는 못그리는 사람들이 존재하니 그게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합니다OTL) 그런 만화가, 그림이 워낙 수려하다 보니까 '2차원 세계로의 순간이동'이라면 타카노 선생님 만화는 '어느틈에 스물스물 타카노의 늪에 빠져간다' 이런 차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칭찬입니다^^;) 그런데 왠지 괜시리...후쿠모토 만화는 보시려나 하는 궁금증이 드는 건....
백삼// 저도 만화, 애니 둘 다 재미있게 본 작품이었는데 묘하게 나중에 다시 읽고 싶지는 않더군요.
솔// 아오키 유지도 죽고, 카무이전 3부도 소식이 없고, 타카노도 휴필 중인 지금이 테마주의 만화의 암흑기라 할 만하겠네요. 타카노 선생님이 일단 돌아오셔야...
시바우치// 타카노 후미코와 후쿠모토라... 음 정말 묘한 조합이네요. 이 인터뷰에서도 다른 작가에 대한 언급이 있긴 있는데 아쉽게도 후쿠모토 선생님의 이름은 없었어요.
자니// 잘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문법에 대해 '사실은 있지만'이라고 말한 거 너무 웃기다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스트 바둑왕은 나름 재미있게 봤는데 두 번 펼치기가 쉽지 않더라는.
알음이무// 나름 그 점도 매력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과객// 저도 '몬스터'는 정말 좋아했습니다. '20세기 소년'에 실망해서 요즘 좀 멀어져가고 있습니다만.
아말테아// 우라사와는 너무 헐리웃 영화 삘이라... 읽히긴 잘 읽히는데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고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