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8월 05일
<그리는 것>과 <계속 그리는 것>의 불안과 황홀(8/11)
거의 5개월만의 업뎃이네요.
신경을 거의 못 쓰고 있었습니다.
이것도 이제 끝이 보이네요.
계속 새로워야한다는 압박
오토모 힘들다고 말한 건 더 이상 그리고 싶지 않다는 소리야?
타카노 글쎄요, 테마주의를 고집하면서 그려나가면 행동과 말이 정확하게 일치하는 사람이 되지 않겠어요? 선악의 판단을 자기가 하고, 악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하지 않기로 결심하면 뭔가를 그리기는 커녕, 보통 생활, 살아가는 것도 어려워질 거란 생각도 들고요, 그렇게 되면 좀 그렇죠. 그래서 이쯤에서 그만두는 게 좋지 않을까, 더 이상 가는 것이 무서워졌다 싶은 걸지도요. 젊었을 때엔 이런 걸 생각해 본 적도 없지만요. '절대 안전 면도칼'을 그리던 시절은 남을 놀라게 하는 것이 재미있어서, 어른을 깜짝 놀라게 한 뒤에 "와, 놀랐죠?"하고 뻐기는 아이같았으니까요.
오토모 아니, 그건 그것대로 건전한 것 같은데. 젊었을 때엔 다 그렇지, 뭐. 이런 무대에서.

타카노 오토모 선배는 젊었을 때 어떤 생각을 하면서 그렸나요?
오토모 예전엔 만화는 그렇게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었지. 스스로는 만화를 좋아하지만 어느 시기부터 일러스트나 사진이나 회화나 여러 방향으로 나아가잖아. 그런 게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공부한다고 할까 보고 있었지. 그런 식으로 다시 한 번 만화쪽에 들어가니 다른 사람들이 새로운 것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돼서, "아, 이렇게 하는구나. 이렇게 하면 더 재미있는데" 그런 생각을 하던 시기도 있었지. 테즈카(오사무) 선생님이 시작한 만화라는 것은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간단한 캐릭터를 간단하게 표현하는 곳에서 더 나아가 일러스트 같은, 영화 같은 여러 요소를 조금씩 드러내면서 나아갔지. 이시노모리(쇼타로) 선생님도 (다른 요소를 받아 들여서 나아가고) 그랬고, 다른 만화가들도 그랬지만, 내 입장에서 보면 좀 더 나아가도 괜찮을텐데 그런 생각이 들어서 작품 속에 그런 요소를 더 넣었고. 그러니까 "이런 것도, 바깥 세상에선 하고 있단 말입니다" 같은 생각은 있었지. 뭐, 젊은 혈기로 그랬지만. 그런 것만 하고 있자니 작품을 그리면 항상 새로운 것을 제시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힐 때도 있었지.
타카노 네, 그렇죠.
오토모 실은 마음 속 어딘가에선 이 정도의 기술과 이 정도의 표현력과 이 정도의 스토리면 (그려 나가는 데엔) 지장이 없겠다 싶었는데 계속 그대로 그리다보면 매너리즘에 빠진 대량 생산 작가처럼 되겠다 싶었고...(웃음)
타카노 그렇죠, 왜 그걸 두려워하는 걸까요? 이상하죠. 매너리즘이 뭐 그리 몹쓸 일이라고.
오토모 매너리즘이 몹쓸 일은 아니지만, 계속 새로운 것을 만들어 가는 것이 어렵긴 하지. 이렇게 힘들다니 하고. 젊었을 적엔 자신이 도전해 보고 싶은 것과 자신의 능력이 함께 올라가니 상관없지만 오랫동안 그리다 보면 하고 싶었던 건 대부분 이미 해버렸지. 시대가 변화하니 자신의 생각도 변화하고. 하지만 기술은 자신의 생각만큼 발전하진 않으니까 그것에 맞추려면 어딘가에서 선을 긋거나 다른 방향에 가거나 해야지.
타카노 그리고 젊은 사람들이 점점 압박해 오고 그러죠.
오토모 젊은 애들이 신경쓰여?
타카노 그야 그렇죠. 근데 어느 순간부터 신경쓰이지 않게 되긴 했어요.
오토모 아, 그래(웃음).
타카노 이런 말을 주절주절하는 것도 그런데요, 예전이라면 말 안 했겠지만요, 자신의 비밀을 말해도 되는 걸까 싶어서(웃음).
오토모 항상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자면 아직도 젊은 것 같아서 굉장하단 생각이 들어. 전혀 고갈되지 않았어. 좋겠다. 다들 타카노 씨를 둥글둥글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둥글둥글하지 않지(웃음).

타카노 그렇네요... '루키 씨'가 치유계란 소리를 듣고 제 자신도 그렇게 생각되는 것 같은데 오해라는 것을 이번에 강력하게 주장하고 넘어가야겠어요.
오토모 '루키 씨'는 공격적인 만화지. 악의가 있는걸. 그에 비하면 난 얼마나 둥글둥글해(웃음).
타카노 하하, 그런가요(웃음). 그런 것도 정상적인 성장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오토모 그래, 정상이지. 그러다 점점 테마 같은 부분으로, 독선적이지 않나 스스로 고민하고 있겠지만, 원래부터 독선적이라면 독선적이었으니. 나름 객관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리지만 객관성이 있을 리 없으니까. 밑그림 세 페이지 그리면 객관성이고 뭐고 없어지지.
타카노 네?
오토모 결국 자신의 세계가 되어 버리잖아(웃음).
타카노 그렇죠. 콘티를 짜면서 "자, 그리자!"하는 때엔 그렇지만 그렇지만 그려가면서 데생이 일그러지거나 하면 '고쳐야 되나'하는 그런 손끝의 일이 되어버리죠. 그러다가 지금은 '어깨도 결리니까 그만 그려야지'하는 꼴이 되었죠.
오토모 (웃음). 이제 어쩔 거야?
타카노 글쎄요. 지금 생각하는 중이에요. 그렇죠, 노후가 길죠.
오토모 길다니. 벌써 노인인 것도 아닌데(웃음).
타카노 그럴까요? 오토모 선배는 노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오토모 으음. 난 바쁘니까, 이것저것 하고 있으니까, 노후에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생각해 본 적이 없네.
to be continued
신경을 거의 못 쓰고 있었습니다.
이것도 이제 끝이 보이네요.
계속 새로워야한다는 압박
오토모 힘들다고 말한 건 더 이상 그리고 싶지 않다는 소리야?
타카노 글쎄요, 테마주의를 고집하면서 그려나가면 행동과 말이 정확하게 일치하는 사람이 되지 않겠어요? 선악의 판단을 자기가 하고, 악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하지 않기로 결심하면 뭔가를 그리기는 커녕, 보통 생활, 살아가는 것도 어려워질 거란 생각도 들고요, 그렇게 되면 좀 그렇죠. 그래서 이쯤에서 그만두는 게 좋지 않을까, 더 이상 가는 것이 무서워졌다 싶은 걸지도요. 젊었을 때엔 이런 걸 생각해 본 적도 없지만요. '절대 안전 면도칼'을 그리던 시절은 남을 놀라게 하는 것이 재미있어서, 어른을 깜짝 놀라게 한 뒤에 "와, 놀랐죠?"하고 뻐기는 아이같았으니까요.
오토모 아니, 그건 그것대로 건전한 것 같은데. 젊었을 때엔 다 그렇지, 뭐. 이런 무대에서.

타카노 오토모 선배는 젊었을 때 어떤 생각을 하면서 그렸나요?
오토모 예전엔 만화는 그렇게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었지. 스스로는 만화를 좋아하지만 어느 시기부터 일러스트나 사진이나 회화나 여러 방향으로 나아가잖아. 그런 게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공부한다고 할까 보고 있었지. 그런 식으로 다시 한 번 만화쪽에 들어가니 다른 사람들이 새로운 것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돼서, "아, 이렇게 하는구나. 이렇게 하면 더 재미있는데" 그런 생각을 하던 시기도 있었지. 테즈카(오사무) 선생님이 시작한 만화라는 것은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간단한 캐릭터를 간단하게 표현하는 곳에서 더 나아가 일러스트 같은, 영화 같은 여러 요소를 조금씩 드러내면서 나아갔지. 이시노모리(쇼타로) 선생님도 (다른 요소를 받아 들여서 나아가고) 그랬고, 다른 만화가들도 그랬지만, 내 입장에서 보면 좀 더 나아가도 괜찮을텐데 그런 생각이 들어서 작품 속에 그런 요소를 더 넣었고. 그러니까 "이런 것도, 바깥 세상에선 하고 있단 말입니다" 같은 생각은 있었지. 뭐, 젊은 혈기로 그랬지만. 그런 것만 하고 있자니 작품을 그리면 항상 새로운 것을 제시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힐 때도 있었지.
타카노 네, 그렇죠.
오토모 실은 마음 속 어딘가에선 이 정도의 기술과 이 정도의 표현력과 이 정도의 스토리면 (그려 나가는 데엔) 지장이 없겠다 싶었는데 계속 그대로 그리다보면 매너리즘에 빠진 대량 생산 작가처럼 되겠다 싶었고...(웃음)
타카노 그렇죠, 왜 그걸 두려워하는 걸까요? 이상하죠. 매너리즘이 뭐 그리 몹쓸 일이라고.
오토모 매너리즘이 몹쓸 일은 아니지만, 계속 새로운 것을 만들어 가는 것이 어렵긴 하지. 이렇게 힘들다니 하고. 젊었을 적엔 자신이 도전해 보고 싶은 것과 자신의 능력이 함께 올라가니 상관없지만 오랫동안 그리다 보면 하고 싶었던 건 대부분 이미 해버렸지. 시대가 변화하니 자신의 생각도 변화하고. 하지만 기술은 자신의 생각만큼 발전하진 않으니까 그것에 맞추려면 어딘가에서 선을 긋거나 다른 방향에 가거나 해야지.
타카노 그리고 젊은 사람들이 점점 압박해 오고 그러죠.
오토모 젊은 애들이 신경쓰여?
타카노 그야 그렇죠. 근데 어느 순간부터 신경쓰이지 않게 되긴 했어요.
오토모 아, 그래(웃음).
타카노 이런 말을 주절주절하는 것도 그런데요, 예전이라면 말 안 했겠지만요, 자신의 비밀을 말해도 되는 걸까 싶어서(웃음).
오토모 항상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자면 아직도 젊은 것 같아서 굉장하단 생각이 들어. 전혀 고갈되지 않았어. 좋겠다. 다들 타카노 씨를 둥글둥글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둥글둥글하지 않지(웃음).

타카노 그렇네요... '루키 씨'가 치유계란 소리를 듣고 제 자신도 그렇게 생각되는 것 같은데 오해라는 것을 이번에 강력하게 주장하고 넘어가야겠어요.
오토모 '루키 씨'는 공격적인 만화지. 악의가 있는걸. 그에 비하면 난 얼마나 둥글둥글해(웃음).
타카노 하하, 그런가요(웃음). 그런 것도 정상적인 성장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오토모 그래, 정상이지. 그러다 점점 테마 같은 부분으로, 독선적이지 않나 스스로 고민하고 있겠지만, 원래부터 독선적이라면 독선적이었으니. 나름 객관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리지만 객관성이 있을 리 없으니까. 밑그림 세 페이지 그리면 객관성이고 뭐고 없어지지.
타카노 네?
오토모 결국 자신의 세계가 되어 버리잖아(웃음).
타카노 그렇죠. 콘티를 짜면서 "자, 그리자!"하는 때엔 그렇지만 그렇지만 그려가면서 데생이 일그러지거나 하면 '고쳐야 되나'하는 그런 손끝의 일이 되어버리죠. 그러다가 지금은 '어깨도 결리니까 그만 그려야지'하는 꼴이 되었죠.
오토모 (웃음). 이제 어쩔 거야?
타카노 글쎄요. 지금 생각하는 중이에요. 그렇죠, 노후가 길죠.
오토모 길다니. 벌써 노인인 것도 아닌데(웃음).
타카노 그럴까요? 오토모 선배는 노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오토모 으음. 난 바쁘니까, 이것저것 하고 있으니까, 노후에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생각해 본 적이 없네.
to be continued
# by | 2008/08/05 18:57 | 만화관련 | 트랙백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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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분들의 대담이 지금 제가 하고 있는 고민이랑 비슷하네요.^_^
그런데 탐미계나 치유계나 '계'자를 쓰는 것은 일본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거죠?
치유계라는 것은 또 생소하기도 하네요
그냥 관용적으로 분류할때 붙이는걸까요?
두 분 선생님 모두 생각보다 비판적이고 예민하신 거 같네요 멋있어요ㅜㅜ
원래 뭉뚱그려 설명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계 이런 말을 많이 쓰지요.
'치유계'는 일상의 아름다움을 그리는 것처럼 위장하고선, 치열한 갈등이 없는 유사 일상으로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 일련의 작품군들을 가리킵니다(정의 by 왜곡의 달인 대산초어).
설명을 들으니 이제 대강 감이 잡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