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9월 06일
<그리는 것>과 <계속 그리는 것>의 불안과 황홀(11/11)完
우왕, 드디어 대망의 완결이네요.
뉘앙스가 아리까리한 부분은 나중에 날잡고 가다듬어야...
집중해서 보고 그리기
타카노 낚시하러 가고 싶네요. 요샌 통 못 갔어요.
오토모 낚시!(웃음) 발도술 요새도 하나?
타카노 발도술은 요새 좀 바빠서... 여기저기 아파서 못 하겠더라구요.
오토모 못 하겠다고? 진검은 샀어?
타카노 있어요. 근데 더 이상 늘지 않겠다 싶으면 다른 사람에게 줘버릴까봐요. 골동품가게에서 샀는데 이래뵈도 에도 말기 물건이에요. 무게도 제가 다루기 적당하고, 길이도 제게 잘 맞아요.
오토모 몇 센티미터?
타카노 68센티미터요. 꽤 괜찮았는데 요새 들어 근력이 떨어져서 점점 어려워지네요. 예전엔 정말 잘했어요(웃음). 발도술이 만화를 그리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오토모 어떻게?
타카노 복식호흡이랑, 그리고 적이 어디에서 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칼끝을) 응시하지 말고 주위를 반쯤 지켜뜬 눈으로 보라거나 그런거요. 제 안에선 '칼끝에 집중하지 마라'는 '펜촉끝에 집중하지 마라'는 똑같은 의미고요, 원고용지에 펜선을 넣을 때 앞컷과 뒷컷 양쪽을 다 시야에 넣고 펜선을 넣다 보면 첫발도가 잘 되듯이 그림도 잘 그려지죠(웃음).
오토모 달인이네!
타카노 그렇죠, 하하하하(웃음). 발도술 선생님한테도 이 이야길 해드리고 싶은데 아마 이해 못하시겠죠. 도움이 많이 되어요. 하지만 만화는 발도술하는 데 별로 도움이 안 되더라구요. 그리고 지구의 중력 같은 것도 의식할 수 있게 되었고요. 사람이 서있을 때의 그림이 많이 늘었어요. 발도술은 10년째가 되어가는데 '노란 책'을 그렸을 때, 제일 잘 됐어요. 근육도 잘 움직였고.
오토모 뭘 베었어?
타카노 다다미나 짚단이나 뭐 그런 거요. 전 잘 못 베어요. 초등학교 다닐 땐 미술 잘 하는 애가 체육 못 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웃음) 지금은 달라요. 체육도 중요하죠.
오토모 체육 맞나? 무도 아닐까(웃음).
타카노 아뇨, 체육이면 됐어요. 단순한 일어서기, 앉기를 많이 할 수 있거든요. 요새 디자이너라는 남자애들을 보면 뭐 저렇게 비실비실한지. 야무진 애가 별로 없어요. 스물만 넘어도 어깨가 아프다고 징징대고. 선도 비실비실하고, 운동 좀 했으면 좋겠어요.
오토모 나도 집중이 안 될 때가 있는데 그럴 때 복식호흡을 하지. 단전에 힘을 모아서. 집중력이란 건 진짜 없으면 어쩔 도리가 없지. 만화를 그린다는 것은 에너지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지. 높은 곳에 올라서 확하지 않으면 못 그려. 한 마디로 충실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지.
타카노 네, 그렇죠. 그러고 보니 지난 번에 남편이 '죠죠의 기묘한 모험' 11권을 가지고 와서 묻더라구요. 작가 커멘트 부분을 펼치고. '이거 너도 해?' 딱 복식호흡이라고 적혀있진 않았지만 아라키 (히로히코)씨도 똑같이 하더라구요.
오토모 숙취 때문에 집중하기 어려운데 그래도 일단 일은 해야할 때, 그럴 때 복식호흡을 해서 집중하지. 정말로 집중하는 건 어려운데. 자신의 흐리멍텅한 기분을 한 군데로 집중시켜 작품을 마주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지. 그래서 모두 테크닉을 쓰기 시작하지. 조금씩 그런 걸 하지 않아도 되도록 방법을 생각하는거지.
타카노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리는 그런 식이 되어버리는 것 같아요.
오토모 그러니까 여러 만화를 보고 이건 집중해서 그렸구나, 이건 (테크닉으로) 얼버무려 그렸구나 알 수 있게 되는 거야.
타카노 그렇죠. 한 사람 안에서도 될 때가 있고, 아무리 해도 안 될 때가 있고.
오토모 얼버무리니까. '난 어느 정도의 기술과 캐릭터가 있으니 귀여운 얼굴을 그릴 수 있다면 어떻게 때울 수 있지 않겠어?' 하는 식으로 그리는 사람과 귀여운 얼굴을 쓰지 않고 그리는 사람하고는 차이가 있지. ('노란 책'을 보며) 이건 골치 아팠겠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웃음).
타카노 그거 그리고 몸이 망가졌어요. 발도술 선생님한테 그런 이야길 했더니 "자넨 아직도 수행이 부족하군. 끝나고 늘어져 버리다니 다음 적이 오면 어떡하려고!" 하고 혼내시더라구요.
오토모 엄격하시네(웃음). 그게 힘들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다가 점점 할 수 없게 될 거라고 생각해...... 지치지. 엄격한 건......
타카노 그렇죠.
오토모 자기 이야기를 하려면 넓게 봐야지. 그렇지 않으면 스토리가 스토리가 어딘가로 이상한 방향으로 기울어 버리니까.
타카노 "언제 가야 되나?" 하고 꼼짝달싹하지 못하게 될 때도 있죠, 뒤만 보고 있으면.
오토모 쭉 넓게 보고 객관성을 유지한 채 나아가야 마지막에 여기다 싶은 곳을 찾게 되지. 거기에 카타르시스가 없다면, 없다면 골치 아프지.
타카노 그리고 뒷배포(무도에서 끝나고 난 뒤에도 경계심을 풀지 않는 것)도 있어야죠.
오토모 그러면 엄청 힘들 것 같아. 그래도 돌아오게 되더라고.
타카노 그럴까요?
오토모 모두 그러잖아. 만화는 어려운 일이야. 소설도 그렇겠지만 하나의 작품을 그리면 자신이 전부 드러나고 그것을 마주 보지 않으면 안 되니까. 자신을 마주 보는 게 싫으면 점점 달아나게 되고 자신에게서 달아나게 되면 그릴 수가 없게 되지. 가끔 있지, 그림이 점점 이상해지는 만화가. 그런 만화가들은 보는 걸 멈춰버린 사람들이야. 그림은, 그런 게 다 드러나게 되어 있다고.
타카노 무섭네요.
오토모 무섭지. 보면 척 알거든. "아, 이 사람 자기 눈으로 보고 있지 않아." 데생이 어긋나 있는데 이상한 스크린톤만 예쁘게 붙힌다든가 그런 걸 보면 '이 사람은 글렀다' 이런 생각이 들고 말지. 작품을 만들어 간다는 건 그런 거야. 자기 작품을 낸다는 것은 자신의 한계가 어디인가,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드러내 보이는 일이니까.
타카노 일부러 한계를 확인하기 위해서 그리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죠.
오토모 자기는 모르고 그런 걸 고대로 (작품으로) 내는 경우도 있지? 직업이니까. 주위가 점점 형편없어 진다고 생각하는데도 정작 자기는 모르고 그리고 그러지. 그게 제일 무서워.
타카노 제가 그렇게 되면 정말 싫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토모 그래, 자신이 그리고 있는 것이 형편없다는 소릴 듣고 있는데도 그리고 있는 것이 제일 무섭지. 그래도 어딘가에서 거만한 작가는 그대로 그리고 있을 거고, 태작을 양산하기도 할 거고. 어려운 이야기지. 만화는 상업적인 면에선 많이 발달했지만 문화적 측면에선 아직 갈 길이 머니까. 그런 '문화'가 되는 것도 이상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말야.
타카노 후미코, 만화가
오토모 카츠히로, 만화가
뉘앙스가 아리까리한 부분은 나중에 날잡고 가다듬어야...
집중해서 보고 그리기
타카노 낚시하러 가고 싶네요. 요샌 통 못 갔어요.
오토모 낚시!(웃음) 발도술 요새도 하나?
타카노 발도술은 요새 좀 바빠서... 여기저기 아파서 못 하겠더라구요.
오토모 못 하겠다고? 진검은 샀어?
타카노 있어요. 근데 더 이상 늘지 않겠다 싶으면 다른 사람에게 줘버릴까봐요. 골동품가게에서 샀는데 이래뵈도 에도 말기 물건이에요. 무게도 제가 다루기 적당하고, 길이도 제게 잘 맞아요.
오토모 몇 센티미터?
타카노 68센티미터요. 꽤 괜찮았는데 요새 들어 근력이 떨어져서 점점 어려워지네요. 예전엔 정말 잘했어요(웃음). 발도술이 만화를 그리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오토모 어떻게?
타카노 복식호흡이랑, 그리고 적이 어디에서 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칼끝을) 응시하지 말고 주위를 반쯤 지켜뜬 눈으로 보라거나 그런거요. 제 안에선 '칼끝에 집중하지 마라'는 '펜촉끝에 집중하지 마라'는 똑같은 의미고요, 원고용지에 펜선을 넣을 때 앞컷과 뒷컷 양쪽을 다 시야에 넣고 펜선을 넣다 보면 첫발도가 잘 되듯이 그림도 잘 그려지죠(웃음).
오토모 달인이네!
타카노 그렇죠, 하하하하(웃음). 발도술 선생님한테도 이 이야길 해드리고 싶은데 아마 이해 못하시겠죠. 도움이 많이 되어요. 하지만 만화는 발도술하는 데 별로 도움이 안 되더라구요. 그리고 지구의 중력 같은 것도 의식할 수 있게 되었고요. 사람이 서있을 때의 그림이 많이 늘었어요. 발도술은 10년째가 되어가는데 '노란 책'을 그렸을 때, 제일 잘 됐어요. 근육도 잘 움직였고.
오토모 뭘 베었어?
타카노 다다미나 짚단이나 뭐 그런 거요. 전 잘 못 베어요. 초등학교 다닐 땐 미술 잘 하는 애가 체육 못 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웃음) 지금은 달라요. 체육도 중요하죠.
오토모 체육 맞나? 무도 아닐까(웃음).
타카노 아뇨, 체육이면 됐어요. 단순한 일어서기, 앉기를 많이 할 수 있거든요. 요새 디자이너라는 남자애들을 보면 뭐 저렇게 비실비실한지. 야무진 애가 별로 없어요. 스물만 넘어도 어깨가 아프다고 징징대고. 선도 비실비실하고, 운동 좀 했으면 좋겠어요.
오토모 나도 집중이 안 될 때가 있는데 그럴 때 복식호흡을 하지. 단전에 힘을 모아서. 집중력이란 건 진짜 없으면 어쩔 도리가 없지. 만화를 그린다는 것은 에너지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지. 높은 곳에 올라서 확하지 않으면 못 그려. 한 마디로 충실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지.
타카노 네, 그렇죠. 그러고 보니 지난 번에 남편이 '죠죠의 기묘한 모험' 11권을 가지고 와서 묻더라구요. 작가 커멘트 부분을 펼치고. '이거 너도 해?' 딱 복식호흡이라고 적혀있진 않았지만 아라키 (히로히코)씨도 똑같이 하더라구요.
오토모 숙취 때문에 집중하기 어려운데 그래도 일단 일은 해야할 때, 그럴 때 복식호흡을 해서 집중하지. 정말로 집중하는 건 어려운데. 자신의 흐리멍텅한 기분을 한 군데로 집중시켜 작품을 마주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지. 그래서 모두 테크닉을 쓰기 시작하지. 조금씩 그런 걸 하지 않아도 되도록 방법을 생각하는거지.
타카노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리는 그런 식이 되어버리는 것 같아요.
오토모 그러니까 여러 만화를 보고 이건 집중해서 그렸구나, 이건 (테크닉으로) 얼버무려 그렸구나 알 수 있게 되는 거야.
타카노 그렇죠. 한 사람 안에서도 될 때가 있고, 아무리 해도 안 될 때가 있고.
오토모 얼버무리니까. '난 어느 정도의 기술과 캐릭터가 있으니 귀여운 얼굴을 그릴 수 있다면 어떻게 때울 수 있지 않겠어?' 하는 식으로 그리는 사람과 귀여운 얼굴을 쓰지 않고 그리는 사람하고는 차이가 있지. ('노란 책'을 보며) 이건 골치 아팠겠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웃음).
타카노 그거 그리고 몸이 망가졌어요. 발도술 선생님한테 그런 이야길 했더니 "자넨 아직도 수행이 부족하군. 끝나고 늘어져 버리다니 다음 적이 오면 어떡하려고!" 하고 혼내시더라구요.
오토모 엄격하시네(웃음). 그게 힘들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다가 점점 할 수 없게 될 거라고 생각해...... 지치지. 엄격한 건......
타카노 그렇죠.
오토모 자기 이야기를 하려면 넓게 봐야지. 그렇지 않으면 스토리가 스토리가 어딘가로 이상한 방향으로 기울어 버리니까.
타카노 "언제 가야 되나?" 하고 꼼짝달싹하지 못하게 될 때도 있죠, 뒤만 보고 있으면.
오토모 쭉 넓게 보고 객관성을 유지한 채 나아가야 마지막에 여기다 싶은 곳을 찾게 되지. 거기에 카타르시스가 없다면, 없다면 골치 아프지.
타카노 그리고 뒷배포(무도에서 끝나고 난 뒤에도 경계심을 풀지 않는 것)도 있어야죠.
오토모 그러면 엄청 힘들 것 같아. 그래도 돌아오게 되더라고.
타카노 그럴까요?
오토모 모두 그러잖아. 만화는 어려운 일이야. 소설도 그렇겠지만 하나의 작품을 그리면 자신이 전부 드러나고 그것을 마주 보지 않으면 안 되니까. 자신을 마주 보는 게 싫으면 점점 달아나게 되고 자신에게서 달아나게 되면 그릴 수가 없게 되지. 가끔 있지, 그림이 점점 이상해지는 만화가. 그런 만화가들은 보는 걸 멈춰버린 사람들이야. 그림은, 그런 게 다 드러나게 되어 있다고.
타카노 무섭네요.
오토모 무섭지. 보면 척 알거든. "아, 이 사람 자기 눈으로 보고 있지 않아." 데생이 어긋나 있는데 이상한 스크린톤만 예쁘게 붙힌다든가 그런 걸 보면 '이 사람은 글렀다' 이런 생각이 들고 말지. 작품을 만들어 간다는 건 그런 거야. 자기 작품을 낸다는 것은 자신의 한계가 어디인가,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드러내 보이는 일이니까.
타카노 일부러 한계를 확인하기 위해서 그리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죠.
오토모 자기는 모르고 그런 걸 고대로 (작품으로) 내는 경우도 있지? 직업이니까. 주위가 점점 형편없어 진다고 생각하는데도 정작 자기는 모르고 그리고 그러지. 그게 제일 무서워.
타카노 제가 그렇게 되면 정말 싫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토모 그래, 자신이 그리고 있는 것이 형편없다는 소릴 듣고 있는데도 그리고 있는 것이 제일 무섭지. 그래도 어딘가에서 거만한 작가는 그대로 그리고 있을 거고, 태작을 양산하기도 할 거고. 어려운 이야기지. 만화는 상업적인 면에선 많이 발달했지만 문화적 측면에선 아직 갈 길이 머니까. 그런 '문화'가 되는 것도 이상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말야.
타카노 후미코, 만화가
오토모 카츠히로,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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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8/09/06 18:57 | 만화관련 | 트랙백 | 덧글(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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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싫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자신의 실력을 다시 돌아보게끔 만드는 글이었어요.
D069// 정말 끔찍하겠지요.
뭉민// 두 분 다 본좌급이시라^^...
과객//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이지민// 배트맨이 조커를 완전하게 하듯(?) 덧글이 포스팅을 완전하게 하는 것이죠. 그래서 전 댓글보다 덧글이란 표현을 더 좋아합니다.
효우도// 한 번 해보시는 건?
시바우치// 마침 일본에 계시니 배워보세요^^.
이 시리즈가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수고많으셨습니다.
어쨌든 저도 하나 마무리 지어서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잘 보셨다니 다행이네요.
많은 가르침 주신 두분 만화가께 감사드리고, 번역하신 대산초어님 수고많으셨습니다!
다시 보니까 오토모의 데츠카씨/이시노모리선생님 이라는 호칭의 차이가 눈에 들어오네요^^.;
하대한다기보다는 역사 속 위인 취급이랄까 뭐 그런 느낌이 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