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토마의 심장 (하기오 모토, 1974) 1001만화

취향과 코드를 뛰어넘는 걸작은 매우 드물게 나온다. 하기오 모토의 작품 '토마의 심장'이 오랜 시간동안 소녀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그 장르에 별로 관심없는 사람들까지 매료시켜 왔다는 것은 이 작품이 그 드물게 나오는 걸작 중 하나라는 근거가 된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을 연상시키는 이 작품은 흠을 찾기 매우 어려운, 거의 완벽에 가까운 작품이다.

슈로터베츠 김나지움에서 유리스모르 바이한을 좋아했던 소년 토마가 자살한다. 그는 자살하면서 '마지막으로 유리스모르에게, 이것이 나의 사랑, 이것이 내 심장 소리, 그대는 알고 있을 터'란 유서를 남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토마와 똑같이 생긴 에릭 프륄링이 김나지움에 들어오게 된다. 에릭은 자신을 토마와 겹쳐보는 주위의 시선을 싫어하고 그것에 반발하지만 어느새 토마가 그랬던 것처럼 유리스모르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유리스모르는 어떤 이유에선지 에릭에게 마음을 열어주지 않는다.

이 작품은 살아가면서 잃어버리게 된 순수를 토마라는 소년을 통해 이야기한다. 그러나 상실에 대한 진부한 한탄이 아니다. '토마의 심장'의 탁월한 점은 여기에 있다. 살아가면서 순수는 저절로 상실된다. 하지만 순수가 상실되어야만 어른이 될 수 있고, 삶을 지속할 수 있다. 마치 토마가 자살함으로써 유리스모르가 살아가듯이. '토마의 심장'은 떠나간 순수에게 보내는 진실하고 우아한 감사 편지다.

1970년대 만화라 그림이나 연출 면에서 조금 과도하게 우아한 감이 없지않아 있지만 그런 인상도 처음 읽을 때 뿐이고 읽다 보면 그 우아함이 매력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 카테고리에 올라올 모든 만화 중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걸작이다.

덧글

  • j군 2008/09/15 00:23 # 삭제 답글

    그림이 무척 예뻐요. 정말, 죽기 전엔 꼭 읽어봐야겠네요.ㅎㅎ
  • 대산초어 2008/09/15 00:24 #

    정발 나와있으니 꼭 읽어보세요^^.
  • 제절초 2008/09/15 10:15 # 답글

    엉엉 토마의 심장 진짜 재미있게 봤어요;ㅂ; 저 시대의 감성이란 정말...;ㅅ; 그림도 정말 예쁘구요;ㅅ;
  • 대산초어 2008/09/15 14:55 #

    하기오 모토의 이 시절 그림은 정말 대단하지요.
  • 과객 2008/09/15 14:10 # 삭제 답글

    설명만으로도 보고 싶어지는군요.
    정발된 책이니 당장 사봐야겠어요!^_^
  • 대산초어 2008/09/15 14:55 #

    네, 꼭 보시길^^.
  • obeseku 2008/09/15 19:23 # 답글

    나머지 네손가락의 정체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만 이런 건 대체 어디서 구해서 읽어야....
  • 대산초어 2008/09/15 20:03 #

    나머지 네 손가락은 1급 기밀입니다. 나올 때마다 말씀드릴게요^^.
  • 여아 2008/09/16 18:21 # 삭제 답글

    소개 감사합니다~! 알라딘에 저렴하게 나와있으니 꼭 사봐야겠어요^ ^ 덕분에 즐겁게 감상할게요~
  • 대산초어 2008/09/17 10:39 #

    서울문화사 알바가 된 기분이네요^^.
  • 뎡야 2008/09/17 09:45 # 삭제 답글

    우와 감동적인 평인데요 우와우와
  • 대산초어 2008/09/17 10:40 #

    놀리지 마세요ㅠ.ㅠ
  • 2008/10/03 21:12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대산초어 2008/10/05 14:32 #

    그냥 평범한 대학생입니다^^. 서울문화사 알바 아니에요.
  • \'_\' 2009/02/03 17:52 # 삭제 답글

    하기오 모토 것은 뭔가 감성에 안 맞습니다. 글쓴 분 말씀대로 너무 우아해서일까요..ㅋㅋ;;
    하지만 이상하게도 국내에 발간된 족족 다 읽었고 잔혹한 신이 지배한다도 읽었습니다
    뭔가 묘하게 끌리는 점이 있더군요
  • 대산초어 2009/02/03 20:51 #

    그러다가 팬이 됩니다. 저처럼...
  • 하황 2009/03/29 21:32 # 삭제 답글

    처음 이 작품을 보았을때, 처음에는 정말 취향적인 옛소녀만화 그림체에 황홀경을 느꼈으나
    끝까지 다 읽었을 때는 지금은 이해못할 허무감을 느꼈습니다만..^^;
    두 번 읽어보니 그때는 느낌이 정말 새롭더군요.
    결국 몇번이나 꺼내서 다시 읽고 다시읽고..
    몇번을 봐도 마지막 유리의 모습은 감동적이에요~
    사실 초반에 등장인물 중에서 유리가 제일 별로 였는데, 지금은 유리가 제일 좋습니다;
    에릭은 이상하게... 초반에도 지금도 눈길이 그닥;;(왜그럴까?;;)
    하기오모토는 이시절의 그림체가 제일 익숙한 저로서는 잔혹한 신이 지배한다의 그림체를 보고
    다소의 신선한 충격을 받아 '잔혹한..'을 보는것이 많이 지체됬었죠ㅠ
    그만큼 이 시절의 그림체는 정말 취향이었어요..ㅠㅠ
    그렇다고'잔혹한~'의 그림체가 별로라는 소리는 아니구; 오히려 그 작품에 맞는 그림체가 있는 법일까요..
    그러나 이 시절의 그림체에 더 애정이 가는건 어쩔 수 없군요^.^;;;;;;;;
  • 대산초어 2009/03/29 23:52 #

    저도 유리스모르를 제일 좋아합니다. 근데 체감인기가 가장 높은 건 오스카네요.
  • 글쎄요 2017/06/16 17:11 # 삭제 답글

    추천하신 만화책 구해서 봤는데... 이건 뭐 취향을 떠나서 유치하네요.
    어머님이 돌아가신 소식을 들었는데 갑자기 키스를... 하하.
    그리고 게이 만화인 줄은 몰랐습니다.
    이 만화가 베스트 5안에 든다고 하시니 더 놀랍네요.
    전반적으로 우아한 코드와 연출이 흥미로운 점이 있었지만 취향과 코드를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 대산초어 2017/06/22 09:52 #

    뭐 그렇게 보셨다면 어쩔 수 없죠.
  • slowner 2021/02/28 22:04 # 삭제 답글

    언급하신 장점이 있는 작품인건 분명하지만... 소녀 만화라고 점잖게 표현하셨는데.
    명확하게 이 작품은 BL입니다. 격한 애정표현과 감정교류가 일반적인 독자에겐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언급해 주시는게 좋다고 봅니다. 저도 다른 작품 추천에 만족해서 이 작품을 구입해서 보게된 케이스입니다.
    조심스럽게 감상평을 적어보자면 제 기준엔 언급하신 장점보다 단점이 더 컸습니다.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