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나니와 금융도 (아오키 유지, 1990) 1001만화

아오키 유지는 일본 주류 만화계에서 보기 드문 마르크스주의 만화가였다. 그는 일관적으로 작품을 통해 자본주의 시스템이 얼마나 부조리한지를 고발해 왔다. 타카노 후미코가 말했듯이 그의 만화는 어느 정도 프로파간다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의 탁월한 점은 프로파간다의 효과를 위해 현실을 왜곡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그의 그림이 그렇듯, 자신의 통찰력을 가지고 사실적으로 꼼꼼하게 자신이 비판하고자 하는 것을 그려낸다. '나니와 금융도'는 그런 그의 대표작이자 최고 걸작이다.

인쇄소에서 일하던 하이바라 타츠유키는 인쇄소의 부도를 계기로 사채업자로 재출발하기로 결심한다. 그래서 그는 공부를 한 다음에 제국 금융이라는 대부회사에 들어가서 사채업자로서의 커리어를 쌓아가게 된다. 때로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고, 때로는 채무자에게 뒤통수를 얻어 맞기도 하면서 그는 어엿한 한 사람의 사채업자로 성장해간다.

사실 이 작품은 제대로 완결되어 있지 않다. 작가인 아오키 유지가 건초염에 걸려 더 이상 그릴 수가 없자 중간에 마무리를 짓고 말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대단한 호소력을 지닌다. 이 작품만큼 자본주의의 부조리를 살갑게 그려낸 작품은 찾기 힘들다. 인간이 자본주의에 적응해서 비인간화되는 과정을 매우 현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이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은 그 놈의 돈 때문에 양심을 버리고, 주위 사람들을 곤경에 빠트리고, 몸을 팔고, 도망친다.

하지만 이 작품을 읽을 때 진정으로 슬픈 것은 이렇게 비인간화된 인간들이 역설적으로 매우 인간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것은 이미 우리가 이 빌어먹을 시스템에 완벽하게 적응되어 있다는 것을 웅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덧글

  • 사노 2008/09/21 11:22 # 답글

    작금의 대한민국 현실에 꼭 필요한 만화인데 정발이 안 나오는 것이 슬플 뿐. (금융쪽은어는잘모르니;;)

    이 만화 보면서 이 만화가 현실이라는 것이 너무나 무서웠습니다. 예, 저는 이 빌어먹을 시스템에 완벽 적응 중인 것 같아요. T-T
  • 대산초어 2008/09/22 01:54 #

    여기에 나오는 술수랄까 사기의 대부분이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죠. 보면서 내가 저 상황이라면 어쩐다냐... 하고 벌벌 떨었습니다.
  • kabbala 2008/09/22 09:14 # 삭제

    매주만화(주간만화던가?) 연재할 때 단행본이 나왔었죠. (아;; 그때는 다 해적판일 때였나?)
  • dcdc 2008/09/21 11:49 # 답글

    맑스주의 만화라...꼭 한 번 보고 싶습니다.
  • 대산초어 2008/09/22 01:55 #

    맑스라니 너무 촌스러우시... 는 농담이고 좋은 작품입니다. 기회가 되면 꼭 보세요.
  • StarLArk 2008/09/21 12:09 # 답글

    잘만 홍보하면 베스트 셀러 등급도 충분할 것 같지만..... 역시나 만화는 대여점 때문에
  • 대산초어 2008/09/22 01:55 #

    아예 일반 서적 스타일로 비싸게 내서 대여점에 못 들어가게 하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일단 문제는 분량이겠지만...
  • StarLArk 2008/09/22 10:10 #

    그러면 아예 안팔릴 것 같군요
  • 대산초어 2008/09/22 12:47 #

    지금도 8000원에서 10000원하는 만화책들이 팔리고 있는데요, 뭐^^.
    특히 이 작품은 매스컴이 좀만 받쳐주면 한국에서도 팔릴 확률이 높은 만화라고 생각해요.
  • 뭉민 2008/09/21 21:37 # 삭제 답글

    1001만화 시리즈 잘 읽고 있습니다^_^ 좋은 만화들은 많은데 번역하는 출판사는 왜이리 없는지 슬프네요.ㅠㅠ
  • 대산초어 2008/09/22 01:57 #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예전보단 다양성 면에서 더 나아진 것 같아요. 앞으로도 나아지기를 바라야죠.
  • 뎡야핑 2008/09/22 23:11 # 삭제 답글

    보고싶다 빨리 번역해 주세연!!!
  • 대산초어 2008/09/23 00:10 #

    일본어도 할 줄 아시는 분이 왜 이러십니까!
    북오프 가면 단행본 중고로 많이 있습니다^^.
  • 뎡야 2008/10/02 14:54 # 삭제

    정발해달라는 소리없는(?) 외침인데... 췟-3-
  • 2008/09/23 18:18 # 삭제 답글

    유행안타는 그림체라 그런지 그림도 참 매력적이에요. 청정하수구에서 좋은 위치에 소개됐으니 곧 빛을 보겠죠.^^ (<심부름>이 재밌어서 덧글달려고 제너러스에 갔더니 아직 없더군요)
  • 대산초어 2008/09/23 23:41 #

    제너러스 쪽은 폐쇄하려고 합니다. 티스토리에 실망한 일이 있어서요.
  • nomodem 2010/01/13 22:36 # 삭제 답글

    이 만화가 예전에 국내정식 소개된적이 있었습니다.

    아마 트웬티세븐이라는 주간성인만화를 통해서였나..
  • 대산초어 2010/01/13 23:48 #

    네, 알고 있습니다.
  • ㅇㅇ 2019/01/03 15:41 # 삭제 답글

    드라마로만 봤는데 원작 만화가 있었군요.
    소개를 보니 내용이 궁금해지는데 볼 길이 없네요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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