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전염됩니다 (요시다 센샤, 1989) 죽기전에꼭읽어야할1001편의만화

부조리 만화의 기원을 어디에서 찾아야할지 정확하진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요시다 센샤의 4컷 만화 '전염됩니다'를 그 시조로 일컫는다. 사실 4컷 만화란 형식면에서 대단히 엄격한 장르였다. 기승전결의 구조를 갖추고 마지막에는 익살스럽게 포인트를 줘서 마무리지어야만 했다. 이시이 히사이치가 등장하면서 4컷 만화는 또렷하게 결말을 지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요시다 센샤에 이르러서는 거의 아무 것도 남지 않게 되었다. 그는 4컷 만화에서 '4컷'과 '만화'만 남기고 거의 모든 것을 해체시켜 버렸다. "요시다 센샤가 지나간 곳에는 풀 한 포기 남지 않는다"란 말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전염됩니다'가 웃음의 소재로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맥락에서 벗어난 논리, 기표의 자의성, 이상하다고 할 수 밖에 없는 캐릭터 정도를 들 수 있다. 완전히 다른 맥락에서 똑같은 논리를 추구하는 편집증적인 인물들, 아무렇지 않게 쓰고 있지만 생각해보면 이상한 말들, 수달과 야마자키 선생으로 대표되는 귀엽지만 살짝 이상한 캐릭터들이 매 4컷마다 이상한 방식으로 읽는 사람들을 웃기게 혹은 매우 허탈하게 만든다. 

1980년대 후반에 나온 만화지만 지금 다시 봐도 매우 독특하고 지적이고 재미있는 만화다. 4컷 만화 그리고 개그 만화가 도달할 수 있는 한 극점이 여기에 있다. 자칭 부조리 만화가 난립하는 지금도 이 작품은 원조의 품격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읽는 사람을 전염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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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StarLArk 2008/09/28 14:31 # 답글

    결코 고루하지 않은 원조의 힘.
  • 대산초어 2008/09/28 22:39 #

    명작이죠^^.
  • 잠본이 2008/09/28 15:02 # 답글

    ...저러다 혐의자가 진짜 게이면 어찌되는 거임? OTL
  • 대산초어 2008/09/28 22:40 #

    훗, 아무리 게이라도 보는 눈이 있기 마련... 농담입니다.
  • 나르사스 2008/09/28 15:13 # 답글

    얼핏보면 가벼운 개그같은데 품격이 느껴지네요!
  • 대산초어 2008/09/28 22:48 #

    음담패설 같은 것도 거의 없어요. 겉으로 보기엔 대단히 얌전한 만화죠.
  • M 2008/09/28 16:53 # 삭제 답글

    말이 안되면서도 되는게 미묘한거 같아요
    지금은 이상한 만화가 많은듯..차원이 높아지고 있는 느낌;
  • 대산초어 2008/09/28 22:50 #

    점점 알 수 없는 곳으로 가는 것 같기도 해요. 따라가기가 벅차달까...
  • 2008/09/28 20:21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대산초어 2008/09/28 22:39 #

    네, 사실 다음엇지 님의 의견이 타당하겠지요. 그런데 지금 부조리 만화라고 하면 '부조리한 만화'라기 보다는 '개그 만화의 하위 장르 중 하나로 부조리를 이용해 웃기는 만화' 정도로 통용되는 것 같습니다. 마치 '러브코미디'가 원래의 의미완 달리 쓰이는 것과 마찬가지로요.
  • 시바우치 2008/09/30 16:14 # 삭제 답글

    요시다 센샤는 비평글도 분석적으로 잘 써서 놀랐습니다. [응석부리지 마!]는 주역은 키미코와 밋짱 모녀지만 왠지 기억에 강렬히 남는 것은 매드 사이언티스트 제너 박사;;
  • 대산초어 2008/10/01 00:33 #

    그래도 전 역시 하세가와 키미코가 제일 인상적이더군요. 개, 야마자키 선생과 함께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입니다.
  • 지나가는 길에.. 2008/10/01 02:16 # 삭제 답글

    대산초어님 블로그를 종종 들르는 나그네입니다만..
    굳이 '오치'라는 표현을 일본발음 그대로 쓸 필요가 있을까요...
    퍼뜩 생각해도 적합한 한국말이 몇개나 떠오르는데...
    저는, 굳이 인터넷상에서 국어의 변형이라든가, 신조어, 외래어에 민감한 사람은 절대 아닙니다만,
    글의 맥락에 해가 되지 않는 한 굳이 일본어를 쓸 필요가...
    저같은 경우는 일본어를 잘 알기때문에 괜찮지만, 일반인들이 '오치'라는 말을 알까요...
    그냥... 뻘글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ps : 대산초어님 사랑해요.
  • 대산초어 2008/10/01 18:36 #

    원래 '오치'란 말이 라쿠고에서 유래한 말인 것 같아서 그냥 써왔습니다만 그렇게 받아들이실 수도 있겠군요. 제가 일빠 오덕이라 생각이 닿지 않았습니다. 지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적당히 수정하도록 할게요.
  • 다리아 2008/10/01 17:08 # 삭제 답글

    넘 웃겨요,,.. 훔쳐가요... ㅋㅋㅋ
  • 대산초어 2008/10/01 18:40 #

    앗, 여긴 자취없는 스크랩을 언제나 환영하는 블로그입니다^^.
  • 2008/10/02 00:22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대산초어 2008/10/05 14:11 #

    어이쿠, 별말씀을... 제가 좀 오만하긴 하지만 주제는 파악하고 살려고 노력한답니다.
  • 샤르 2008/10/20 10:18 # 답글

    "요시다 센샤가 지나간 곳에는 풀 한 포기 남지 않는다"

    으하핫, 저런 말을 대체 누가 했을까요? 얼마 보지 않았지만 수긍이 팍팍.;;
  • 대산초어 2008/10/20 19:20 #

    누가 제일 먼저 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네요^^;
  • 아라이 2009/03/10 20:24 # 삭제 답글

    야마자키 선생님.. 그 도룡뇽을 닮은..

    정말 좋아했었드랬죠...!!!
  • 대산초어 2009/03/11 20:32 #

    정말 멋진 캐릭터였죠. 저도 좋아합니다^^.
  • 덕덕 2009/08/26 20:44 # 삭제 답글

    요즘 나오는 개그만화들의 원조 격이네요ㅎㅎ
    지금은 완전 부조리 만화들이 넘쳐나니까요.. 꽤 옛날인데 저 만화가 나왔을 때는
    좀 충격적일 수도 있겠어요 ㅎ
  • 대산초어 2009/08/27 23:15 #

    꽤나 충격적이었다고 합니다. 수달의 명대사 '윗사람 같은 건 없어!'는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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