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GOGO 몬스터 (마츠모토 타이요, 2000) 1001만화

마츠모토 타이요가 과대평가 되었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지만 적어도 그가 현재 일본 만화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작가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쇼각칸이 IKKI를 창간할 때 그의 비중은 COM에서 테즈카 오사무의 그것과 맞먹었다'는 쇼각칸 편집자의 발언이나 수많은 크리에이터와 만화가 지망생에게 끼친 영향력을 보면 더욱 그렇다. 천재라고 불렸던 만화가는 많지만 그 호칭을 오래 유지하는 작가는 매우 드문데 마츠모토 타이요는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마치 천재란 호칭이 자신의 전매특허인양 차지하고 있다. 이것은 '제로'부터 최신작인 '다케미츠자무라이'에 이르기까지 꾸준하게 뛰어난 작품을 발표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특히 소부에 신의 아름다운 북 디자인이 인상적인 'GOGO 몬스터'는 잡지에 발표되지 않고 곧바로 단행본으로 발매되었다는 점에서 마츠모토 타이요가 얼마나 특별취급을 받는 작가인지 알 수 있게 한다.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샤이닝'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GOGO 몬스터'는 초등학교란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자폐적이고 공상에 빠져사는 아이 다치바나 유키와 순진하고 평범한 아이 마코토의 만남을 그리고 있다. 이 두 아이는 왠지 모르게 서로에게 끌리며 가까워지지만 다치바나 유키의 심리적 균형이 무너지면서 둘의 사이는 멀어지게 된다. 유키는 세상을 거부하기 시작하고 마코토와 멀어져 IQ라는 상급생과 가까워지게 된다. 결국 유키는 세상과 완벽한 단절을 선택하게 되고 그것을 상징하는 '검은 문'을 열고 칠흑 속에 틀어박힌다. 이 위기의 순간에 마코토는 유키가 가르쳐준 하모니카를 불고 그 선율에 이끌려 유키는 칠흑 속에서 빠져나오게 된다.

세상과 화해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해 자폐로 흐르는 주인공이 다른 주인공에게 유머를 배워서 그것을 극복하게 된다는 이야기는 마츠모토 타이요의 작품에서 줄곧 반복된다. 그 중에서 'GOGO 몬스터'가 특히 인상적인 것은 자폐적인 심리묘사가 매우 실감난다는 데 있다. 아내인 토노 사호의 'What happened last night?'을 연상시키는 단절되고 이해를 거부하는 아동의 자폐적인 심리가 대단히 설득력 있게 표현되고 있다. 이렇게 실감나게 표현된 자폐의 감옥은 결말에서 주인공인 유키가 그것에서 풀려날 때 이루 말할 수 없는 해방감을 가져다 준다.

화력으로 유명한 작가니만큼 아름다운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데 특히 학교 옥상에서 마코토가 하모니카를 부는 장면은 단연 압권이다. 작품 안에서 마코토의 하모니카 선율은 유키를 현실로 데려오지만 아마도 읽는 독자들을 완전히 다른 세계로 데려갈 것이다. 이런 경지에 도달한 작가를 천재라고 부르지 않기란 매우 힘든 일이다.

덧글

  • juin 2008/10/11 16:34 # 답글

    마츠모토 타이요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본적이 있지만.. 정작, 책은 본적이 없네요.
    구입해볼까 망설이고 있습니다만..이 작품을 일단 구해봐야겠군요 :)
  • 대산초어 2008/10/12 01:16 #

    이 작품이랑 '핑퐁'을 특히 추천드립니다^^.
  • 이지민 2008/10/12 01:29 # 답글

    서울에서 만화입시하는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이 만화책이 연출과 배경이 굉장히 뛰어나서 교본처럼 본다고들 하더라구요.

    개인적으로는 저는 마지막장면이 오히려 조금 슬펐던 기억이 나네요.어린시절의 폐쇠적인 세계에서 벗어난다는것이 조금 아쉬운 느낌도 들고..잘 설명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새가 알을깨고 나오듯이 두사람의 미래에는 더 아름답고 무한한 가능성이 펼쳐져 있다고 생각하면 시원하기도 하고요ㅎ
  • 대산초어 2008/10/13 21:43 #

    네, 마코토의 하모니카를 '어릴 적 동화 세계를 향한 레퀴엠'이라고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하나의 세계를 영영 잃어버리고 만 거죠.
  • j군 2008/10/12 20:44 # 삭제 답글

    아.. 정말 입시 때 바이블처럼 모시던 책이군요.

    일본어판을 산지 얼마되지 않아 정발되어 나오더라는..
    일어라곤 쥐뿔도 모르는 저로써는 정말 쓰라린 기억입죠.
  • 대산초어 2008/10/13 21:45 #

    저런^^... 꽤 난감하셨겠어요.
  • 페코 2008/10/14 01:09 # 삭제 답글

    핑퐁으로 시작한 마츠모토빠이지만 gogo몬스터의 설레임은 잊혀지지 않네요. 그만큼 제일 좋아하는 만화가 되버렸죠. 보통 책을 읽을때 재밌는 책이면 마르고 닳도록 읽는 편인데 유독 gogo몬스터만 아주 오래오래 있다가 보고 싶은 그런 만화가 되더라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처음 마코토가 전학 온 날 우산쓰고 있는 장면을 제일 좋아해요 ^^
  • 대산초어 2008/10/17 10:12 #

    그 장면도 좋았죠. 이렇게 장면 하나하나의 퀄리티가 높은 만화도 매우 드물 듯...
  • 김민주 2008/10/14 21:47 # 삭제 답글

    저는 주인공이 검은문 안에 들어가기 전에 펼쳐지던 학교공간이 좋았습니다. 특히 학교 관리인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 모습...
  • 대산초어 2008/10/17 10:12 #

    전 유키가 어렸을 때 모습이... 물론 전 쇼타콤이 아닙니다^^.
  • 이린기 2008/10/16 12:00 # 답글

    보고싶네용
  • 대산초어 2008/10/17 10:13 #

    이건 정발되어 있으니까 큰 맘 먹고 한 번 지르세요, ㅎㅎ.
  • marlowe 2008/10/24 13:24 # 답글

    그러고보니, 타이요의 작품에는 친구끼리의 우정이 강조되네요.
    작가도 어린 시절에 평생의 지기를 만났나봐요?
  • 대산초어 2008/10/25 11:30 #

    그런 건 아닌 모양입니다. 완전 아웃사이더 스타일이던데...
  • 이린기 2008/10/27 00:07 # 답글

    도서관에 신청했더니 사주네요..호호호호
  • 대산초어 2008/10/29 13:23 #

    멋진 도서관이네요^^.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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