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이아라 (우메즈 카즈오, 1970) 죽기전에꼭읽어야할1001편의만화

공포만화의 신이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우메즈 카즈오는 그 강렬한 독특함으로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에게 영향을 끼쳐왔다. 그것은 그가 단순히 사람을 겁먹게 만드는 만화를 그려왔던 게 아니라 인간 심리 속의 깊은 곳을 항상 응시해 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우메즈는 공포라는 인간이 가진 근원적인 감정에 처절할 정도로 침착하여 왜 인간은 공포를 느끼는가, 가장 무서운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자신의 대답을 서툴어 보이지만 지독하게 강렬한 자신만의 스타일로 작품화시켜서 독자들에게 제시하였다. '이아라'는 이에 대한 그의 대답이 잘 형상화된 걸작이다.

동대사의 대불에 제물로 바쳐진 여인 사나메가 죽으면서 "이아라!"라는 단말마를 외친다. 그의 연인인 츠치마로는 영원한 삶을 살아가면서 다시 태어난 그녀와 '이아라'의 의미를 찾으려고 한다. 그는 다른 시대에서 새롭게 태어난 사나메를 만나지만 또 다시 잃게 되며 '이아라'의 의미도 알아내지 못한다. 아득한 시간이 흐른 뒤, 그는 다시 사나메를 만나게 되고 모든 것의 종말이 다가왔을 때에야 '이아라'가 무슨 의미였는지를 깨닫게 된다.

이 작품은 우메즈 카즈오판 '불새'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일본사의 각 시대, 현재, 미래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우메즈 카즈오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인간이며, 인간적일 수록 공포스럽고, 따라서 사랑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것이기에 가장 공포스럽다는 자신의 공포관을 이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어떤 시대든 인간은 사랑을 갈망하지만 언제나 그것에 도달하지 못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리석게 그 갈망을 포기하지 못한다. 따라서 고통과 공포 속에서 불가능한 것을 갈구하다 소멸해야 하는 잔혹한 운명을 살아가야 한다.

마지막에 '이아라'의 의미를 깨닫게 된 츠치마로는 자신의 소멸을 받아들인다. 결국 운명에서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그 과정이 무의미했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츠치마로의 여정을 따라가면 자연히 알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츠치마로의 여정이야말로 모든 인간들이 걸어가는 길이기 때문에.

덧) '이아라'에는 위의 본편과 연작 단편집이 함께 묶여 있습니다. 연작 단편쪽을 더 높게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아직 내공이 모자라서 그런지 제게는 본편이 더 우월하게 느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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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황금의선풍 2009/02/08 15:53 # 답글

    우메즈 카즈오는 저도 굉장히 좋아합니다. 비록 제대로 읽은 것은 없지만, 어린 시절 해적판으로 읽었던 14세는 큰 공포를 안겨주었죠...
  • 대산초어 2009/02/10 08:56 #

    아, 해적판이 있었나요? 몰랐습니다.
  • M 2009/02/08 21:44 # 삭제 답글

    이 작가 명작이 정말 많다던데 볼 수 없어서 너무 궁금합니다!
  • 대산초어 2009/02/10 08:57 #

    시공사에서 단편집을 낸 적이 있었죠. 딸랑 2권이지만...
  • 이린기 2009/02/09 01:30 # 답글

    악악! 보고싶어요
  • 대산초어 2009/02/10 08:57 #

    언젠가는 번역될 거라 믿습니다 ㅎㅎ.
  • juin 2009/02/09 23:32 # 답글

    다른작품을 서점에서 서서 읽은 적은 있지만.. 영화화된 작품도 많고,
    명작이 워낙 많아서인지 구입하기에는 데미지가 크더군요. 중고도 별로 없..-_-;
    작가 본인이 기이한 짓을 많이 해서 인지 평가절하되는 느낌도 들어요.
    (이상한 집 지어서 동네주민들에게 고소당해서 뉴스에 나오거나..OTL)
  • 대산초어 2009/02/10 08:58 #

    완전 기인이죠...
  • 효우도 2009/02/10 13:50 # 삭제 답글

    //사랑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것이기에 가장 공포스럽다는 자신의 공포관을 이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나는 신고'의 분위기가 그래서 그런식인 거군요.
    어린애들의 풋사랑과 그로인한 예기치 못한 결과물이 참 무섭다능... -_-;
  • 대산초어 2009/02/11 09:54 #

    '나는 신고'도 참 우메즈스러운 이야기였죠. 우메즈가 아니면 절대 못 그릴 만화...
  • j군 2009/02/10 22:45 # 삭제 답글

    대산초어님의 소개글이 멋져서 만화가 더 궁금해 지는 것 같아요.
    어떤 집을 지었기에 고소까지 당한건지도 궁금해 지고요..;

    벡 최근 엘범을 뒤늦게 사서 듣고 있는데 엄청 좋네요.
    딴소리 죄송합니다;
  • 대산초어 2009/02/11 10:04 #

    http://blog.pekebatu.com/entry-img/umezukazuo-home.jpg
    이런 집인데 난리친 것에 비해선 별로 특이하진 않아요...

    오, 드디어 사셨군요. 이번 앨범 정말 좋지요^^.
  • 메스 2009/02/11 00:15 # 답글

    저... 뜬금없는 질문입니다만 '삐리리 불어봐 재규어' 작가의 신작 포스팅 하신적 있으시죠? 그 포스팅 제목이 어떤건가요? 만화 제목좀 알고싶어서요;
  • 대산초어 2009/02/11 10:05 #

    신작이요? 그런 거 포스팅한 적이 없는데요...
  • 메스 2009/02/11 20:30 # 답글

    앗; 죄송합니다...;;; 제가 만화관련 내용은 거의 대산초어님 이글루에서 봐서 헷갈렸나봅니다;;;
    이글루스 검색해보니 쿈님의 이글루였네요; 죄송합니다..; 제목은 더블마메다이치라네요 단행본 나왔나 알아보고 싶었거든요^^;
  • 대산초어 2009/02/12 15:06 #

    그렇군요.
  • marlowe 2009/02/16 15:41 # 답글

    우메즈 카즈오의 작품은 몇 편 밖에 못 봤지만, 등장인물들이 참 집요하더군요.
    [이아라]의 주인공들도 그럴 것 같습니다.
  • 대산초어 2009/02/19 21:52 #

    네, 맞습니다^^.
  • boro 2009/04/13 00:49 # 삭제 답글

    대산초어님의 글을 보고있자니 예전 그의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가 생각이 나네요..
    중학2년때 대여점에서 책을 고르다가 무심코 서랍장 위를 쳐다보았었죠. 아무렇게나 쌓여져있는 책들이
    있었는데 원색계열이라 눈에 확 들어오더군요.
    그런데 아무도 관심을 주지않았는지... 심지어 주인마저도 건들지 않았는지 시커멓게 먼지가 쌓여서
    만화책이 아니라 낡은 참고서 같았습니다.

    제가 그걸 왜 뭐때문에 사다리까지 타가며 꺼냈는지는 생각이 안납니다. 아무튼 저는
    호기심이었는지 그 어떤 계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걸 낑낑대며 꺼냈고
    대여점주인은 그런 절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었죠..

    꺼내놓고나니 쌍팔년도 교과서에나 실릴법한 그림체의 만화책이 들려왔는데
    우메즈 카즈오의 "표류학교" 해적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하다가 페이지를 넘기고 또 넘겼는데.....
    순식간에 책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 같은 희열을 느꼈습니다..
    주인공들이 초등학생이느니. 갑자기 왜 선생들이 돌변하는것인지
    학교로 괴물들이 왜 나타나는 것인지.. 호기심에 호기심이 꼬리를 물며
    사실 학교가 차원을 이동하여 이공간으로 떨어진것이 아니라 미래로
    타임슬립한 것이라는 대목에서는 자지러졌지요..

    비록 대여점에 전권이 없어서 중간에 내용이 끊겨버렸지만
    전 아직도 그 책을 잊지 못하고 언젠가는 읽어내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 대산초어 2009/04/13 01:07 #

    헉, 이건 치명적인 스포일러 아닌가요! 저도 사놓고 아직 안 읽었단 말입니다ㅠ.ㅠ
  • boro 2009/04/13 21:38 # 삭제 답글

    아 그렇군요;; ㅠ.ㅠ;; 기억을 더듬다가 저도 모르게 그만.. 죄송합니다 ~
  • 대산초어 2009/04/13 22:49 #

    실은 대충 내용은 다 알고 있습니다^^. 장난이었어요, 죄송.
  • 휴휴 2009/08/08 22:56 # 삭제 답글

    나는 신고를 3권까지만 구해놓고 그후론 못봤는데ㅜㅜ 아 너무 보고싶네요.. 포스팅하신 이아라도그렇고..
    우메즈카즈오 보면 그 옛날에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을까 싶어요.


    아 만화들 너무보고싶네요
    혹시 우메즈카즈오만화 구할수있는 곳 아시는분 계세요~~??ㅜㅜ
  • 대산초어 2009/08/10 00:35 #

    워낙 인기작가라 작품들이 아직 절판되지 않았습니다.(일본의 경우)
    한국어판은 잘 모르겠네요^^.
  • 초월 2009/10/21 09:14 # 삭제 답글

    님의 포스트를 보는 순간 이 만화가 너무너무 보고 싶은데
    책도 없고, 일본어도 안되고, 주변에 일본어 아는 사람도 없어서 좌절 중입니다. 흑흑ㅠㅠㅠㅠ
    괜찮으시다면 개인적으로 줄거리 요약과 결말의 설명을 부탁드리고 싶은데...
    어떻게 안될까요?
    안된다면 책 구하는 방법이라두...ㅠㅠㅠㅠ
    아우, 너무 보고 싶네요~
  • 대산초어 2009/10/21 23:41 #

    줄거리 요약과 결말 설명 같은 건 스포일러라...
    단행본은 교보문고 같은 데 가셔서 해외주문 하시면 될 것 같네요.
    기간은 한 달 정도 걸리겠지만...
  • 초월 2009/10/23 09:59 # 삭제 답글

    음..그러니까 저한테만 개인적으로 스포일러 해달라는 말이었는데...;;;
    책 구해도 어차피 못 읽으니까요.
    메일 주소 남길테니까 혹시라도 시간 나시면 스포일러 해주세요.
    좋은 하루 보내시고요.
    omh918@naver.com
  • 대산초어 2009/10/23 19:59 #

    네,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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