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블랙잭 (테즈카 오사무, 1973) 죽기전에꼭읽어야할1001편의만화

1960년대 후반부터 테즈카는 극심한 슬럼프를 겪게 되었고 때마침 무시 프로덕션도 도산해서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야만 했다. 모두가 테즈카는 끝났다고 여겼으며 어떤 출판사도 그를 쓰려고 하지 않았다. 절치부심한 테즈카는 스스로 새로운 만화를 기획해서 아키타 쇼텐에 가지고 갔고, 그 만화는 시험 삼아 10회 예정의 단기로 연재되었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이 만화는 히트작이 되었고 테즈카는 자신의 만화에 나오는 불새처럼 부활하게 되었다. 물론 모두가 알고 있는 '블랙잭' 탄생의 이야기다. 

흔히 의학만화의 효시로 일컬어지는 이 작품은 뛰어난 솜씨와 위악적인 성격을 가진 무면허 의사 블랙잭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옴니버스 형식의 만화다. 각각의 에피소드 속에서 주인공인 블랙잭은 귀여운 조수 피노코와 함께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 고군분투한다. 대부분의 경우 병마와의 싸움에서 승리하지만 때로는 실패하며, 병마와의 싸움에선 승리해도 결국 환자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전부 걸작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만화적 재미와 생각해 볼만한 메시지를 동시에 갖추고 있어 테즈카 오사무라는 거인의 역량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역시 주인공인 블랙잭이다. '고르고 13' 등의 극화에 나오는 프로페셔널 킬러에게서 영향을 받았지만 그들과는 확연히 다른 오리지널리티를 갖추고 있다. 위악적이면서도 동시에 위선적인, 그래서 지극히 인간적인 블랙잭은 테즈카가 창조해낸 모든 캐릭터 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로 꼽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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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랙잭을 아십니까? (재탕+a) 2009/03/23 00:54 #

    2000년 12월 20일에 하이텔 애니메이트에 썼던 글. 원래는 어느분이 '여자친구에게 블랙잭을 소개해주고 싶은데 어떤 작품인지 나도 잘 모른다'라고 하시길래 쓰기 시작한 건데 어느새 원래 목적과는 3만광년 정도 떨어진 학구적인 글이 되어버렸다는 전설이...(자네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 그동안 학산에서 한국어판도 나왔고 (이미 절판이지만) 물건너에서도 관련 단행본이 몇 가지 더 나온데다 TV애니메이션 기획도 정식으로 움직이...... more

덧글

  • LINK 2009/03/23 01:23 # 답글

    유난히 핸섬한 블랙잭..이라고 생각했더니 왼쪽 얼굴 색이 그냥 희군요. 효효효
  • 대산초어 2009/03/23 09:46 #

    저게 1화의 블랙잭입니다. 아직 샤방샤방하죠 ㅎㅎ.
  • Grard 2009/03/23 02:14 # 답글

    ...정작 테즈카 본인은 고르고 13이 막 두각을 나타낼 무렵, 사이토 타카오한테 '상상력이 어린이와 너무 동떨어져 있다'면서 깠다고 하더군요(...)
  • 대산초어 2009/03/23 09:48 #

    테즈카 신 속성이 츤데레라...
    미즈키를 까면서도 '도로로'를 그리셨던 걸 보면 이건 뭐...
  • 효우도 2009/03/23 05:18 # 삭제 답글

    블랙잭.. 확실히 위악적이고 위선적인 모습을 둘다 갖추고 있지요. 어떤 에피소드에서는 좀 짜증나기도 하고 어떤 에피소드에서는 맘에 들고...
    이 만화가 어려운 시기에 시작한 만화였군요.
  • 대산초어 2009/03/23 09:49 #

    테즈카의 마지막 작품이 될 뻔했지요.
  • hansang 2009/03/23 09:32 # 답글

    솔직히 에피소드들의 편차가 너무 크긴 합니다.
  • 대산초어 2009/03/23 09:50 #

    네, 명백한 태작들도 좀 있죠. 마감에 쫓긴듯한 기색이 역력한...
  • 시바우치 2009/03/23 20:56 # 삭제 답글

    그러고보니 선생님은 처음에는 저런 (비교적 순진해 뵈는) 얼굴이었죠...^^;;
    사실은 수의사이자 전기기술자이기도 한 만능 치유사 선생님(...)
    아키타쇼텐은 봉인된 에피소드들을 언제 전부 해금할지 모르겠습니다.
  • 대산초어 2009/03/26 19:11 #

    완전판 좀 내줬으면 좋겠는데 어쩌다 하나씩 떡밥식으로 풀고 있으니 이건 뭐...
  • Heliotrope 2009/03/23 23:00 # 삭제 답글

    블랙잭도 블랙잭이지만 피노코 캐릭터가 매력적이었어요
    어린아이 같다가도 어떤땐 여자같고 은근히 블랙잭을 쥐락펴락 하는게..
  • 대산초어 2009/03/26 19:11 #

    피노코가 귀엽죠. 저도 좋아합니다.
  • 미치 2009/03/25 22:50 # 삭제 답글

    블랙잭이 무시 프로 도산 후에 나온 작품이었군요. 처음 알았어요. 무시프로의 도산이 테즈카 신의 만화에 끼친 영향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무우도 이 당시 작품 맞지요..?)
  • 대산초어 2009/03/26 19:08 #

    내용이 좀 어둠에 다크해졌습니다.
  • 충키 2009/03/26 00:19 # 답글

    1화를 본 것 같은데 낯선 얼굴이네요^^;;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는 것도 보통사람들은 하기 힘들텐데요.
    천재들은 뭔가 위기의 순간에 '신끼'를 발휘하나봐요 ^^
  • 대산초어 2009/03/26 19:09 #

    신끼라기보다는 저력에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
  • 충키 2009/03/30 21:28 #

    저력이 더 어울리는 표현같네요.^^
    신께 신끼라니..^^;;
  • 아라이 2009/03/26 14:14 # 삭제 답글

    저는 중국에서 중국판 블랙잭을 사와서 읽고있는데요.. 총 20권짜립니다.
    블랙잭 이름은 헤이지에커 구요...
    중국 모 서점의 아동 코너에서 (만화책 코넌 따로 없었구요^^;;)
    훅 둘러보다,,아니 이게 왠 익숙한 그림체?! 자세히 보니 테즈카 님의 블...래...ㄱ ..잭!!..
    냅다 놀라 전집 다 사버렸습니다..1권은 팔리고 없더군요.ㅠㅠ

    요새 끼고 삽니다...
  • 대산초어 2009/03/26 19:11 #

    재밌게 읽으시길^^.
  • marlowe 2009/04/01 10:09 # 답글

    블랙잭 옷을 보면 드라큐라 백작이 떠올라요. ^^
  • 대산초어 2009/04/01 20:31 #

    고려원판 '붓다'에서 블랙잭을 흡혈귀로 번역한 적도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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