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은 엿같다. '동경괴동' 만화관련

25년이나 업계 최전선에서 비평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모치즈키 미네타로에게 대가 같은 호칭을 붙이기는 너무 어색하다. 이것은 그의 작품이 이상하리만큼 천진난만하고 풋풋한 에너지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심지어 '만축'에서 2개의 이야기를 참을성있게 제어하는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도 마찬가지다. 그의 정신적 사부인 우메즈 카즈오가 그랬듯이 그의 시계도 다른 사람들의 그것과 매우 다른 것 같다.

최신작인 '동경괴동'에서도 이런 모치즈키의 특징은 유감없이 드러난다. 이 작품은 대놓고 주브나일을 그리고 있다. 뇌에 이상이 생겨 인생이 고달퍼진 4명의 소년소녀들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하시는 느끼는 것, 떠오른 것을 그대로 말하는 병을 가지고 있고 하나는 때와 장소에 상관없이 느닷없이 오르가즘이 찾아오는 증상을 보이며, 마리는 다른 사람을 아예 인식하지 못하고, 히데오는 환각과 환청 속에서 자신이 수퍼히어로라는 망상에 사로잡힌다. 이들은 일본의 어딘가에 있는 요양소에서 가망없는 치료를 받으며 지루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 기약없는 나날의 무료함과 초조함을 견디다 못한 하시는 '동경괴동'이라는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다.

이 주인공들은 자의식 과잉, 성적인 것에 대한 집착, 지독한 에고이즘, 과대망상 등 사람이 살아가면서 어떤 시기에 겪는 특질들을 하나씩, 그것도 매우 증폭된 상태로 가지고 있다. 동떨어져 보이는 주인공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깊이 공감을 할 수 있는 것은 우리도 이 병을 앓았었고 아직도 그 병이 어딘가에 잠복해있기 때문이다. 이 만화는 좋든 싫든 읽는 사람들을 그 병을 앓던 시기로 되돌려 놓는다. '인생은 엿같다'고 대놓고 말하던, 성욕을 주체하지 못하던, 타인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든 관심이 없던, 자신이 마치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상상하던 그 시기 말이다.

이제 이야기는 막 시작되었을 뿐이고,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도 알 수 없지만 '동경괴동'이 앞으로도 주목할만한 작품이라는 것은 틀림없다. 뒷권이 이토록 기다려지는 작품은 오래간만에 만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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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성진 2009/07/30 23:15 # 삭제 답글

    이상한 비교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마츠모토 타이요에 버금가는 평가를 내릴 때도 있는 작가입니다. '바이크 맨'을 읽고 반해 물장구치는 금붕어, 카오루의 일기, 그리고 '드래곤헤드'까지 이어지게 되었는데("좌부녀"를 감상하면서 그야말로 후덜덜~) 이 작품 역시 아직 감상하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렇게 대산초어님의 소개를 통해 조금이나마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어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네요.

    PS 국내에서는 워낙 인지도가 낮은 작가이다 보니 상당히 아쉬움이 많은 작가인데 과연 이 작품이 국내에서 정발 될지 의문이네요.(꽤 오랜 시간동안 모치즈키 미네타로의 작품은 국내에서 발행되지 않다보니 포기 상태입니다.)
  • 대산초어 2009/07/30 23:34 #

    사실 마츠모토 타이요가 너무도 좋아해서 만나지 않기로 결심한 작가 중에 모치즈키 미네타로도 껴있죠^^. '핑퐁'의 호시노 유타카는 하나이 카오루의 오마주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히무자 2009/07/31 11:01 # 삭제 답글

    오오. 소개문을 읽으니 궁금증이 넘쳐 오르는군요.
    시간이 지나며 싹 날아가 버린 듯 하면서 휴면이라는 형태로라도 지니고 있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그 병을 어떻게 건드려 나갈지 기대됩니다.
  • 대산초어 2009/08/02 23:54 #

    앞으로가 정말 기대되는 작품입니다ㅎㅎ.
  • 김연지 2009/07/31 12:37 # 답글

    안녕하세요??
    저는 이분 만화.. 드래곤헤드밖에 없는데 혹시 어디서 살수있는지 알수있슬까요?? 넘넘 보고싶어요~~~ㅜ.ㅠ
  • 대산초어 2009/08/02 23:54 #

    '좌부녀'는 아직 여기저기서 팔고 있고요, 나머지 책들은 헌책방을 뒤지시거나 해외주문 ㄱㄱㅅ...
  • 쟝고 2009/07/31 19:20 # 삭제 답글

    핑퐁의 호시노 유타카는 하나이 카오루의 오마주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라는 말씀에
    동감동감 또 동감하고 갑니다~ 아 모치즈키 미네타로 정말 좋아요!!
  • 대산초어 2009/08/02 23:52 #

    코치가 할머니인 것도 비슷했죠 ㅎㅎ.
  • t 2009/08/01 01:57 # 삭제 답글

    보고싶어지네요.
  • 대산초어 2009/08/02 23:53 #

    지르세요. 정말 괜찮은 작품입니다^^.
  • 호호아줌마 2009/08/02 23:46 # 삭제 답글

    오오 이제 13일 정도만 뻐기면 되는데 너무 힘들어요.......모치즈키 미네타로 작품이 너무너무너무 보고싶어요 으헝헝헝헝헝 ㅠㅜㅜㅠ
  • 대산초어 2009/08/02 23:55 #

    첫 일본 여행 때 가장 먼저 한 짓이 모치즈키 미네타로 작품 싹쓸이였습니다^^.
  • 고스케 2009/08/04 12:19 # 삭제 답글

    궁굼해요! 상어남자와 복숭아~ 그것도 구하고픈데 못구하구있네요.. ㅡㅇㅁ. 궁굼증하나가.. 모치즈키선생님은 잡지연재? 어디서 하시나요>> ? ㅇㅁㅇ?
  • 대산초어 2009/08/05 01:31 #

    원래는 '영 매거진'에 주로 그렸는데 이번 작품은 '모닝'에서 연재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 zoddd 2009/08/10 18:42 # 삭제 답글

    표지만 봐도 떨립니다.
  • 대산초어 2009/08/13 00:45 #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모치즈키빠를 벗어나기가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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