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컨셉은 두서없음.

크리스 웨어의 고명이야 여기저기서 많이 듣긴 했지만 제대로 작품으로 접하는 건 처음이었는데 33,000원이란 책값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만족스러웠습니다. 고도로 정돈된 그림, 실험적인 구성, 의식의 흐름 기법 같은 작품을 읽기 전부터 익히 알고 있던 것들도 인상적이었지만 그보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그러한 요소들이 작품 속에서 제대로 기능을 하면서 단절과 연결의 경계를 끊임없이 교란시키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말로 정리하니 좀 이상한데 가령 의식의 흐름 기법에 따라 주인공인 지미 코리건이 엉뚱한 연상작용을 한다고 친다면 지미 코리건의 입장에선 이것이 자연스러운 연결이겠지만 읽는 독자 입장에서는 이야기의 흐름이 단절된다고 느끼게 되지요. 또 이야기에선 이와 반대의 작용이 나타납니다. 지미 코리건의 할아버지가 그의 증조부로부터 버림받은 이야기와 지미 코리건이 자신을 버렸던 아버지를 다시 만나게 되는 이야기가 함께 제시되는데, 두 이야기엔 상당한 시간차가 있어 단절되어 있지만 읽다 보면 그 두 이야기가 뭔가 연관이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즉 선이 끊어져 있으면 자기도 모르게 잇고 마는 그런 심리랄까요. 이렇게 연결이 단절을 만들어내고, 또 단절이 연결을 만들어내고 하면서 작품의 텍스트가 자신에게 어떻게 수용되고 있는지를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만화였습니다. 횡설수설이 되어 버렸는데 나중에 정리할 일(혹은 수가)이 있으면 다시 언급하도록 할게요.

결국 외전까지 다 보고 말았네요. 한번 보기 시작하니 멈추지 않더라능. 끝까지 에이지라는 캐릭터에게 공감할 수 없었지만 그냥 내용을 따라가기만 했는데도 꽤 재미있었습니다. 마치 단점이 훤히 보이는데 재미있어서(그래서 왠지 분한) 블록버스터 영화 한 편을 본 기분이었네요.

오시마 유미코 여사의 사랑스러운 고양이 만화의 최신간입니다. 이사한 이후로 동네 고양이들의 대모가 되신 오시마 유미코 여사의 분투를 보다 보면 왠지 저도 저렇게 살고 싶...지는 않지만 저런 생활도 재미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이번 권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애완동물 탐정이었습니다. 행방불명된 애완동물을 3일 찾아봐 주고, 성공여부에 관계없이 11만엔을 받아먹는 그들을 보면서 왠지 부러웠네요. 천잰데?

그냥 나왔길래 덜컥 사버린 만화였는데-이젠 파블로프의 개化- 기대이상이었습니다. 떠돌이 블루스맨이 살인누명을 쓰고 쫓기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결국 그런 가혹한 삶 속에서 음악만이 그가 살았던 증거가 되었다...는 어찌 보면 뻔한 이야기를 오버하지 않고 호소력있게 그리고 있어요. 구성이 블루스의 그것에서 따왔다고 하는데 블루스에 관심이 없는 제게는 딴나라 이야기고...

'음란함의 술탄' 나가이 고의 대표작 중 하나인 '데빌맨'의 1권을 읽었습니다. 제 컴플렉스 중 하나가 이시노모리 쇼타로랑 나가이 고의 만화를 제대로 읽지 않았다는 것이라 컴플렉스 해소 차원에서 구입한 것은 물론 아니고요, 그냥 북오프에 있길래 별 생각없이 샀어요. 나름 처절하고 어둠에 다크인 내용인데 나가이 고의 장난기가 가득 들어있어서 별 부담없이 볼 수 있었습니다. 기회가 되면 뒷권도 지르려고요.

완전판이 있다는 건 알지만 그걸 살 경제사정은 못 되고 해서 그냥 문고판으로 구입하기로 했는데 잘한 결정인지는 모르겠네요. 일단 첫권을 읽었는데 가네다 쇼타로가 아직 철인 28호를 얻지도 못하고 악당들의 낚시에 계속 걸려서 '내가 산 작품이 철인 28호 맞나?' 라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그건 그렇고 너무도 고전만화스럽게 낭비라곤 전혀 없는 전개에 후일의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비정함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 어렴풋이 알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어쩌다 보니 이제서야 2권을 읽게 되었는데 2권이 완결편이더군요. 아쉬웠습니다. 로하스, 웰빙 이런 거랑 거리를 둔 생활을 보내고 있는지라 작품을 제대로 즐기지는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림구경만 해도 본전을 넘게 건진듯한 충실한 기분이었습니다.

'속좁은 여학생'의 1, 2권은 팝툰 연재분을 미리 본 상태에서 봤지만 3권은 백지 상태에서 봐서 그런지 더 재미있었습니다. 결말도 깔끔하니 좋았고,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어요. TOMA 님의 차기작이 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기대가 됩니다.
월요일에 지름신 님이 강림하셨는데 때마침 눈앞에 있는 게 피너츠 완전판이었네요. 그래서 파산 & 시망...
뭐 일단 모으기 시작했으니 끝까지 가봐야죠 하하하하하하ㅠ.ㅠ

지미 코리건/ 크리스 웨어/ 세미콜론
크리스 웨어의 고명이야 여기저기서 많이 듣긴 했지만 제대로 작품으로 접하는 건 처음이었는데 33,000원이란 책값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만족스러웠습니다. 고도로 정돈된 그림, 실험적인 구성, 의식의 흐름 기법 같은 작품을 읽기 전부터 익히 알고 있던 것들도 인상적이었지만 그보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그러한 요소들이 작품 속에서 제대로 기능을 하면서 단절과 연결의 경계를 끊임없이 교란시키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말로 정리하니 좀 이상한데 가령 의식의 흐름 기법에 따라 주인공인 지미 코리건이 엉뚱한 연상작용을 한다고 친다면 지미 코리건의 입장에선 이것이 자연스러운 연결이겠지만 읽는 독자 입장에서는 이야기의 흐름이 단절된다고 느끼게 되지요. 또 이야기에선 이와 반대의 작용이 나타납니다. 지미 코리건의 할아버지가 그의 증조부로부터 버림받은 이야기와 지미 코리건이 자신을 버렸던 아버지를 다시 만나게 되는 이야기가 함께 제시되는데, 두 이야기엔 상당한 시간차가 있어 단절되어 있지만 읽다 보면 그 두 이야기가 뭔가 연관이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즉 선이 끊어져 있으면 자기도 모르게 잇고 마는 그런 심리랄까요. 이렇게 연결이 단절을 만들어내고, 또 단절이 연결을 만들어내고 하면서 작품의 텍스트가 자신에게 어떻게 수용되고 있는지를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만화였습니다. 횡설수설이 되어 버렸는데 나중에 정리할 일(혹은 수가)이 있으면 다시 언급하도록 할게요.

바나나피시 3~another story/ 요시다 아키미/ 애니북스
결국 외전까지 다 보고 말았네요. 한번 보기 시작하니 멈추지 않더라능. 끝까지 에이지라는 캐릭터에게 공감할 수 없었지만 그냥 내용을 따라가기만 했는데도 꽤 재미있었습니다. 마치 단점이 훤히 보이는데 재미있어서(그래서 왠지 분한) 블록버스터 영화 한 편을 본 기분이었네요.

구구도 고양이로소이다 4/ 오시마 유미코/ 카도카와쇼텐
오시마 유미코 여사의 사랑스러운 고양이 만화의 최신간입니다. 이사한 이후로 동네 고양이들의 대모가 되신 오시마 유미코 여사의 분투를 보다 보면 왠지 저도 저렇게 살고 싶...지는 않지만 저런 생활도 재미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이번 권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애완동물 탐정이었습니다. 행방불명된 애완동물을 3일 찾아봐 주고, 성공여부에 관계없이 11만엔을 받아먹는 그들을 보면서 왠지 부러웠네요. 천잰데?

블루스맨/ 롭 볼마르, 파블르 칼레호/ 코리아하우스
그냥 나왔길래 덜컥 사버린 만화였는데-이젠 파블로프의 개化- 기대이상이었습니다. 떠돌이 블루스맨이 살인누명을 쓰고 쫓기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결국 그런 가혹한 삶 속에서 음악만이 그가 살았던 증거가 되었다...는 어찌 보면 뻔한 이야기를 오버하지 않고 호소력있게 그리고 있어요. 구성이 블루스의 그것에서 따왔다고 하는데 블루스에 관심이 없는 제게는 딴나라 이야기고...

데빌맨 1/ 나가이 고/ 코단샤
'음란함의 술탄' 나가이 고의 대표작 중 하나인 '데빌맨'의 1권을 읽었습니다. 제 컴플렉스 중 하나가 이시노모리 쇼타로랑 나가이 고의 만화를 제대로 읽지 않았다는 것이라 컴플렉스 해소 차원에서 구입한 것은 물론 아니고요, 그냥 북오프에 있길래 별 생각없이 샀어요. 나름 처절하고 어둠에 다크인 내용인데 나가이 고의 장난기가 가득 들어있어서 별 부담없이 볼 수 있었습니다. 기회가 되면 뒷권도 지르려고요.

철인 28호 1/ 요코야마 미츠테루/ 코분샤
완전판이 있다는 건 알지만 그걸 살 경제사정은 못 되고 해서 그냥 문고판으로 구입하기로 했는데 잘한 결정인지는 모르겠네요. 일단 첫권을 읽었는데 가네다 쇼타로가 아직 철인 28호를 얻지도 못하고 악당들의 낚시에 계속 걸려서 '내가 산 작품이 철인 28호 맞나?' 라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그건 그렇고 너무도 고전만화스럽게 낭비라곤 전혀 없는 전개에 후일의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비정함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 어렴풋이 알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리틀 포레스트 2/ 이가라시 다이스케/ 세미콜론
어쩌다 보니 이제서야 2권을 읽게 되었는데 2권이 완결편이더군요. 아쉬웠습니다. 로하스, 웰빙 이런 거랑 거리를 둔 생활을 보내고 있는지라 작품을 제대로 즐기지는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림구경만 해도 본전을 넘게 건진듯한 충실한 기분이었습니다.

속좁은 여학생 3/ TOMA/ 팝툰
'속좁은 여학생'의 1, 2권은 팝툰 연재분을 미리 본 상태에서 봤지만 3권은 백지 상태에서 봐서 그런지 더 재미있었습니다. 결말도 깔끔하니 좋았고,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어요. TOMA 님의 차기작이 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기대가 됩니다.
월요일에 지름신 님이 강림하셨는데 때마침 눈앞에 있는 게 피너츠 완전판이었네요. 그래서 파산 & 시망...
뭐 일단 모으기 시작했으니 끝까지 가봐야죠 하하하하하하ㅠ.ㅠ
태그 : 요읽만




덧글
LINK 2009/08/05 03:08 # 답글
지미코리건 / 관심이 가다가도 너무너무 비싸서 차마 구매까지 안 가고 있었는데, 글을 보니 급흥미가 땡기네요. 끊어진 부분을 자기도 모르게 이어서 연결시킨다는 부분은 (그냥 저 설명만으로 생각할 때) 만화의 본질하고도 좀 비슷한 거 같기도 하고.....리틀 포레스트 / 저도 아쉽습니당... 특히 명확하게 이야기해주지 않고 짐작하게만 만들고 끝낸 이야기들이 좀 많이 보여서 -_- +
대산초어 2009/08/09 23:55 #
네, 실험을 통해 본질에 접근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어요.M 2009/08/05 16:01 # 삭제 답글
속좁은 여학생 1,2권은 읽다보면 입꼬리가 올라갔는데 3권에선 계속 빵빵터졌네요.전권에 쌓아둔게 있어서 그런지 결말도 갑작스럽지 않았네요.
대산초어 2009/08/09 23:56 #
정말 더할 나위 없는 완결이었어요. 앞으로도 종종 꺼내서 읽게 될 것 같습니다.효우도 2009/08/05 17:46 # 삭제 답글
바나나 피쉬가 외전이 있었군요.속좁은 여학생은 한번 읽고 싶습니다. 아. 언제 한국으로 돌아가려나.
대산초어 2009/08/09 23:56 #
오자마자 지르시겠군요 ㅎㅎ.이무 2009/08/05 22:48 # 삭제 답글
어이쿠 속좁은 여학생이 완결되었군요. 바나나피쉬는 저도 정말 순식간에 달려 버렸죠. 무척 재미있었어요. ^^대산초어 2009/08/09 23:57 #
얼른 지르세요^^.달리 2009/08/06 02:06 # 삭제 답글
와오 제가 평소에 보고팠던 만화책들이 한가득*_*지미 코리건의 명성이 자자하던데 가격이 ㅎㄷㄷ하군요...
도서관에 신청해볼까 하는 생각이..
p.s. 링크신고합니다~
대산초어 2009/08/09 23:59 #
일단 사서 읽어보면 가격이 납득이 가더군요. 그만큼 책의 퀄리티가...zoddd 2009/08/10 18:45 # 삭제 답글
지미 코리건, 끝장이더군요.새벽에 내리 읽고 담배 한대 피우는데,
어휴...
대산초어 2009/08/13 00:43 #
끝장이죠^^.크리스 웨어 작품이 계속 나왔으면 좋겠어요.
2009/08/11 14:43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대산초어 2009/08/11 23:16 #
다시 문자 보냈는데 받으셨나요? 제 핸폰이 이상한지 수신된 문자는 없어요.히무자 2009/08/14 05:18 # 삭제 답글
지미 코리건은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시나리오 구성과 특성에 얽메이지 않고 만화를 문학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표현수단으로 삼으면서 그토록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다니, 흔히 사용되는 그래픽 노블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였습니다. 왠지 읽고 득을 본 기분이더군요.덤으로 (페이퍼백 에디션 전용인지는 모르겠지만) 뒷표지의 만화가 굉장히 귀여웠다는...
대산초어 2009/08/16 15:58 #
네, 그래픽 노블이라 부르기 좀 꺼려지는 작품이죠. 그냥 독자적인 만화라고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다음엇지 2009/08/25 09:31 # 답글
오.. 지미 코리건이 번역이 되었군요. 의외네요. 가끔 뜬금없이 나오는 책들이 있죠. 한 7년전 쯤에 출장갔다가 인상적이어서 들고 왔던 책입니다.대산초어 2009/08/27 23:18 #
진짜 도전이다 싶습니다.yy 2009/09/13 18:23 # 삭제 답글
흐...... 너무 알찬 정보에요..... 감사합니다......ㅜㅡ대산초어 2009/09/14 21:37 #
이 블로그는 감사금지입니다. 좌측 수도꼭지를 참고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