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읽은 만화들 57 만화관련

이비쿠스 / 파스칼 라바테 / 고쿠쇼간코우카이
유후! 현실문화연구에서 2권까지만 내고 끊어버렸던 파스칼 라바테의 '이비쿠스' 일본어판 완전판을 구입했습니다. 러시아 혁명 시기의 혼잡한 시대를 그야말로 바퀴벌레처럼 살아가는 회계사 네브조로프의 인생을 그린 작품입니다. 한국어판이 딱 중간-원래 4부 구성-에서 끊어졌었는데 이제야 완결까지 보니 속이 후련합니다ㅎ. 이 출판사에서 크리스토프 샤부테와 에마뉘엘 기베르의 작품도 낸다고 하니 앞으로도 계속 체크를 해봐야겠네요. 일본에서는 라바테의 사인회를 한다고 하던데, 우리나라에서 이런 걸 바라는 건 꿈이겠지요.
음주가무 연구소 / 니노미야 토모코 / 애니북스
나츠메 후사노스케 씨의 강추만화라 뒤늦게 구입했습니다. 작가의 음주에세이(?)인 '음주가무연구소'와 술 때문에 돌아가는 회사를 다룬 중편 '술 마시러 가자!'의 합본판인데, 표제작인 '음주가무연구소'가 단연 훨씬 재미있더군요. 중간에 아사쿠라 세계제일(ㅋㅋ) 선생이나 오히나타 고 선생이 등장해서 왠지 반가웠습니다.
입술에서 산탄총 / 오카자키 쿄코 / 타카라지마샤
오카자키 쿄코의 80년대와 90년대를 이어주는 단편집입니다. 전 항상 읽으면서 오카자키 쿄코의 80년대 작품과 90년대 작품의 교량이 어디 있을까 싶었는데 이 '입술에서 산탄총'이 바로 그 교량이더군요. 거품이 꺼지면서 더 이상 욕망만으론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아 가면서도 그것을 애써 외면하고자 하는 세 젊은 여성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습니다. 이른바 3대 걸작만큼 뛰어난 작품은 아니지만 오카자키 쿄코라는 작가를 이해하기 위해선 빠트릴 수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콧 필그림 5~6 / 브라이언 리 오말리 / 세미콜론
드디어 완결! 걱정을 좀 했는데 끝까지 에너지를 유지해내는군요. '우리 세대를 이루고 있는 것은 거창하지 않은 시시껄렁한 것들이다!'라고 거리낌 없이 외치는 듯한 솔직함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판치라로 끝나는 마지막 장면은 이 잡탕만화에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마침표인듯ㅋ.
강의 왕 / 마리노 네리 / 미메시스
정말 오랜만에 나온 이탈리아 만화입니다. 열한 살 소년 브루노가 정원에서 우연히 발견한 해골을 '강의 왕'이라고 믿게 되고, 때마침 일어난 강의 범람이 이 '강의 왕'을 되찾기 위해 일어난 것이라고 상상하는 이야기예요. 어렸을 때 우리를 사로 잡았던, 하지만 지금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이야기 혹은 수수께끼들. 혼탁한 강바닥처럼 억지로 찾으려 하면 흐려지기만 할 뿐인 그런 기억들에 관한 만화입니다. 전 정말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작품이라 강하게 추천은 못 하겠네요ㅎ.
히스토리에 6 / 이와아키 히토시 /서울문화사
오오! 다른 블로그에서 헤파이스티온 관련 스포일러를 당하긴 했지만 직접 단행본으로 보니 그래도 충격적이네요. 여전히 걸작으로 가는 길을 착실히 가는 중인 듯. 이야기 속도가 아닌 연재 속도가 더 빨랐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아무래도 무리겠죠ㅎ.

요새 블로그 관리가 좀 소홀했는데 당분간 다시 바짝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아마 1001만화도 머지 않아 올라올 듯ㅋ.

덧글

  • 엘리자벧 2010/12/13 10:29 # 삭제 답글

    히스토리에는 정말 멋진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데즈카 오사무상을 플루토가 이걸 제치고 받았다는 말을 들었는데 좀 이해가 안 가더군요. 우라사와 나오키를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 이와아키 히토시는 정말 데즈카 오사무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엄청난 힘을 쓰는 사나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치밀하고 영리하지만 과시적이지 않은 스타일이 압권이죠. 정말 독창적이예요. 한권 한권에 정성이 보이죠. 애프터눈 만세! 아마 데즈카 선생님이 살아계셨다면 경계대상 1호였을듯...

    자꾸 우라사와 나오키를 까는 것처럼 글이 나오는데 사실 가장 안타까운 사람이기도 합니다. 야와라나 해피같이 어깨에 힘을 뺀 만화들이 저평가당하는 것 같아서 좀 슬픕니다. 우라사와만화의 진짜 악당은 요한도 친구도 아닌 해피의 쵸코라고 전 굳게 믿고 있거든요. 가장 치사하고 더럽고 유치한 것이 진짜 짜증나는 것 아닐까요? 선문답따위 중얼중얼 내놓을 필요는 없죠.

    15권, 20권에 육박하는 장편 만화들을 안그래도 남들 다 아는 데즈카 선생님을 홍보하기위해서 그린다는 극단적인 생각마저 들 때가 있어요. 초기 단편집들은 아주 좋았는데... 그림체가 오오토모풍에서 벗어나려는 시점에서부터 내적인 면은 데즈카쪽으로 들어가는 것이 재미있더군요.

    이야기의 규모를 줄이고, 떡밥은 결말의 파워에 어울리는 수준으로 풀어주고, 그 놀라 자빠지는 표정만 줄이면 더 좋은 작가가 될 수 있을텐데... 아쉬워요.

    국내엔 우라사와 나오키의 장편은 다 번역이 되었지만 키튼 동물기와 초기의 우라사와는 빠진 것이 좀 아쉽습니다. 초기의 우라사와는 정발하면 좀 팔릴듯한데...
  • 대산초어 2010/12/13 12:06 #

    저도 우라사와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생각보다 영리한 작가입니다ㅎ.
    요즘 테즈카빠짓 하는 것도 일종의 컨셉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요.

    '초기의 우라사와'는 수록되어 있는 작품들이 예전에 해적판으로 나왔기 때문에 정발이 안 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나오면 팔릴 것 같긴 한데 말이죠^^.
  • t 2010/12/13 16:35 # 삭제

    우라사와에 대한 심정이 저와 비슷하시네요. 우라사와의 만화중 가장 스릴넘치는 만화는 역시 '해피'죠. 정말 주인공의 상황이 이보다 더 비참하고 불쌍할수있나.. 싶었던 만화입니다. ....
    그후 몬스터부터는 도식화된 구성의 뻔한 티비드라마같은 이야기만 주구장창 반복 반복...

    히스토리에 이야기에서 엄하게 딴곳으로 이야기가 흘러 버렸는데.... 이번 빌리배트도 근래 나옥히여사의 만화들처럼 앞권만 모으다가 포기할것 같네요.
  • 2010/12/14 03:3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대산초어 2010/12/14 11:58 #

    정말 다른 분들께도 보여드리고 싶은 덧글인데, 충키 님의 소심함을 탓하겠습니다 ㅎ.
    '빌리 뱃'은 1권을 봤는데 지나치게 매끄럽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어쨌거나 우라사와 나오키는 레알 흥하는 작가인듯.
  • 정상화 2010/12/14 16:09 # 답글

    우라사와 만화는 한번도 나오지 않았지만 댓글은 왠지 우라사와 나오키 만화 얘기 뿐이군요. 무서운 우라사와 파워..
  • 대산초어 2010/12/14 18:19 #

    언제 우라사와 나오키에 대해서 포스팅을 하든가 해야겠습니다ㅎㅎ.
    재미난 이야기가 많이 나올 것 같네요.
  • 엘리자벧 2010/12/17 14:01 # 삭제 답글

    이거 이야기가 왠지 길어졌군요.
    대산초어님 블로그를 난장판으로 만들 생각은 없었습니다. 실례가 됐다면 죄송합니다.

    우라사와 나오키의 어떤 만화건 1권부터 한 3권까지는 세계 최고라고 대산초어님글에 답글을 달고 싶지만
    계속 비판만하면 글이 너무 자극적이 되고 결국 제 살 파먹기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만 하겠습니다. (하지만 결국 말해버렸네요. 죄송합니다.)
    비평이라는게 결국 취향의 문제고 제 입장만 고집하는 것도 옳지 못하죠.

    저도 우라사와 나오키 만화를 오랬동안 봐왔고 욕하면서 보지만 결국 다 모으긴 했습니다. 애정이 애증이 된 사례라고 해야하나? 90년대엔 정말 좋아했던 작가였어요. 지금도 보긴하지만 예전 만큼의 정이 가진 않습니다. 파인애플 아미같은 초기작이나 a bat and 2 balls, 신주쿠 자장가같은 단편들은 지금도 정말 좋아하거든요. 혹시 모르죠. 편집부의 마수에 걸려서 빨리 끝내고 싶어도 못하는 걸지도... 우라사와 나오키가 뛰어난 스토리 텔러라는 사실은 부인하지 않아요.

    이 블로그에서 정보도 많이 얻고, 제가 정말 좋아하는 몇 안되는 사이트중 하나예요. 황폐화시키고 싶은 마음은 추호에도 없었습니다.


    다시 한번 실례가 됐다면 죄송합니다.
  • 대산초어 2010/12/19 12:59 #

    실례라뇨, 무슨 말씀을^^.

    원래 이 블로그 운영취지 자체가 만화 이야기 살롱이었어요. 요새 운영도 잘 못하고 해서 취지에서 멀어져 가고 있어서 좀 서글펐는데 엘리자벧 님 덧글 덕분에 활기를 찾은 것 같습니다. 황폐화 같은 험악한 말씀 마시고 앞으로도 풍성한 말씀 해주시길 부탁 드리겠습니다.

    우라사와 나오키에 대해선 언제 특집이라도 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그 전에 해야할 특집이 서너 개 정도 남은 것 같지만요ㅎㅎ.
  • 북극곰 2011/04/06 00:46 # 삭제 답글

    제가 구입하는 취향과 많이 비슷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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